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바이오로 보고, 듣고, 창조하고, 연결하라"
최근 음성인식, 동작인식 등 다양한 UI(User Interface, 사용자 환경)가 나타나고 있지만, 사용자에게 가장 직관적인 환경은 바로 '터치'다. 인간은 태어나고 자라면서 손끝으로 감각을 익히고 손으로 의사를 표현하는데 익숙하다. 터치 인터페이스는 지하철 발권기, 박물관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수많은 디지털 기기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 사용하는 PC환경은 아직 키보드 및 마우스 사용을 벗어나지 못했다.
마우스는 휴대하기 번거롭지만 외근 시 노트북과 함께 꼭 챙길 정도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제품이다. 그런데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가 터치에 최적화한 운영체제 윈도8을 출시하면서 마우스를 사용할 일이 차츰 줄어고 있다.
2013년 6월 19일, 소니는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소니 바이오(VAIO) 신제품을 소개했다. 소니 관계자는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맞춰 다양한 터치 기반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출시하는 모든 소니 바이오 제품군에 터치스크린을 탑재할 계획이며, PC 사용환경 변화에 바이오가 앞장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소니가 사용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사용자 경험은 '보다', '창조하다', '듣다', '연결하다'라고 한다. 소니 사이먼 모리 부장은 "기존 제품들은 하드웨어나 네트워크 성능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 음향, 영상 등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이유로 진정한 사용자 경험을 완성하기 위해 차별화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는 먼저 '보다'를 실현하기 위해 자사의 고해상도 TV '브라비아(BRAVIA)'에 사용하던 트릴루미너스(Triluminus) 디스플레이와 그래픽 기술인 엑스리얼리티(X-Reality) 엔진을 노트북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에게 자연스러운 색감 색감과 뛰어난 그래픽 성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창조하다'를 위해 소니 디지털카메라에 사용되는 'Exmor R' CMOS센서를 노트북 카메라에 탑재했으며, '듣다'를 위해 일부 소니 제품에만 적용하던 클리어오디오+(ClearAudio+) 음장기술을 바이오 전 제품군으로 확대했다. 마지막으로 '연결하다'를 위해 모든 바이오 제품에 NFC 기능을 탑재해 쉽고 간편하게 다른 기기와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소니가 선보인 바이오 제품군은 바이오 프로(Pro), 바이오 듀오(Duo), 바이오 피트(Fit), 바이오 피트E 등 총 4종이다.
바이오 프로13/바이오 프로11
사이먼 모리는 이 제품의 특징을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무게, 내구성, 업무 생산성이라고 설명했다. 11인치 제품은 870g, 13인치 제품은 1,060g으로 같은 화면 크기의 타사 제품보다 가볍다. 2013년 6월 기준으로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제품이다. 실제로 필자가 취재용으로 가져갔던 11인치 울트라북보다 가벼웠다. 13인치 제품이라 제법 무게가 있을 줄 알았지만, 직접 제품을 드는 순간 감탄사가 나올 정도였다. 사이먼 모리는 제품이 가벼운 이유를 'UD탄소섬유' 덕이라고 말했다. 소니는 10년 이상 탄소섬유 개발에 투자해왔으며, 이 노력의 결과로 가볍고 튼튼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독특한 힌지 디자인을 적용, 사용자가 오랫동안 사용해도 손목이 편하도록 디자인 했다. 제품 화면을 열면 본체 각도가 비스듬하게 올라가 사용자 손목이 책상 바닥에 밀착할 수 있다.
바이오 듀오13
바이오 듀오13 슬라이드 형태의 컨버터블PC(노트북과 태블릿PC의 특징을 합친 제품)다. 한 손가락으로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힌지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또한, 스타일러스 펜을 제공해 태블릿PC로 사용할 때 유용하다. 사이먼 모리는 "이 제품이야말로 펜은 물론 키보드까지 제공하는 완벽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소니가 출시한 11인치 제품(바이오 듀오11)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베젤은 줄여 화면을 더 키운 제품이다. 제품 바닥을 UD탄소섬유로 제작해 바이오 프로와 무게가 비슷하다. 절전모드에서 앱이나 데이터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며, 배터리 사용시간은 소니 자체 테스트결과 11시간이라고 한다. 이 결과가 사실이라면 현존하는 울트라북 중 가장 사용시간이 긴 제품이다.
제품 옆에는 펜 거치대가 있다. 여기에는 마그네틱센서가 있어 사용자가 펜을 뽑으면 제품 화면이 순식간에 켜진다. 소니 관계자는 스타일러스펜과 기본 탑재된 노트앱을 소개하면서 '실제 펜을 사용하는 듯한 기분을 주고싶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노트에 필기할 때는 펜을 들고 종이에 바로 쓸 수 있다. 그런데 태블릿PC에 스타일러스 펜으로 필기하려면 화면을 따로 켜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펜을 뽑으면 화면이 켜지며 노트앱이 실행된다. 사용자 편의를 위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바이오 피트/바이오 피트E
바이오 피트는 지포스 그래픽카드 및 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성능 위주의 제품이다. 소니는 이 제품의 타겟을 사진 및 동영상 편집을 많이 하는 사용자로 잡았다. 15인치 화면에 풀HD(1,920x1,080) 해상도를 지원하는 제품과 14인치 크기에 HD+(1,600x900) 해상도를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하며, 두 제품 모두 일반 HDD보다 빠른 하이브리드 HD를 탑재했다.
바이오 피트E는 대용량 박스 스피커를 제품 전면에 탑재했으며 뒷면에는 서브우퍼를 탑재한 제품으로, 영화 및 음악 감상에 유리하다. 음질의 왜곡을 줄이고 음량을 증폭시키는 엑스라우드(xLOUDTM) 기술, 잡음을 줄여주는 클리어 페이즈(Clear PhaseTM) 등 소니 오디오 기술을 적용했다. 이 제품 역시 14인치, 15인치로 출시할 예정이다.
제품은 좋지만 그만큼 가격이…
이날 소니가 선보인 제품은 가볍고, 튼튼하고, 기본 사양이 상당히 뛰어났다. 문제는 가격이다. 바이오 프로13은 i7모델 기준 204만 9,000원이다. 바이오 듀오13은 더 비싸다. i7모델 기준 254만 9,000원이다. 스타일러스 펜을 기본으로 제공하지만, 솔직히 너무 비싸다. 하지만, 이 제품이 비싼데는 그럴 이유가 있다. 우선 고성능 부품을 다수 탑재했으며, 소니의 음장기술, 영상 및 이미징 기술 등을 적용했다. 또한, 소니가 연구해온 UD탄소섬유를 적용해 제품을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바이오'라는 브랜드 자체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고성능 제품을 원하는 프로슈머를 타겟으로 하는 제품이다보니 소니는 여기에 어울리는 기능 및 성능을 적용했고, 그만큼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사실 시중에서 이정도 성능을 갖춘 제품을 찾아보기 힘드니 다른 제품과 가격을 비교하는것도 어렵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