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녀 아이템' 인스탁스 미니25, 꽃무늬 옷을 입다
'세상에 딱 한 장'
즉석 사진의 매력은 이 한마디로도 충분하다. 단 하나라는 사실은 '감성’과 결합해 그 애틋함을 더 한다. 이뿐인가. 즉석 사진은 단어 그대로 바로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내놓는다. 즉석 사진의 '빠른 속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급한 성격과도 잘 맞는다. 전세계에 (사실상) 하나 남은 즉석카메라, 후지필름 인스탁스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본사가 있는 일본 시장보다 높은 것은 인스탁스가 국내 소비자의 '감성’과 '속도’, 이 두 가지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만화를 보면 주인공의 눈이 '하트’로 변하는 장면이 있다. 처음 후지필름 인스탁스 미니25 캐스키드슨 에디션(이하 미니25)을 봤을 때 기자의 눈 모양이 그러했으리라. 한마디로, 한눈에 '뿅' 반했다. 흰색과 민트색의 조화. 그리고 캐스키드슨의 트레이드 마크인 꽃무늬까지…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어떻게 이리 잘 알았을까 싶다. 특히, 민트는 요즘 사랑받는 색깔 중 하나가 아닌가. 여성들의 옷, 가방, 액세서리 등 여기저기서 상큼한 민트색을 찾아볼 수 있다. 그 민트가 과하지 않게 더해진 인스탁스에서 '소녀 감성’이 물씬 풍겼다. 다만, 디자인 자체가 너무 '샤랄라’하다보니 털털한 여성 사용자라면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기자는 약 한 달간 미니25를 사용하며 60장의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간 느낀 내용을 이번 리뷰 기사에 가감 없이 풀어본다.
이전에 나온 미니25와 다른 거야?
'이전 미니25 모델과 같은 건데 디자인만 바뀐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실제 동료 남자 기자가 한 말이다). 그 때 꼭 "너 텀블러 있잖아, 또 텀블러 사려고?"하는 말을 들었을 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속으론 '그 텀블러는 이 텀블러랑 디자인이 달라!’라고 외치지만 상대가 별로 공감할 것 같지 않은 그 기분.
미니25 캐스키드슨 에디션이 그렇다. 디자인의 변화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사실 미니25 이전 모델과 기능은 똑같다. 구매를 고려 중이라면 그 점을 염두에 둘 것.
미니8? 미니25?
즉석사진 카메라를 구매하려고 생각했다면 아마 인스탁스 미니8과 미니25 중 무엇을 택할지 고민할 것이다. 두 기종의 인터넷 최저가도 미니8이 8만 2,610원, 미니25가 10만 8,950원으로(두 기종 모두 기본 모델, 2013년 6월 4일 네이버 지식쇼핑 기준) 약 2만 6,000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같은 필름을 사용하므로 필름 가격도 차이가 없다.
크기와 무게는 비슷
두 제품을 비교해보니 크기와 무게가 비슷하다. 다만, 미니25는 허리가 잘록한 디자인이라 더 슬림한 느낌이다. 전원을 켜 렌즈가 튀어나왔을 때 길이도 비슷하다. 적어도 크기나 무게가 고민의 중심이 될 것은 아니다. 한 가지 더, 미니8은 AA건전지 두 개를, 미니 25는 3V짜리 CR2 리튬 건전지 두 개를 사용한다. 아무래도 AA건전지가 더 구하기 쉬우므로 이 부분은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디자인?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이다. 미니25는 크리스마스 에디션, 캐스키드슨 에디션, 할로윈 에디션 등 디자인이 다양하다. 미니8은 스티키몬스터랩(SML) 에디션이 나온 바 있다.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디자인을 선택하면 된다.
기능?
미니8과 미니25의 가장 큰 차이는 기능 부분이다. 미니8은 '수동 카메라’에, 미니25는 '자동 카메라’에 비유하고 싶다. 앞서 미니8 리뷰 기사에서 언급했듯이(http://it.donga.com/12873/) 미니8은 사용자가 알아서 노출을 맞추는 방식이다(5개 촬영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사진이 실패할 확률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이 원하는 사진 분위기 연출도 가능하다.
