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긴 작네" 캐논 EOS 100D
"와~ 그 카메라가 요즘 광고에 나오는 '작은' DSLR이에요? 한번 들어봐도 돼요?"
짬뽕 전문점에서 매운 짬뽕을 먹기 전 캐논 EOS 100D(이하 100D)로 사진을 찍으려는데, 가게 사장님이 다가와 말씀하셨다. 흔쾌히 그러시라고 했더니 다른 직원들도 함께 나와 구경을 했다. 덕분에 사이다 한 캔을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이뿐인가? 100D를 본 가족, 친구, 업체 관계자 등 대부분이 '이 카메라가 그 광고에 나온 카메라냐'고 물었다. 이로써 두 가지가 확실해졌다. 첫째, 캐논코리아의 100D 광고가 많은 이의 뇌리에 박혔다는 것. 둘째, 100D가 그 광고 속 카메라처럼 한눈에도 정말 작아 보인다는 것.
"작다. 미러리스 카메라만큼"
100D는 확실히 기자가 봐온 DSLR 중 가장 작다. 무게도 약 540g으로 가벼운 편이다(카메라 바디에 배터리, 단렌즈 포함). 만약 휴대성 때문에 100D를 구매하는 것이라면(아마 대다수가 그렇겠지만) 반드시 단렌즈를 선택하길 권한다. 100D의 가치는 '단렌즈'를 끼웠을 때 가장 크게 빛난다.
기본 번들 렌즈킷으로 18-55mm 표준 줌렌즈킷과 40mm 단렌즈킷이 있다. 100D에 표준 줌렌즈를 끼우면 아무리 카메라 바디가 작아도 앞코가 길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커다란 느낌이 든다. 반면, 표준 줌렌즈의 약 1/4 크기인 표준 단렌즈를 끼우면 바디 크기에 큰 변화가 없다. 단렌즈를 끼운 100D는 (DSLR에게 무례한 말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둥글 둥글 귀엽다.
그리고 보통 단렌즈가 줌렌즈보다 밝으므로(조리개값이 작다) '배경을 날리는' 아웃포커싱 효과를 주기 좋다. 소품 등을 찍어보니 배경이 흐릿해져 그럴싸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카페나 사무실 등 조금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할 때도 조리개가 많이 열리므로 노이즈가 많이 생기거나 어둡게 나오지 않아 좋았다.
앞서 말했듯이 기자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 중이다. 평소 애용하던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14-42mm 표준 줌렌즈 착용)와 크기를 비교해 봤다. 줌렌즈를 장착한 미러리스 카메라와 단렌즈를 장착한 100D의 크기는 체감상 비슷한 느낌이다. 실제 작은 가방에 평소 들고 다니던 미러리스 카메라대신 100D를 넣었는데 '더 두껍고 무거워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터치 LCD로 쉽다"
요즘 카메라답게 100D도 정전식 터치 LCD(3.0인치)를 갖췄다. 터치가 되기 때문에 초보자라도 훨씬 쉽게 DSLR에 다가갈 수 있다. DSLR은 (특히 고급형일수록) 어떤 휠을 돌리고 어떤 버튼을 눌러야 조리개, 셔터 스피드, ISO 등을 조절할 수 있는지 헷갈릴 수 있다. 거기다 평소 쓰던 카메라와 제조사, 기종 등이 다른 카메라라면 더 그렇다.
100D는 화면에서 터치로 설정을 쉽게 변경할 수 있어 직관적이고 편리하다. 화면의 아이콘 등을 눌러 바로 설정을 조작할 수 있다. 암호 같은 도형이 그려진 버튼을 보며 이게 무슨 용도인가 고민할 일이 줄어 좋았다.
터치라 초점을 맞추기도 더 쉬웠다. 원하는 곳에 초점을 맞추려고 버튼을 눌러 초점 영역(보통 초록색 사각형으로 표시)을 옮기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조작하듯이 초점을 맞추고 싶은 부분을 터치하면 빠르게 초점이 맞는다. 무엇보다 아이, 애완동물 등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대상을 촬영할 때 이 방식이 무척 유용했다. 반셔터(셔터를 반만 눌러 초점을 맞추는 것)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춰도 활발한 그들의 특성상 금세 움직여 초점이 나가고 만다. 이럴 때 초점을 맞추고 싶은 부분을 빠르게 다시 터치하면 된다. 기자도 한창 장난치기 좋아하는 새끼 고양이를 촬영할 때 터치 LCD를 무척 편리하게 활용했다. 털 한 올 한 올까지 잘 보일 정도로 섬세하게 초점이 잘 맞았다.
초급자, 중급자에 딱!
100D 다이얼은 총 12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P(프로그램), TV(셔터 우선), AV(조리개 우선), M(수동), 장면(SCN), 스포츠, 클로즈업, 풍경, 인물, 크리에이티브 오토, 플래시 발광금지, 장면 인텔리전트 오토 모드 등이다. 장면 모드에는 삼각대 없이 야경 촬영, HDR 역광 보정, 야경 인물, 어린이, 음식, 촛블 등이 있다. 장면 모드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요즘 많이들 사용하는 '아트 필터' 효과는 찍은 사진을 편집할 때 적용할 수 있다.
다이얼 모드 중 가장 많이 활용한 것은 플래시 발광금지, 수동, 장면 모드(음식)이다. 음식 모드로 사진을 찍으면 음식이 좀 더 밝고 '쨍'해져 맛있어 보인다.
여기까지 기사를 읽었다면, 왜 '화소수' 등의 기본적인 사양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궁금할 수 있다. 사실 주로 웹용으로 사진을 찍는 초보 DSLR 사용자에게 화소수, 초점영역, 연사속도 등이 그리 큰 중요도가 있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안 하면 어색하니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100D는 1,8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와 캐논 고유의 DIGIC5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최대 ISO도 12800으로 높은 편이다. 바디가 작아도 기존 캐논 DSLR의 렌즈군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위상차 AF와 콘트라스트 AF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CMOS AF II' 기능을 갖춰 바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잡는다. 이 외에도 100D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100D 마이크로 사이트(http://www.canon-ci.co.kr/microsite/event/20130410_EOS100D/index.jsp)에서 볼 수 있다.
동영상도 뒤지지 않아
100D는 풀HD(1,920 x 1,080) 동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직접 찍어보니 동영상 화질도 꽤 만족스러웠다. 동영상을 찍는 도중 반셔터를 눌러 다른 대상에 초점을 맞추니 꽤 영화스러운 느낌이 났다. 또한, 동영상을 찍는 도중 사진을 찍을 수 있다(이 경우 동영상은 사진 찍은 부분에서 잠시 멈췄다 진행된다). '서보 AF' 기능으로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가며 초점을 맞추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 단렌즈로 '셀카' 찍기는 조금…
100D 구매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단렌즈를 구매하길 앞서 권했다. 그런데 기본 단렌즈라고 무조건 좋은가? 그건 아니다. 나름의 단점도 있다. 우선 기본 줌렌즈보다 화각이 좁은 편이다. 같은 위치에서 사진을 찍어도 사진 한 장에 담아낼 수 있는 정보가 줌렌즈보다 적다. 피자 등 커다란 음식을 사진 한 장에 담아내려면 자리에서 일어서야 한다.
그렇기에 스스로 자신의 사진을 찍는 '셀카'도 조금 어렵다. 아무리 팔을 쭉 뻗어 찍어도 이마와 턱이 잘린다. 직접 찍어보니 사진 한 장에 눈, 코, 입이 꽉 차는 '참사'가 일어났다. 셀카를 찍으려면 좀 더 화각이 넓은 렌즈를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