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E? LTE-A? 이동통신의 발전을 말한다, NSN 조봉열 공학박사
2011년 7월 1일. LG유플러스와 SKT가 LTE 상용화를 선언한 날이다. 약 2달 뒤면 LTE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지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다. 그리고 최근 SKT는 오는 9월 LTE-Advanced(이하 LTE-A)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SKT가 선보이는 LTE-A는 CA(Carrier Aggregation)라는 기술을 적용해 이전 LTE 전송속도보다 약 2배가 빨라졌단다. 그런데, 이게 당최 무슨 소리인지. LTE, LTE-A, CA, 150Mbps 등. 이동통신 시장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에게 이 단어들이 기술인지, 기능인지, 이번 주말 동네 마트에서 진행하는 기획전 이름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IT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을 선보인다. 이에 IT동아는 3G, 4G 등 이동통신 시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 연구하고 이를 실제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코리아(Nokia Siemens Networks, 이하 NSN)의 조봉열 이사를 만나봤다. 참고로 그는 공학박사이기도 하다. 와이브로, 와이맥스, WCDMA, HSPA+ 등 다양한 이동통신 기술도 연구, 개발한 이력이 있다.
실제 만나본 그는 한 기업의 이사, 이동통신의 박사라기 보다 말 잘하는 연설가 같았다. 필자가 생각하는 공학박사의 이미지(어두운 사무실 안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 하얀 피부를 자랑하는 그런)와는 거리가 먼 모습. 어려운 기술에 대해 얘기할 때는 조금이라도 더 쉽게 풀어 설명하려고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장비를 보급하는 NSN
IT동아: 딱딱한 질문부터 시작해야겠다.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 회사명이 참 길다. 그래서인지 일반인은 고사하고 IT 소식을 전하는 기자도 정확하게 어떤 회사인지 잘 모른다. NSN은 어떤 회사인가.
조봉열 이사 (이하 조 이사): NSN은 핀란드의 휴대폰 제조사 노키아와 독일의 전문 가전업체 중 하나인 지멘스가 함께 투자해 벤처로 시작한 회사다. 출범은 2007년 4월에 했다. 이제 만 6년 정도 지난 셈이다. 두 업체의 여러 부서 중 기지국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가 합쳐서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할 당시(2010년) 모토로라 내에서 기지국 사업 담당 부서 직원 대부분도 NSN으로 합류했다(정확한 시기는 2011년 4월). 합류 시기가 좀더 빨랐다면 회사명이 노키아지멘스모토로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웃음).
지금 언급한 3개사는 모두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GSM, WCDMA 등 이동통신 및 네트워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 회사들이다. 현재 NSN은 150개 이상의 국가에 진출해있으며, 전세계 상위 100위 통신사업자 중 80개 이상의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LTE 서비스 중인 통신사업자 중 NSN과 협력하고 있는 업체는 51개사에 달한다. NSN의 정직원은 5만 7,000명 정도이며, 국내에는 150여 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회사 문화가 참 재미있다. 노키아는 핀란드, 지멘스는 독일, 모토로라는 미국에 뿌리를 두고 있는 회사다. 그래서인지 3나라의 문화가 혼합되어 있다. 전통과 새로운 도전이, 보수와 진보가 공존한다.
NSN 창립 초기에는 노키아와 지멘스 즉, 모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금도 계속해서 모기업의 지원 아래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둥지를 떠나간 새처럼 이제는 자립했다(웃음).
IT동아: 현재 NSN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이 궁금하다.
조 이사: 과거 WCDMA 시절, 그러니까 대부분 3G 이동통신을 사용하고 있었을 때, 국내 이동통신사와 협력할 기회가 있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당시는 NSN이 아닌 노키아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당시 LG노텔) 두 개사가 기지국을 제조했던 것으로 안다. 이유는 간단했다. 3G 기지국은 이동통신사가 조율하고 제어할 일이 많았다. 다 같은 3G 이동통신 기술이라지만, 나라마다, 지역마다, 이동통신사마다 조금씩 달랐다. 통신 품질과 연관이 있기에 이는 이동통신사에게 중요한 문제다. 때문에 이동통신사간의 조율이 국내 두 개사와 비교해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LTE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LTE는 2G, 3G 이동통신과 비교해 표준화가 잘 되어 있다. 거의 건드릴 일이 없다. 때문에 기지국간의 호환성도 높아졌다. 삼성의 기지국이건, LG의 기지국이건, 그리고 NSN의 기지국이건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이에 지난 2010년 가을 LG유플러스가 LTE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NSN도 협력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1년 2월 초 SK텔레콤, 가을 KT로 이어졌다.
