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노는 우리만의 놀이터, 폐쇄형 SNS에 주목하자

윤리연 yoolii@itdonga.com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뭐" 직장인 윤모 씨(24, 여)가 직장 상사에게 들은 말이다. 얼마 전, 윤 씨는 남자친구와 다툰 후, 페이스북에 '그만 둔다, 내가 진짜' 란 글을 올렸다. 다른 사람들에게 일종의 '위안'을 받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회사 그만두려는 거야?', '불만 있으면 나한테 와서 얘기하지, 내가 그렇게 불편해?' 등의 귀찮은 말뿐이었다. 피로를 풀려고 시작했던 SNS가 오히려 피로를 얹어주고 있는 꼴이었다. 결국, 윤 씨는 웬만하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기존 SNS는 대부분 개방성을 기반으로 한 관계 맺기가 기본이다. 하지만 지나친 개방성으로 인해 윤 씨처럼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용자들도 적지 않다. 최근 이러한 SNS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좀 더 특정한 사람들, 가까운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폐쇄형SNS'가 인기다.

이곳에선 원치 않는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되고, 특정인들에게만 사적인 일, 위안받고 싶은 일 등을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다. 직장 상사는 물론 친하지 않은 지인은 '내 얘기'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마음껏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좀 더 깊고 돈독하게 내 사람들을 챙기고 싶다면, 아래와 같은 서비스를 추천한다.

우리끼리 테마 있는 그룹 결성, 지인 초대형 SNS

소규모 밴드 결성, NHN의 '밴드'

포탈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출시한 '밴드'가 그 중 하나다. 밴드는 친지나 지인을 소규모로 묶어주는 서비스로, 철저하게 아는 관계에만 초점을 맞췄다. 사용자는 특정 모임을 위한 공간을 개설해 지인들을 초대한 후 글과 사진 등을 올리며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절친한 동창과의 모임, 며느리 모임, 취업 스터디 모임 등이 그러하다. 게시판과 사진첩, 채팅방, 일정, 주소록 등이 준비돼 있으며, 게시판의 '투표'를 이용하면 구성원의 의견을 알아보는 질문도 남길 수 있고, 댓글도 쓸 수 있다.

네이버 밴드
네이버 밴드

이렇게 밴드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 달리 '친밀도'에 따라 별도의 그룹으로 분류해 각 그룹과 개별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히 폐쇄형 SNS다. 밴드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카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의 연동도 지원한다. 사용자는 카톡, 페이스북등으로 밴드 초대장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전화번호부 친구 외에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것도 장점.

iOS,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물론, 웹 버전도 지원한다.

다음 카페가 앱으로 돌아왔다? 다음의 '캠프'

다음이 내놓은 '캠프'도 눈에 띈다. 주소록에 저장된 지인과 오프라인 모임의 인맥을 모바일에서 이어갈 수 있는 서비스다. 다음 카페를 모바일 버전으로 만든 느낌. 네이버의 밴드보다 커뮤니티의 성격이 큰 것이 특징이다. 밴드가 지인을 기반으로 했다면, 캠프는 관심사 기반의 서비스이기 떄문. 실제로, '갤럭시노트를 쓰는 사람들', '취업 준비생', '영어 공부로 대학가자' 등 특정 관심사 중심의 캠프가 많다.

다음의 캠프
다음의 캠프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알림을 넣거나 의견취합용 투표도 넣을 수 있다. 지도 기능을 활용해 위치에 따라 캠프를 개설하거나 검색할 수 있는 점이 독특하다.

캠프를 사용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과 연계해 지인들을 초대할 수도 있다. 지인 말고도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인맥을 만들 수 있도록 도운 것. 함께 공유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였다는 점에서 '버티컬SNS'라 부를 수도 있다.

iOS,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앱은 지원하나, 웹 버전은 지원하지 않는다.

우리끼린 이렇게 통한다, 크로시스의 '우리끼리'

지인들을 초대해 일상을 나누는 크로시스의 '우리끼리'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다. 기존 SNS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프로필(자기 소개)을 보여줘야 했다면, 우리끼리는 설정 그룹에 따라 자기 소개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그룹 내 지인이 올린 글이나 사진 등에 댓글을 달거나, 각자의 일정을 공유할 수 있다.

가족 혹은 연인과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기념일을 등록해 공유하거나, 약속 장소에 대한 지도도 공유할 수 있다.

iOS,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앱은 지원하나, 웹 버전은 지원하지 않는다.