반면, 미니25는 자동 노출 시스템이다. 카메라가 알아서 적정한 노출로 맞춰 사진을 뽑아준다. 따라서 어떻게 찍든 '중타' 이상의 사진은 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아예 노출 조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L모드/D모드로 '약간 밝게, 약간 어둡게' 조절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인스탁스계의 '자동 카메라'
미니25의 사용법은 정말 쉽다. 먼저 동봉된 건전지 두 개를 카메라에 넣는다. 그 후 뒤판을 열어 필름을 넣는다. 필름 윗부분의 노란 표시와 카메라의 노란 표시가 일직선이 되도록 맞추면 된다.
제품 뒷면 윗부분의 빨간 버튼이 전원 버튼이다. 이를 누르면 카메라의 전원이 켜지며 자동으로 플래시를 충전한다. 이때 LCD에 '번개' 모양이 잠깐 1~2초 반짝반짝하다 사라진다. 이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촬영 버튼은 앞에 한 개, 오른쪽 옆에 한 개로 총 두 개다. 세로로 찍을 때는 앞 버튼을, 가로로 찍을 때는 옆 버튼을 이용해 촬영하면 편하다. 물론 가로로 찍을 때 앞 버튼을 눌러도 상관없다.
미니25의 렌즈 옆 부분에 '셀카’용 '셀프 미러’가 있다. 다만, 이 셀프 미러는 참고용으로만 생각할 것.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 셀프 미러는 재질상 흠집이 잘 나는데 어차피 참고용이므로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설명서를 보면) 접사 렌즈를 끼우면 35mm 정도 거리의 피사체까지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제품을 사용해보니 60cm 정도 거리까지만 초점이 맞았다. 이보다 가까운 거리의 피사체는 초점이 잘 맞지 않으므로 아쉽지만 촬영을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 접사 렌즈는 화살표 부분이 위로 향하도록 카메라 렌즈 부분에 맞춰 끼우면 된다.
앞서 말했던 L/D 모드에 대해 설명한다. L모드는 사진을 좀 더 밝게, D모드는 좀 더 어둡게 찍는 기능이다. 그런데 실내에서 직접 여러 피사체를 L모드/D모드/기본 모드로 찍어본 결과 크게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L모드로 찍었는데 더 어둡거나, 기본 모드로 찍은 것이 제일 밝기도 했다.
'번개’와 '산' 아이콘이 그려진 버튼은 플래시 강제 발광과 외부 풍경 모드 버튼이다. 이 버튼을 눌러 LCD에 번개 모양이 뜨게 한 후 사진을 찍으면 실내든 실외든 상관없이 플래시가 터진다(이 모드로 하지 않아도 실내는 빛의 양이 부족하므로 대부분 플래시가 터진다). 피사체가 3m 이상 떨어져 있을 땐 산 모드로 찍자. 멀리 있는 물체에 초점을 맞춘다.
오른쪽으로 한 발자국 움직여 '찰칵'
사진 촬영 시 한가지 팁을 주자면, 뷰파인더로 보는 것보다 한 발짝 오른쪽으로 움직여 사진을 찍어야 피사체가 가운데에 나온다. 카메라 뷰파인더와 렌즈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보니 이 같은 오차가 발생하는 것. 특히 가까운 물체를 찍을 때는 이 오차가 더 크게 느껴지므로 반드시 오른쪽으로 살짝 움직이길 권한다.
일상의 재발견
'사진을 찍어야지’하고 미니25를 들고 다니다 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살짝 바뀌었다.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도 다시 한번 보게 됐고, '이것 한번 찍어보면 어떨까’하고 주변의 알록달록한 사물에도 더 눈길이 갔다. 미니25는 한번 찍으면 '끝’이므로 피사체의 구도, 색감, 배치 등도 신중히 고민하게 됐다.
친구들이 미니25 앞에서 '예쁜 척'하는 일도 늘었다. 일반 스마트폰이나 디지털카메라로 찍을 때도 예뻐 보이는 표정을 짓곤 했지만, 미니25로 찍을 땐 더 심했다. 스마트 기기의 LCD 속 사진처럼 잘못 나왔다고 버튼 하나로 쉽게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현상을 기다리고, 결과물을 나누면서 더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후지필름 인스탁스 미니25 캐스키드슨 에디션의 색상은 민트, 핑크 2종이며 정가는 21만 원이다. 제품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후지필름 인스탁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