"광고 업체라고 성인 음란물 광고 다 받나요? 저흰 아닙니다"
직장인 윤모 씨(23세)는 얼마 전 오픈 마켓 쇼핑몰에서 구두를 구경했다. 한참 상품을 검색하다 마음에 드는 구두를 발견했으나 이를 살지 말지 고민이 됐다. 그래서 장바구니에 넣어 두고 결제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후, 인터넷 뉴스 홈페이지에 그 때 사려 했던 구두 광고가 떡 하니 있는 게 아닌가. 광고에 자연히 눈길이 갔고, 결국 그는 그 구두를 결제했다.
어떻게 이런 '마음을 읽는' 광고가 가능한 걸까? 그 궁금증을 풀고자 IT동아가 온라인 마케팅 업계의 선두주자, 디엔에이소프트(DNASOFT)를 만나봤다. 디엔에이소프트는 국내 네트워크 광고 업계 1위 업체다. 인터뷰에는 디엔에이소프트 마케팅기획팀의 김승영 대리가 응했다.
IT동아: 앞서 말한 사례의 광고 원리인 '리타겟팅 광고'를 먼저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리타겟팅 광고에 대해 설명해달라.
김: 리타겟팅 광고는 사용자의 쿠키 정보를 활용해 방문한 웹 사이트의 광고를 먼저 노출하는 방식이다.
먼저, 사용자가 광고주(예를 들어 11번가, G마켓, 롯데닷컴, 이마트몰 등)의 홈페이지를 방문한다. 이 때 사용자 PC에 홈페이지 방문 기록, 오늘 본 상품 목록 등의 쿠키 정보가 자동으로 저장된다. 그 후 사용자가 언론사, 대형 커뮤니티 등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그 쿠키 정보를 활용한 광고가 먼저 노출되는 방식이 리타겟팅 광고다.
디엔에이소프트는 리타겟팅 광고를 포함해 다양한 광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디엔에이소프트의 가장 대표적인 광고 플랫폼 상품은 '리얼클릭(RealClick)'이다. 이외에도 블로그, 중소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리얼센스(RealSense)'와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레몬(RemoN)'도 있다. 리얼클릭은 PC 버전 웹 페이지를 기반으로 하는 광고 플랫폼이다. 이름이 비슷한 리얼센스는 블로그 등의 웹 페이지 하단에 있는 텍스트 형태의 광고가 주요 상품이다. 예를 들어 닭갈비에 관한 포스트 내용 밑에 닭갈비 맛집 등의 광고가 노출되는 식이다. 레몬은 리얼클릭의 모바일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모바일 페이지의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는 플랫폼이다.
어느 광고 자리가 가장 명당?
IT동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다. 동아닷컴 홈페이지만 해도 광고 자리가 여기저기 무척 많은데 어느 자리가 가장 비싼가? 홈페이지 가장 위의 큰 배너 부분인가?
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의외로 기사 제목과 본문 사이의 자리가 가장 비싸다. 이 부분은 기사를 읽으려면 '어쩔 수 없이 지나쳐야 하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광고가 눈에 잘 들어오니 광고 효과도 높다.
가장 광고비가 저렴한 자리는 텍스트로 된 하단 광고 부분이다. 이 부분은 아무래도 글자 형태라 눈에 확 띄지 않고 기사의 내용이 끝난 지점에 있다 보니 클릭율이 좀 떨어진다. 또한, 플래시 등으로 동영상 광고 등을 띄우는 형식도 생각 외로 광고비가 저렴하다.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덮는 형식이라 자리도 따로 침범하지 않아서다.
"성인 광고는 안 받습니다"
IT동아: 사실 언론 매체의 홈페이지를 보면 유독 눈살 찌푸려지는 성인 광고가 많다. 기사를 읽으려던 아이들이 광고를 볼까 두려울 정도다. 디엔에이소프트도 이런 광고를 연계하나?
김: 하지 않는다. 업종별로 광고 단가를 다르게 적용하는데 성인 업체나 대부 업체 등은 아예 할 수 없도록 광고 단가를 비싸게 잡았다. 그냥 안 받겠다는 거다.
IT동아: 그런데 제휴사인 모 인터넷 매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성인 광고가 버젓이 널려 있다. 이건 어떻게 된 건가?
