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스타트업] SF 영화보다 더 생생한 전자책? 'NARR8'
지난 6월 19일부터 23일까지 열렸던 '2013 서울국제도서전'. 각종 종이책이 즐비한 곳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터치에 반응하는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었다. 소설책을 터치하니 등장인물들이 움직이고, 말풍선이 나타나고, 음악이 흐른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섬세하다. '동물들의 시각'이라는 책을 펼치니 동물, 새, 곤충들의 눈으로 보는 풍경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이처럼 정교하고 속이 꽉 찬 전자책들을 한데 모은 앱이 있다. 바로 'NARR8(이하 나르8)'이다.
나르8은 각종 인터랙티브 효과를 통해 마치 영화를 보는 듯 다채로운 화면으로 이야기를 보여주는 전자책 앱이다. 모션 코믹, 소설, 교양, 라이프스타일, 어린이용 콘텐츠 등 다양한 장르의 전자책을 선보이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 무료 앱 1위를 기록했으며 전체 무료 앱 순위에서 6위에 오른 바 있다. 아시아 시장 최초로 한국어 버전을 출시해 한국인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나르8을 만든 기업 'NARR8(나르8)'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디지털 출판사이자 스타트업이다. 나르8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고자 나르8 마케팅 이사(Marketing Director) 안드레이 필라토프(Andrey Filatov)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콘텐츠… 그 비결은?
나르8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콘텐츠다. NARR8의 전자책 장르는 모션 코믹, 인터랙티브 소설, 논픽션(교양), 라이프스타일, 어린이용 콘텐츠 등 5개 장르다. 각 장르에 속한 콘텐츠는 모두 화면을 터치하면 동영상이 나오거나 등장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등 인터랙티브 효과를 낸다.
물론 전자책 시장에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나온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나르8의 콘텐츠는 남다른 완성도를 자랑한다. 시선을 사로잡지만 복잡하지 않고 미려하다. 스토리도 흥미진진하다. 부차적인 설명보다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나르8을 처음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그 완성도와 인터랙티브 효과에 놀랄 것이고, 기존에 인터랙티브 전자책을 단 한 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나르8의 차별점을 단박에 알 수 있으리라.
이렇게 몰입도가 높은 인터랙티브 전자책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안드레이 필라토프 이사에 따르면, 나르8을 설립한 알렉산더 바쉔코(Alexander Vaschenko) 대표는 러시아 최대 온라인 게임사 '아스트롬 온라인'에서 일하는 등, 게임에 근간을 두고 있었다.
"게임 요소를 활용해 전자책 시장에 진출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인터랙티브 전자책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반적인 전자책 앱과 달리 멀티미디어 요소가 많은 것은 게임을 근간으로 했기 때문이죠."
나르8 콘텐츠는 시리즈 방식으로 연재된다. 모든 시리즈는 2주에 한 번씩 업데이트된다.
"미국에서 TV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것처럼, 나르8도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흥미를 이끌어내고자 시리즈 형식으로 전자책을 내게 됐습니다. 또한 이는 게임이 연재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전자책을 TV나 게임처럼 시리즈로 엮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양질의 콘텐츠를 2주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다 보니 따르는 어려움도 있었다. 콘텐츠 제작 시 마감 기한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인터랙티브 요소에 공을 들이는 만큼, 스토리를 미리 짜 두었더라도 작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올릴 때마다 단점을 개선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용자들의 만족을 높이고자 시리즈도 지속적으로 개선합니다. 예를 들어 나르8 콘텐츠 중에 '강단'이라는 정치 시리즈가 있는데, 정치를 소재로 한 만큼 딱딱함을 덜고자 내용을 희화화했습니다. 또한 에피소드 여섯 개를 진행한 후에는 그래픽 디자인을 바꿔서 사용자들이 좀 더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르8는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다시 말해, 특정 타겟을 공략하기보다는 모든 이들이 나르8을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일반 성인들을 위해 라이프스타일 장르에서 '파이브(FIVE)'라는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물론 '꾸미꾸미'처럼 어린이들을 위한 콘텐츠도 마련했어요. 미국 TV 시리즈 대부분이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 나르8의 콘텐츠도 전 연령층을 아우르고자 합니다."
사용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나르8은 2013년 6월 기준으로 약 8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매월 30만 명의 액티브 유저(열성 회원)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5점 만점에 4.5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사용하기 쉽고 재미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다음 에피소드에서 어떤 내용을 담으면 좋을지, 서비스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독자들도 많습니다. 독자들의 피드백이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해요. 정말 기쁘고 감사한 일이지요."
누구나 제작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전자책 시장의 미래
나르8은 지난 3월 한국어 버전을 출시했다. 나르8이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바로 한국이다. 이에 대해 그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모바일 시장이 잘 발달된 나라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사용자가 많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마트폰 제조사가 있잖아요. 또한 한국에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얼리어답터가 많습니다. 이에 주목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어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나르8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한국 기업들과 협업할 계획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한 이유도 한국의 도서 콘텐츠에 대해 알기 위함이다.
"조만간 T스토어와 삼성앱스에도 나르8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나르8을 접목할 만한 로컬 콘텐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었으면 해요."
나르8의 향후 목표는 한국 시장 공략뿐만 아니라,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르8은 지난 달 사용자가 직접 인터랙티브 스토리를 제작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편집 툴 '스토리빌더(StoryBuilder)'를 선보였다.
"스토리빌더는 사용자가 전자책을 직접 만들 수 있는 편집 툴입니다. 나르8의 궁극적인 목표는 저희가 만든 콘텐츠뿐만 아니라 누구나 만든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스토리빌더를 이용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요. 원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온 뒤 사운드, 애니메이션 효과, 특수 효과 등을 끌어넣기만 하면 되어서,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빌더는 http://editor.narr8.me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스토리빌더로 제작한 콘텐츠는 나르8에서 볼 수 있다. 스토리빌더를 선보인 지 일주일 만에 약 500개의 콘텐츠가 올라왔다. 물론 모든 콘텐츠를 다 업로드하는 것은 아니고, 콘텐츠의 품질을 검증해서 업로드하고 있다. 혹시라도 유해 콘텐츠나 음란 콘텐츠를 올리는 사용자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하반기에는 전문가용 툴인 '프로페셔널 멀티미디어 툴'을 선보일 계획이다.
향후에도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에 힘쓰는 것은 변함없을 계획이다. 그는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전자책 시장의 미래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림이나 내용을 프린트한 것처럼 옮겨온 전자책보다는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인터랙티브 요소를 도입한 전자책이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신문을 넘기는 것보다는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에 익숙해졌죠. 또한 터치를 했을 때 무언가 반응이 오는 것을 더 좋아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나르8과 같은 전자책을 찾지 않을까 해요(웃음). 앞으로도 콘텐츠 질 향상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