국내 이동통신사가 NSN의 이동통신 기술과 기지국 품질을 인정해준 결과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성능 테스트(BMT) 결과도 좋았다(웃음).
이동통신의 발전과 NSN의 역할
IT동아: WCDMA, HSPA+, LTE, LTE-A 등. 일반인들은 이것들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저 이동통신 기술이겠거니 생각하는 정도다. 그러고보니 유독 이동통신 업계는 기술명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IMT-2000, PCS, CDMA2000 등. 지금은 LTE로 홍보한다. 사담이 길었다. NSN이 3G, 4G 이동통신 기술 발전에 기여한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조 이사: 혹시 ‘파란책’이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궁금하다. (기자는 고개를 저었다) 하하. 이동통신 업계에서 '파란책'이라고 말하면 엔지니어라면 다 안다. 별다른 뜻은 없다. 책 표지 색깔이 파란색이라 파란책이다(웃음). 이 책은 3G 이동통신 기술 중 하나인 WCDMA UMTS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해리 홀마(Harri Holma)와 안티 토스칼라(Antti Toskala)인데, 이동통신 기술 서적 중 판매량 1위다. 업계에서는 성경처럼 언급하기도 한다. WCDMA 뿐만 아니라, HSDPA, HSUPA, HSPA+, LTE, LTE-A 등 관련 책은 다 집필했다.
두 저자가 NSN에서 근무하고 있다. 간혹 이동통신 기술자들이 NSN 본사에 방문해서 기술적 오류나 발전 방향 등에 어필하곤 한다. 이럴 때 두 저자가 집필 책에 사인을 해서 건네주면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바뀐다(웃음). 본인도 두 저자가 작성한 책을 보고 기술을 배웠다.
두 저자를 언급한 이유는 NSN이 3GPP 이동통신의 표준을 전세계 학계 및 산업계에 많이 알리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한 기업, 한 개인이 독점할 것이 아니라 서로 공유하고 나눠야 한다. 스스로 말하기 조금 어색하지만, 국내는 ‘노란책’도 업계에서 유명하다. 이상근 교수와 본인이 저술한 책이다. 이처럼 엔지니어 그러니까 기술자를 대우하기 위해 노력한다. 해외에서는 회사 내 지위 등도 보장해준다.
가끔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 LTE 관련 강의를 한다. 강의를 하다 보면 삼성전자와 에릭슨LG의 엔지니어들이 와서 듣곤 한다. 경쟁사 기술자의 강연을 듣는 것이다. NSN은 이렇게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숙명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LTE-A와 LTE, 대체 무엇이 다른가
IT동아: 회사 입장은 기술을 공유하지 싫을 것 같은데, 재미있다(웃음). 오는 9월, SKT가 LTE-A 서비스를 국내에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이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LTE를 넘어 LTE-A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LTE와 LTE-A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한데.
조 이사: 사실 두 이동통신 기술의 차이는 거의 없다. 뿌리는 같다. 이미 구현한 기술에 몇 가지 기능을 더 추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간혹 LTE는 진정한 4G가 아니고 LTE-A가 진정한 4G라고 하는데, 두 이동통신의 기술적인 접근은 같다. 개인적으로 LTE는 100점 만점에 95점짜리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완성도가 높은 기술이다. 그리고 LTE-A는 나머지 5점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한 기술이다.