김: 한 매체의 홈페이지에 여러 광고 업체가 얽혀 있다. 그 성인 광고는 우리가 한 것이 아니고 다른 업체에서 낸 광고다.
디엔에이소프트는 CPC(Cost Per Click, 클릭 1회당 일정 금액이 과금되는 방식) 방식의 광고 솔루션을 갖췄다. 하지만 이런 기술력이 없는 광고 업체도 많다. 이들은 (예를 들어) 한 달 단위로 광고 구역을 사놓고 이 구역에 최대한 많은 광고를 노출해 수익을 낸다. 그렇다 보니 주요 광고 업체들이 받아주지 않는 성인 업체, 대부 업체 등의 광고를 무분별하게 계약하는 것이다.
돈 훔치는 알바생 잡으려다 사업 시작
IT동아: 대표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14년 전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그 때부터 온라인광고 시장이 이렇게 성장할 거라고 예측하셨나?
김: 그렇지는 않다. 사실 김 대표님은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젊어서부터 창업을 한 케이스다. 시작은 인터넷 광고 업체가 아니라 PC방이었다. 김 대표님께서는 농땡이 피우는 아르바이트생을 잡으려고 PC방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셨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자 이를 주요 통신 업체에 납품하셨다. 여러 PC방 등에서 동일한 PC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된 거다. 그러다 '이 관리 프로그램에 광고를 넣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하셔서 혼자서 개발도 하시고 발품 팔며 영업도 뛰셨다. 그렇게 다양한 매체, 커뮤니티와 관계를 쌓아 오시며 회사를 키운 것이다.
IT동아: 아무래도 이 분야에서 잘 되면 여러 대기업에서 합병을 제안했을 것 같은데?
김: 여러 업체에서 제안이 왔던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시장 선도적인 위치를 고수할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기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 직원 처우 문제도 있었다. 대표님은 우리 직원과 그쪽 직원 사이에 소위 '진골', '성골'이 나뉠까 봐 거부하셨다. 직원들을 많이 아끼는 분이시다. 복지도 좋아서 직원 60여 명이 2년에 한 번씩 해외로 4박 5일간 워크숍을 떠난다. 지난 달에는 보라카이에 다녀왔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우리에겐 오히려 '득'
IT동아: 사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본다. 언론 매체는 포털 사이트에 노출된 자사 기사를 통해 자사 홈페이지로 사용자를 유입 받아 높은 광고 수익을 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네이버 뉴스 시스템이 뉴스스탠드로 바뀌면서 언론사 홈페이지의 트래픽이 무척 떨어진 걸로 알고 있다. 디엔에이소프트에게도 네이버 뉴스스탠드가 악재로 작용했나?
김: 아니다. 뉴스스탠드가 디엔에이소프트에게는 '호재'였다. 사실 네이버 뉴스스탠드로 문 닫은 광고 업체가 무척 많다. 주요 업체 2곳도 안타깝게 사업을 접었다. 다행히 디엔에이소프트는 제휴 매체와 커뮤니티 비율이 5:5 정도라 피해가 별로 없었다. 디시인사이드, 뽐뿌, 클리앙, 오늘의유머, 웃긴대학 등 주요 커뮤니티와 공고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뉴스스탠드 이후 주요 커뮤니티의 트래픽은 이전보다 오히려 올라갔다.
클릭 수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구매로 이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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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광고의 부정 클릭 기준이 다른 경쟁 업체보다 깐깐하다고 들었다. 광고 클릭으로 인정하는 기준이 엄격하면 아무래도 클릭 수가 낮아져 영업하기에 불리하지 않나?
김: 우리는 CPC보다 ROI(Return On Demand, 광고 투자금액 대비 수익)를 더 중시한다. 단순히 클릭 수가 높게 나오는 것보다 얼마나 광고 후에 수익이 늘었는지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많은 광고주들이 원하는 것은 광고가 많이 노출되고 클릭 수가 높은 게 아니라, 실제 얼마나 돈을 더 많이 벌었는가다.
그래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광고 기술도 계속 개발해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 쪽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보다는 엠닷컴(모바일 페이지)쪽 광고에 집중하고 있다. 아무래도 앱 이용자는 엠닷컴 이용자보다 구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를 인정해주시는 고객사가 많아서 재계약율도 상당히 높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