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윈도8.1은 위기에 처한 윈도8을 구해낼 수 있을까?
진퇴양난, 지금 윈도8의 모습이 그렇다. 태블릿PC 시장을 정복하고자 야심 차게 내놨지만 정작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고, 기존 윈도 사용자마저 UI(사용자 환경)가 생소해서 따라오질 못한다.
시장조사기관 넷애플리케이션즈는 지난 5월 전체 PC 시장 운영체제 점유율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윈도8의 점유율은 4.27%. 4월 점유율 3.84%보다 조금 늘었지만, (실패했다고 평가 받는) 윈도 비스타의 4.51%만 못한 수치다. 출시한지 8개월이 넘은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전체 PC 시장이 침체기라 윈도8도 덩달아 고전했다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조금 다르다. IT 매체와 시장조사기관이 이구동성으로 떠드는 것과 달리 PC 시장의 상황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오히려 조금씩이나마 성장하는 추세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마저 최소한 3년 간은 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PC 시장 침체기 설은 '오히려 윈도7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넷애플리케이션즈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윈도7의 점유율은 매달 0.1~0.3%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윈도8의 진짜 문제는 뭘까. 너무 욕심을 부렸다로 요약할 수 있겠다. 새롭게 떠오르는 태블릿PC 시장을 잡으려다 손안의 기존PC 시장마저 놓쳐버린 모양새다.
문제는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모던UI(메트로UI)다. 모던UI는 시작 버튼과 모든 프로그램 창을 대체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8에 도입한 새로운 UI다. 윈도8과 기존 윈도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아이콘(icon)을 버리고 큼지막한 타일(tile)을 택했다. 때문에 정교한 입력이 곤란한 손가락으로도 잘못된 입력이 적다. 태블릿PC에 어울리는 직관적인 조작체계인 것만은 분명하다.
MS는 사용자들이 모던UI의 직관적인 입력방식에 금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마우스와 키보드에 익숙한 기존 PC 사용자들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제아무리 직관적이라도 익숙한 방식만은 못하다. 사라진 시작버튼에 사용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게다가 모던UI는 터치스크린(태블릿PC)에선 편리할지 몰라도 마우스와 키보드(PC)에선 불편하고 직관적이지도 않다. 일단 타일이 크다 보니 커서(Cursor) 움직임의 동선이 크다. 마우스 휠을 세로로 굴리는데 화면은 가로로 움직인다. UI를 설계할 때 마우스와 키보드라는 기존 조작 방식을 별로 고려하지 않은 흔적이다.
시작 버튼이 돌아오다, 윈도8.1
결국 MS는 PC 사용자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6월 26일 열리는 MS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공개할 윈도8.1 프리뷰 버전이 그 증거다.
윈도8.1은 윈도8을 개선한 운영체제다. 예전의 서비스팩과 진배없다. 윈도8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올해 하반기부터 윈도 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보안 개선에 그쳤던 서비스 팩과 달리 상당히 많은 점이 변한다. 일단 마우스와 키보드 사용자를 위해 다양한 부분을 개선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시작 버튼이 부활한 것. 언제나 화면 좌측 하단에 시작 팁 버튼이 보이며, 바탕화면에서도 상시 보이게 된다. 해당 버튼을 누름으로써 사용자는 모던UI화면에 즉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부팅 시 모던UI 화면이 나타날지, 바탕화면이 나타날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추가된다. 윈도8에선 오직 모던UI 화면만 나타났다. 여기에 시작하자마자 특정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옵션을 추가했다. 키오스크(Kiosk, 옥외 전광판)를 위한 기능이다.
또한 마우스 이동 동선을 해결하기 위해 타일크기를 보다 세분화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의 최소 크기에서 1/4까지 줄일 수 있다. 기존 아이콘과 비슷한 크기다. 여기에 여러 개의 타일을 한꺼번에 선택해 이동, 변경, 삭제, 타일크기 수정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바로가기의 위치를 수정했던 것과 유사한 기능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다.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스카이 드라이브와 연동이 강화되고, 애플리케이션(앱)을 이름, 설치된 날짜, 사용 빈도 등으로 정렬해 특정 앱을 추려낼 수 있게 된다. 더욱 빨라진 웹 브라우저 인터넷익스플로러11도 추가되며, 윈도 스토어에서 앱에 관한 상세한 설명을 볼 수 있게 된다.
멀티태스킹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한 화면에 3개의 앱을 띄울 수 있으며(기존엔 2개까지 가능했다), 제어판에 진입하지 않고 화면 오른쪽 참바(모던UI 전용 아이콘 모음)에서 환경 설정 대부분을 변경할 수 있다.
생각건대, 윈도8.1은 PC 사용자가 모던UI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MS는 결코 모던UI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시작 버튼이 아닌데…
개선점을 살펴보면 MS 역시 윈도8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윈도8의 가장 큰 문제, 다름아닌 상이한 두 개의 사용자 환경이 하나의 운영체제에 공존하는 점이다.
현재 윈도8은 '모던UI'라는 태블릿PC용 사용자 환경과 '데스크톱'이라는 PC용 사용자 환경(기존 윈도의 사용자 환경이기도 하다)이 공존한다.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앱 실행, 관리는 모던UI가, PC 환경 설정 및 기존 윈도용 앱 실행, 관리는 데스크톱이 담당한다.
때문에 사용자는 양 사용자 환경을 번갈아 가며 접해야 한다. 하지만 양 사용자 환경 가운데 어느 쪽을 써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태블릿PC에서 사용하려면 데스크톱이, PC에서 사용하려면 모던UI가 발목을 잡는다. MS의 태블릿PC 서피스조차 화면을 고정하는 등 제품의 기능을 상세히 조작하려면 데스크톱에 진입해야 한다. 직접 제작한 제품마저 상황이 이렇다.
MS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MS는 PC 사용자를 고스란히 태블릿PC로 끌어들이고 싶었을 것이다. 한데 현실은 PC 사용자의 혼란만 초래했다.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양 사용자 환경을 분리해야 한다. PC에선 데스크톱 화면만, 태블릿PC에선 모던UI 화면만 나타나게 해야 한다. 양쪽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사용자가 필요할 때만 오갈 수 있어야 한다. PC 사용자가 모던UI에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업데이트로는 사용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 빠른 부팅속도, 강화된 보안, 안정적인 앱 실행능력 등 차세대 운영체제로써 뛰어난 점이 많은 윈도8을 이대로 사장시키기엔 너무나도 아깝지 않은가.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