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안 노하우 - 고객 중심의 제안서
제안 성공 노하우 13. 고객 중심의 제안서
이번 칼럼은 쉬플리 한국지사 컨설턴트들이 치열한 제안 전쟁에서 깨달은 노하우를 담았다. 쉬플리코리아 측은 '철저한 이론 무장과 검증된 방법론만이 제안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다'라고 전했다.
'고객 관점(Customer Focused)'은 누구나 알고 있고,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은 고객 관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한다면 대부분의 비즈니스맨들은 "당연하죠!"라고 대답할 것이다.
필자(쉬플리코리아 김용기 대표)가 몸담고 있는 쉬플리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정한 고객 중심(Customer Focus)의 커뮤니케이션(제안서)은 무엇일지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번 칼럼은 그 결과물로, 고객 중심의 제안서 작성 원리를 쉬플리 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맞게 수정한 내용이다.
'고객 관점의 제안서는 일반문서와 어떻게 다를까? 좋은 제안서의 기준은 문화적 배경이나 산업, 환경의 차이에 따라 다를까?'
쉬플리는 이 질문에 대답하고자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맨들에게 5개의 제안서 요약본(Executive Summary)을 주고 순위를 매겨 보도록 했다. 2페이지 분량의 5개 제안서 요약본은 문서에 담긴 콘텐츠와 양식 등은 동일하고 문장을 기술하는 방식과 구조만 달랐다. 물론 5개의 제안서 요약본은 동일한 제품과 서비스를 동일한 고객에게 동일한 판매자가 판매한다는 가정으로 작성됐다.
실험은 북미(미국, 캐나다), 유럽(영국, 스웨덴), 남미(브라질, 멕시코), 아시아 등 6개 대륙에서 25개 국가의 1,00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놀랍게도 실험 결과는 문화에 상관없이 동일했다.
1. 70%의 사람들이 동일한 문서를 최고의 고객 관점으로 선정했다
2. 점수의 순위는 지역/문화적 차이에 상관없이 일관성을 가졌다
3. 최저 점수를 받은 문서 선정에 대해서도 70%의 참가자들이 동일한 답을 내렸다
4. 참가자들의 약 절반 가량은 그들이 순위를 매긴 이유에 대해, 제안서의 내용보다는 제안서 작성의 구조나 형식 같은 기계적 측면을
언급했다
쉬플리는 이 연구를 통해 고객 관점의 제안서의 8가지 특징을 정의했다.
1. 고객 조직의 비전을 언급하라
2. 고객의 비전과 이번 구매 건을 연계하라
3. 고객의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제안하라
4. 핵심 이슈가 고객으로부터 나왔음을 명확히 하라
5. 서론의 목록에 나열된 순서대로 고객의 핵심 이슈를 본론의 제목으로 사용하라
6. 판매자보다 고객을 주어로 사용하라
7. 판매자보다 고객을 더 많이, 자주 언급하라
8. 특징보다는 효용을 중심으로 기술하라
1. 고객 조직의 비전을 언급하라
대부분의 제안서는 제안요청서(RFP)의 몇 단락을 복사하는 수준에서 고객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하지만, 이는 누구나 하는 일이다. 그보다는 고객의 비전을 명확히 언급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세일즈 팀들이 기술적 측면에서는 고객의 요구조건을 잘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이기는 제안을 하는 세일즈 팀은 이를 뛰어넘어 '고객의 비즈니스를 최고로 잘 이해하는' 조직이었다. 그들은 제안요청서 상의 공식적인 요구 조건(Formal Requirements) 뿐만 아니라 고객이 미처, 혹은 차마 말하지 못하는 요구(Unstated Requirement)까지 충족하고자 노력한다. 고객의 비전을 명확히 언급하는 것은 고객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지름길이다.
다음은 실제 제안서의 일부 문장을 비전을 언급한 문장으로 수정한 사례다.
[사례]
2008년 근로장려 세제 제도(EITC)가 시행됩니다.
→ 2008년부터 국세청은 근로자의 실질소득 상승과 빈곤층의 실업률 감소를 목표로 근로장려 세제 제도(EITC)를 실행합니다.
이 제안을 국세청장 입장에서 받는다면 어떤 문장이 설득력이 높을까. 국세청장의 관심은 제도와 시스템이 아닌, 근로자의 실질 소득을 높이고 빈곤층의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다.
2. 고객의 비전과 이번 구매건을 연계하라
이번 구매 건이 고객의 비전 달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나타내야 한다. 이는 고객이 우리를 선택하는데도 영향을 미치지만, 구매 결정 이후에 조직 내에서 여러 프로젝트 중 실행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도 유리하게 영향을 미치고 실행력을 높일 것이다.
[사례]
소득파악 시스템의 목표는 소득관련자료의 정확한 수집 및 구축입니다.
→ 소득파악 시스템을 통해 소득파악율이 향상돼 추가재원을 확보하게 되므로, 근로층의 실질소득 증가와 빈곤층의 감소에 기여하게 됩니다.