밴드, 캠프, 우리끼리 등 위 같은 서비스가 메신저 단체 채팅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지적도 있다. 단체 채팅은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공유하는 점은 비슷하지만, 폐쇄형SNS는 모든 콘텐츠가 SNS 형태로 기록된다는 점이 다르다. 서로 언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후에 들춰볼 수도 있고, 특정 주제와 관련해 얘기할 수 있어 잡담, 불필요한 말 등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 가족, '가족 SNS'로 더욱 돈독해진다

'가족'을 중심으로 묶어주는 서비스도 있다. 한시간컴의 '패밀리북'이 그러하다. 패밀리북은 친가, 외가, 처가, 시가 등으로 구분해 원하는 가족 그룹을 만들 수 있고, 각 가족 그룹에 구성원을 초대할 수 있다. 그룹 내 구성원끼리 글과 사진 등을 올리며 추억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

패밀리북
패밀리북

가족 대소사를 깜빡 할 염려도 없다. 부모님 생신, 제사, 결혼기념일은 물론 주말 가족 식사까지 일정을 등록해 공유할 수 있으며, '가족도' 기능으로 몰랐던 먼 친척의 호칭도 새롭게 알 수 있다.

외로운 기러기 아빠, 일년에 한 두 번 보는 게 고작인 먼 친척 등 그리운 가족들의 일상과 추억을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SNS다. iOS,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앱은 지원하나, 웹 버전은 지원하지 않는다. 패밀리북과 비슷한 가족 SNS로 미국의 '패밀리리프(Family Leaf)', '패밀리월(FamilyWall)' 등이 있다.

너랑 나만 아는 이야기, 커플 위한 SNS

너랑 나 사이, '비트윈(Between)'으로 잇는다

연인을 위한 SNS, '비트윈(Between)'도 있다. 채팅, 쪽지 기능은 물론 사진 앨범, 기념일 등록 및 공유기능도 지원한다. 연인과 교환일기를 주고받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서비스다. 약속 장소나 시간 등을 손쉽게 적도록 메모장 기능도 갖췄다.

비트윈
비트윈

두 사람만을 위한 서비스인 만큼 모든 내용은 철저히 암호화돼 안심할 수 있다. 사진을 올리면 자동으로 날짜순으로 정렬돼 매우 편리하다. 사진앨범에서 즐겨찾기로 표시한 사진만 따로 볼 수 있는 '추억상자'도 새롭다. 남자 사용자도 좋아할 만하다. 여자 친구 생일, 100일/1주년 등 중요한 기념일을 알림으로 받아볼 수 있어 깜빡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벤트 상자'로 상대방에게 깜짝 선물을 할 수도 있다.

iOS,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앱은 지원하나, 웹 버전은 지원하지 않는다.

비트윈보다 독특해, '쿠키(Kooki)'

좀 더 재밌는 커플 SNS, '쿠키(Kooki)'도있다. 쿠키는 사용자에게 연인과 활동하는 공간인 '커플스퀘어'와, 혼자서 활동하는 공간인 '솔로스퀘어', '프리스퀘어' 등을 지원한다. 개방형과 폐쇄형을 적절히 섞은 혼합형 SNS인 셈. 연인과 둘만의 공간으로는 폐쇄형SNS 성격을 갖지만, 다른 이와도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개방형SNS의 성격도 갖는다.

쿠키 앱
쿠키 앱

솔로스퀘어는 혼자서 활동하는 공간이다. 커플스퀘어는 연인과 활동하는 둘 만의 공간으로, 기념일, 채팅 기능 등이 기본으로 갖춰져 있다. 프리스퀘어는 어느 한 공간에 속하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공간이다. 다른 커플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하거나 나의 연애고민을 여러 사람에게 상담 받고 싶을 때 이용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다른 쿠키 사용자들의 글과 사진 등에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시할 수도 있다.

iOS,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앱은 지원하나, 웹 버전은 지원하지 않는다.

내 사람들과 원하는 얘기만 하고 싶다면……

기존 SNS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개방성이 특징이다. 게다가 의견 확산 속도도 빠르다.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기업 기밀 유출 등 보안에 취약한 점은 기존 SNS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다. 이제껏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부담, 얕은 인맥 관리 등으로 기존 SNS에 피로를 느꼈다면 위 같은 폐쇄형SNS가 어떨까. 특정 지인들하고만 얘기할 수 있어 기존 SNS에 비해 부담이 덜 간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맛은 없지만, 기존 내 인맥과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글 / IT동아 윤리연(yoolii@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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