- 참고기사: 새로운 이동통신 규격, LTE - http://it.donga.com/6131/
LTE-A에 추가하는 기술 중 전체적인 전송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CA(Carrier Aggregation)와 MIMO(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다. 이외에 주파수 대역폭 자체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쉽게 설명해서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폭을 늘리거나, 다운로드/업로드 안테나를 늘리는 것이다. 이 기술들은 효율을 높여 전송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한계점에 다다른 전송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이해하기 쉽게 여기 1차선 도로(현재의 주파수 대역폭)가 있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이 도로에 자동차들(데이터 트래픽)이 꽉 막혀 있다. 답답하지 않은가. 이게 현재의 LTE 모습이다. 이에 자동차들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로를 2, 3차선으로 확장했다고 가정하자. 그럼 자연스럽게 자동차들의 속도도 빨라진다. 이게 주파수 광대역화와 CA다. 사실 두 기술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효과는 같기에 이렇게 설명했다. CA는 서로 떨어진 주파수 대역폭을 마치 한 주파수 대역폭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 참고기사: 갤럭시S4는 차세대 LTE, LTE-A를 사용할 수 없다? - http://it.donga.com/14241/
MIMO는 안테나 수를 늘려서 전송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같은 도로지만 고가도로나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셈이다. 현재 LTE는 다운로드 4x4 업로드 1x2를 지원하지만, LTE-A는 다운로드 8x8, 업로드 4x4를 지원한다. 하지만, 안테나를 늘리는 이 방식은 스마트폰 크기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적다. 스마트폰보다 크기가 큰 노트북이나 태블릿PC라면 가능할 수 있겠다. 전문적인 내용이라 자세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안테나를 늘리기 위해서는 일정 간격이 필요하다.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면 안테나 간격을 줄일 수는 있다. 다만, 높은 대역의 주파수는 한 기지국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 좁기 때문에 더 많은 기지국을 개설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IT동아: 이번에 SK텔레콤을 비롯해 이동통신사가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LTE-A는 CA 기술이 핵심인가.
조 이사: 맞다. CA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이번에 SK텔레콤이 공언한 바대로 서비스를 시작하면 전송속도를 기존 최대속도 75Mbps에서 2배 상승한 150Mbps로 높일 수 있다. 다만, 단말기가 CA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 참고로 CA는 MC(Multi Carrier) 기술을 지원해야 할 수 있다.
사실 LTE-A를 위한 기술은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지식은 이미 쌓여 있다. 다만, 기술만 마련되어 있었을 뿐이다. 현실에서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업계가 공존해야 한다. NSN이나 이통사가 CA 기술을 탑재한 기지국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무엇하나. 퀄컴과 같은 통신 칩셋 제조사 해당 기술을 지원하는 통신 칩셋을 내놓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렇듯 서로 조율해 나가야 한다.
물이 떨어진다고 더 많은 물을 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가지고 있는 그릇의 크기가 작다면 받을 수 있는 물의 양은 한정적이다. 그릇이 커져야 많은 물을 받을 수 있다. 그 다음에 떨어뜨리는 물의 양을 늘려야 하지 않겠나.
IT동아: CA, MIMO 이외에 NSN이 보유하고 있는 LTE-A 기술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조 이사: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CA 이후에 가장 빠르게 선보일 수 있는 기술은 CoMP(Coordinated Multi- Point)가 유력하다. CoMP는 셀(Cell) 간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전송 용량을 증대시키는 기술이다. 기지국을 하나 세웠다고 생각하자. 그럼 그 기지국에 연결할 수 있는 지역(커버리지)이 한정적인데 있는데, 이를 셀이라고 한다. 문제는 기지국에서 멀리 떨어져 신호가 약할 경우다. 즉, 셀과 셀 사이에 위치할 경우 통신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셀 가장자리는 주변 셀들의 간섭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셀 간 협력이 있어야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이 CoMP는 최대 전송속도 한계 이상 높일 수는 없다. 떨어지는 전송속도를 보장해주기 위한 기술이다. 한번 더 언급하지만, 사용자가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궁합이 맞아야 한다. NSN이 관련 기술을 먼저 소용이 없다. 단말기 제조사, 통신 칩셋 제조사 등과 맞춰야 한다. 아직은 산업계 전반이 준비가 안되어 있다.
조 이사와의 인터뷰는 어려운 내용이었음에도 어렵지 않았다. 설명이 쉽고 간결했다. 특히,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업계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다양한 시장 상황 등은 귀를 솔깃하게 만들곤 했다(무슨 커다란 비밀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기술은 공유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함께 발전하고 서로 경쟁할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너무 앞서나간 기술은 현재라는 시간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은 책 속에 필요한 내용이 맞을 것이다. 미래의 기술을 탐구하면서 현실과 조율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는 인터뷰 도중 과거 인텔이라는 대기업에서 근무를 하다가 NSN으로 옮겨서 새로움과 도전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도전해야, 발전할 수 있는 법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