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란 디카를 물속에 '풍덩' 던졌습니다
남자친구와 수영장 데이트를 떠나기로 했다. 좋은 기억, 행복한 순간을 모두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방수팩에 카메라를 넣어 사용했다. 하지만 방수팩이 습기에 약하다는 사실을 잊었다. 찍은 사진 대부분을 뿌옇게 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매년 구매해야 하는 방수팩의 가격도 만만치 않아 부담됐다. 문득 아무런 보호 없이 물속에 '풍덩' 던질 수 있는 카메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연하게도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가 2013년형 파인픽스 시리즈 5종을 출시했단다.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단연 'XP60'과 'XP200'이었다. 두 제품 모두 방수, 방충, 방한, 방진 등 4가지 보호 기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기자는 XP60을 손에 쥐었는데, 아웃도어 카메라치고는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와 디자인이 '앙증맞게' 느껴졌다.
작지만 개성은 넘쳐
일반적으로 방수 기능을 탑재한 IT 기기의 일부는 외형만 보고도 방수가 된다는 것을 눈치챌 때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투박한 디자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예쁜 것'보다는 기능성 위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디자인도 점점 투박해지는 것이다. 기자만 하더라도 방수제품이라고 하면 '두툼한 두께'와 '난해한 디자인' 등을 우선으로 떠올린다. 이렇다 보니 방수제품은 여성보다 남성이 사용할 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XP60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기 딱 좋은 제품이다. 모양이나 크기, 무게 등이 다른 아웃도어 카메라에 비해 비교적 슬림하고 가볍기 때문이다. 방수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일반 '콤팩트 디카'와 비교해도 크기나 무게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물론 아웃도어용 특유의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아웃도어용 카메라라고 해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데는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방수 카메라보다 '개성 있는 카메라'라는 느낌이 더 와 닿았기 때문이다. 테두리가 곡선형이다 보니 마치 장난감 카메라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제품의 컬러도 채도 높은 옐로, 블루, 레드, 그린, 블랙 등이니, 더욱 활동적인 분위기다.
XP60은 마치 장난감같지만 내구성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후지필름은 1.5미터 높이에서 낙하해도 파손되지 않으며, 영하 10도의 온도에도 문제없다고 말한다. 기자는 무엇보다 생활 스크래치가 잘 발생하지 않는 점이 인상 깊었다. 별도의 케이스에 넣어 다니지 않아도 상처 나거나 코팅이 벗겨지는 등의 문제는 없었다.
XP60을 사용하면서 또 한 번 놀란 것은 제품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매우 적다는 점이었다. 줌 버튼을 눌러 축소/확대해도 렌즈가 움직이는 소리가 나지 않았으며, 제품에 귀를 밀착해야만 겨우 들을 수 있는 정도다.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렌즈의 깜빡이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소음이 적으면 적을수록 제품의 기밀성이 좋다고 볼 수 있겠다.
카메라의 줌 버튼을 눌러도 외형적인 렌즈 변화는 없다. 대신 내부 렌즈가 조작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볼 수 있다. 제품에 탑재된 렌즈는 광학 5배 줌렌즈로, 수중 촬영 시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27mm 광각 지원해 넓은 화면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XP60의 배터리 덮개 부분은 매우 독특한 모양새다. 덮개 부분에 방수를 위한 별도의 안전 잠금장치가 마련돼 있는데, 이 동그란 안전 잠금장치를 돌려가며 여닫을 수 있다. 가운데 부분의 버튼을 꾹 누른 채 안전 잠금장치를 왼쪽 돌려야 한다.
손안의 노란 잠수함
XP60의 방수 능력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물에 넣어봤다. 배터리와 SD카드를 넣고 덮개를 '찰칵' 소리가 날 때까지 닫았다. 그 후 분수대에 제품을 '툭'하고 던졌다. 물속에 넣은 XP60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노란 빛깔을 뽐내는 잠수함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제품을 꺼낸 후 걱정 반 믿음 반으로 전원버튼을 실행했다. 다행히 제품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실행됐다. 이번에는 물속에 제품을 넣고 사물을 촬영해 보기로 했다. 투명한 유리관에 물을 가득 붓고,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 곰 인형과 XP60을 넣었다. 메뉴의 촬영모드를 '수중'으로 변경해 곰 인형을 촬영했다. 그러자 처음에는 초점을 잘 잡지 못하는 듯 하더니 결국 인형이 아닌 배경을 촬영했다.
이번에는 촬영모드를 '수중(매크로)'로 설정하고 다시 촬영했다. 수중(매크로)는 수중 근접 촬영용 메뉴다. 그러자 가까이에 있는 곰 인형을 선명하게 찍을 수 있었다. 심지어 곰 인형에 묻은 먼지까지 선명하게 표현해냈다. 물 밖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만약 수영장이나 바닷물 속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사진을 찍는다면 생동감 있게 잘 잡아내리라.
카메라, 물 먹었다…
수영장 물이나 바닷물에 닿은 제품은 민물(수돗물 등)에 담가 불순물을 씻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제품을 물에서 건져 깨끗하게 씻어낸 후 휴지로 물기를 '톡톡' 닦아냈다. 그 후 햇빛이 없는 그늘에서 인형과 함께 말려줬다. 이때 될 수 있는 대로 물에 넣었다 꺼낸 제품은 바로 배터리 덮개를 열지 않는 것이 좋다. 물방울이나 습기가 배터리 덮개 내부로 들어가 고장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건조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열도록 하자.
한 시간가량 건조한 후 배터리 덮개를 열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배터리 덮개의 테두리 부분에 물방울이 맺혀있는 것이 아닌가. 다행히 SD카드와 USB단자, 배터리 부분에는 물기가 닿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원인은 실리콘 부분에 묻은 먼지 때문인 것 같다. 충분히 먼지를 닦아내야 했는데, 이를 간과하고 물에 넣었던 것이다. 제품을 물에 넣기 전에는 배터리 덮개 부분의 먼지를 잘 제거하자. 만약 충분히 먼지를 제거했는데도 제품 내부에 물기가 스며든다면 꼭 AS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실리콘 부분이 헐거워져 빈틈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XP60은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해도 좋을 제품이다. 무게가 가볍고 디자인도 세련된 편이다. 특히 아웃도어 활동을 많이 하는 이들이라면 더욱 좋겠다. 비가 올 때는 물론, 물속에서도 선명한 사진을 표현하니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다만, 아무리 방수되는 카메라라고 해도 기기는 물에 약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기를 제거하고 먼지를 닦고, 헐거워진 부분은 없는지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만이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올여름에는 방수 기능을 탑재한 카메라를 사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 / IT동아 양호연(yhy420@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