3. 고객의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제안하라
고객의 핵심 이슈를 바탕으로 제안을 하면 '제안사(자신의 회사)의 솔루션'이 아니라 '평가자(고객)의 요구'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안은 고객의 이슈가 아니라 자신의 솔루션이 얼마나 좋은지 그 장점(Advantages)만을 중심으로 기술되곤 한다.
고객의 핵심 이슈를 언급하기 위한 방법은
① 알고 있는 고객의 모든 이슈들을 나열해 보라
② 2개~4개로 Grouping하라
③ 핵심 이슈를 고객의 언어로 다시 진술하라
[우수 사례]
가산삼림은 삼림 관리를 위한 경비행기 20대를 구두로 요청했습니다.
지난 7월 14일 미팅에서 삼림관리팀과 구매팀의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니즈를 말씀했습니다.
- 운반 및 이동이 가능해야 함
- 관측과 커뮤니케이션 조건을 모두 갖춘 플랫폼
- 운행이 간편하고 안전해야 함
- 야지에서 조립과 유지보수가 가능해야 함
4. 핵심 이슈가 고객으로부터 나왔음을 명확히 하라
대부분의 제안서는 고객의 이슈가 무엇인지를 막연히 기술하지만, 고객의 이슈를 가장 효과적으로 기술하는 방법은 바로 그 이슈가 고객으로부터 나왔음을 명확히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례]
일반적인 방법:
이상적인 항공기는 다음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효과적인 방법:
지난 7월 14일 미팅에서 삼림관리팀장과 구매팀장이 제기한 주요 니즈는 다음과 같습니다.
5. 서론의 목록에 나열된 순서대로 고객의 핵심 이슈를 본론의 제목으로 사용하라
서론에서 고객의 핵심 이슈를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하고, 본론에서 핵심 이슈를 하위 제목으로 사용하라.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에서 서론의 목차와 본론의 하위 제목은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이는 고객의 제안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제안사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를 높인다.
6. 판매자보다 고객을 주어로 사용하라
당신이 작성한 제안서의 문장 속 주어는 주로 누구인가? 필자가 컨설팅을 통해 검토한 대부분의 제안서는 제안사가 문장의 주어로 되어 있다. 그러나 주어는 고객이 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왜 그럴까? 고객이 주어가 되면 자연스럽게 고객의 요구와 솔루션을 통해 얻게 될 고객의 효용이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제안사가 주어가 되면 제안사의 솔루션과 특징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례]
우리 회사의 솔루션은 국내 최초로 도입된 비용 절감 프로그램입니다.
→ 귀사는 우리의 솔루션을 통해 20%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7. 판매자보다 고객을 더 많이, 자주 언급하라
당신이 작성한 제안서를 놓고 제안사와 고객사가 몇 번씩 나오는지 세어 보라. 이를 보면 작성한 제안서가 얼마나 고객 중심으로 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필자가 컨설팅을 통해 분석해 본 결과, 국내 제안서 대부분은 제안사의 장점을 언급하기에 바쁜 나머지 제안사가 자주 언급되고 있었다. 사례는 다음과 같다.
[사례]
글로벌 IT 회사 – 제안사: 28회 언급, 고객사: 41회 언급
국내 일류 IT 회사 – 제안사: 27회 언급, 고객사: 2회 언급
8. 특징보다는 효용을 중심으로 기술하라
고객이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 우리가 무엇을 파는지, 우리 솔루션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다. 고객들의 관심은 그 솔루션을 통해 자신들이 어떤 효용을 얻을 수 있는지에 있다. 고객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하는 효용을 산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라.
[사례]
우리 콜센터 아웃소싱 시스템은 최대 용량과 최첨단 아키텍쳐를 적용했습니다.
→ 고객사는 우리 콜센터 아웃소싱 시스템의 최대 용량과 최첨단 아키텍쳐를 통해 20% 비용절감을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6~8번 목록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특히 고객이 주어가 되어야 효용이 강조된다는 점에 주목하라. 이기는 제안서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 중심의 제안서'라는 것이다. 지는 제안서는 '고객 중심의 제안서' 가 아닌 '제안사, 솔루션 중심의 제안서'이다. 즉 제안에서 이기려면 고객의 니즈와 가치를 중심으로 제안서를 작성해야 한다.
글 / 쉬플리코리아 김용기
편집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쉬플리코리아
쉬플리코리아(대표 김용기, http://www.shipleywins.co.kr)는 제안 및 입찰 전문 컨설팅 기업인 '쉬플리'의 한국 지사이며, 국내 유수의 방위 산업체에 제안과 관련된 각종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쉬플리코리아 김용기 대표
김용기 대표는 7년 간 컨설팅 회사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쉬플리 아시아 퍼시픽과 함께 2008년 4월 쉬플리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현재 국내 유수 방위 산업체 및 7개 기업에 20여 개 제안 프로젝트를 시행했으며, 80% 이상의 높은 사업 수주 효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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