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나와라 뚝딱, 옷 나와라 뚝딱! '3D 프린터'가 뭐지?
프린터로 원하는 물건을 만든다?
요즘 TV나 인터넷에서 '3D 프린터'라는 용어가 자주 나온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3D 프린팅 기술을 가리켜 '제3의 산업혁명'이라 평가해 이슈가 되었다. 최근에는 권총을 만들 수 있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렇다면 3D 프린터는 과연 어떤 기기일까?
3D 프린터는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녹여 잉크로 사용해 3차원 물체를 제작하는 프린터를 말한다. 기존 프린터가 PC에 있는 문서를 바탕으로 글이나 사진을 종이 인쇄하는 것과 달리, 3D 프린터는 3차원 도면을 바탕으로 그릇, 신발, 장난감과 같은 물건을 만들어낸다. 마치 찰흙을 이용해 도자기를 빚는 것처럼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입체형 물체를 만든다. 도면과 재료만 있으면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3D 프린팅 기술은 '21세기의 연금술'이라 불리기도 한다.
사실 3D 프린팅은 이미 1980년대 말부터 제품 생산 현장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데 주로 이용됐던 기술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약 300~1,000만 원대의 보급형 제품(산업용 3D 프린터 가격은 수억 원 대)이 등장하며 일반인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3D 프린터는 점차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기업용 3D 프린터 가격이 2016년 2,000달러 이하(한화 약 220만 원)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D 프린팅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
3D 프린터는 고고학, 화학, 수학, 의료, 우주, 건축, 예술, 애니메이션, 의류, 식품, 산업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일반인이라면 가정용 3D 프린터를 이용해 장난감, 그릇, 의자, 과자, 옷 등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각종 모형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3D 프린터는 제품 개발 및 시제품 제작을 하는 창업자들에게 유용하다. 실제로 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는 있지만 제품을 직접 만들기 어렵다는 점에서 난관을 겪기도 한다. 이 경우 3D 프린터를 이용해 원하는 부품을 만들어 조립할 수 있겠다.
고고학 분야에서는 유물을 복원하는 데 3D 프린터를 활용할 수 있으며, 건축 분야에서는 건물이나 단지 모델링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다. 우주 개발 분야에도 활용된다. 지난 2월 영국 BBC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과 영국 건축설계업체 포스터 앤 파트너스는 3D 프린터를 사용해 달의 남극점 표면에 기지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3D 프린터는 특히 의료 분야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코넬대 연구팀은 3D 프린터로 인공 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콜라겐과 연골 세포가 들어 있는 바이오잉크로 귀를 제작한 것. 인공 귀는 살아 있는 세포로 만들었기 때문에 몸에 이식하면 자랄 수 있다. 전문가들은 3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 피부와 인공 관절, 심장 등을 만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백정환 교수는 부비동암을 앓는 환자들을 수술할 때, 3D 프린터를 활용해 얼굴이나 눈이 함몰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했다고 5월 21일 밝혔다. 부비동암 수술은 암이 퍼진 얼굴의 골격을 절제한 후 다른 부위의 뼈나 근육을 이식해 기존의 얼굴 골격을 대신하는 치료다. 백 교수는 환자의 3D 프린터를 이용해 수술 부위 골격을 모형물로 만들고, 이 모형물로 수술 중 예상되는 얼굴 골격 절제 범위를 미리 확인했다. 또한 절제 부위의 뼈 두께와 구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수술할 수 있었다. 반면, 기존 영상의학검사 자료에만 의존해 수술할 경우 얼굴 골격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힘들어 부정교합이 발생할 수 있었다.
3D 프린터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5월 2일 '미래 산업을 바꿀 7대 파괴적 혁신 기술' 보고서를 통해, 7대 혁신기술 중 하나로 3D 프린팅 기술을 꼽았다.
이러한 가능성을 본 선진국들은 현재 3D 프린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3D 프린팅 기술을 극찬하며 3D 프린터 연구 개발 허브를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전문 미디어 두두차이나에 따르면, 중국도 3D 프린터 기술 연구에 총 4,000만 위안(한화 약 71억 원)을 투자한다고 5월 6일 밝혔다.
3D 프린터 권총? 악용 우려
하지만 이 좋은 기술도 악용될 염려가 있다. 최근 미국의 무정부주의 조직 디펜드디스트리뷰티드 그룹이 3D 프린터로 권총을 만들어 시험발사에 성공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권총 설계도면도 공개됐다. 미국 정부가 설계도 삭제를 지시했지만, 파일 다운로드 건수는 이미 10만 건을 넘어섰다.
가정용 3D 프린터로 만든 총기는 정교함이 떨어져 사실상 사용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하루빨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에 따르면 산업용 3D 프린터로 복사를 하면 실제 발사되는 권총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작권 침해 문제도 염려된다. 가령 범죄자들이 각종 문화재나 예술품의 도면을 해킹해 모조품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책이 마련되어야겠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