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200만 원? 하지만 그럴 이유 있는 모니터 '델 U3014'
시중의 모니터는 보통 20~40만 원 선이다. 30인치 대형 모니터도 70만 원을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가끔 예외는 있기 마련. 이번에 리뷰할 델의 30인치 모니터 'U3014'가 이에 해당한다.
U3014의 가격은 200만 원에 이른다. 어지간한 40인치 HDTV 못지 않다. U3014는 왜 이렇게 비싼 걸까. 답은 U3014가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지원하는 전문가용 모니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용 모니터란 말 그대로 영상물을 제작하는 전문가들을 위해 나온 모니터를 뜻한다. 이런 제품의 최대 특징은 변형이나 과장이 없는 원본 그대로의 색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위해 매우 다양하고 섬세한 색상 조정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색상 교정 기능을 '모니터 캘리브레이션(monitor calibration)'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모니터가 화면 밝기, 명암, 색온도 정도만 조절할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용 모니터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다가 기술자가 제품을 일일이 검수해야 한다. 일본의 에이조(Eizo)라는 기업이 이러한 기술 및 기술자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만큼 에이조의 제품은 전문가용 모니터 시장에서 강세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전문가용 모니터 시장에 델이 출사표를 내밀었다. U3014는 모니터 캘리브레이션 기능과 30인치 크기의 광시야각 IPS(In- Plane Switching) 패널을 탑재했고, DVI-D, DP(Display Port), 미니DP, HDMI(1.4버전) 등 다양한 단자를 내장한 최고급 모니터다. 또한 최대 2,560x1,600(WQHD 16:10 화면비) 해상도를 지원하며, USB 3.0 단자, SD카드 리더, HDMI로 들어온 소리 신호를 출력하기 위한 3.5mm 오디오 잭 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가격도 동급 에이조의 제품보다 100만 원 이상 저렴하다. 절대적인 가격은 높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론 저렴한 셈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이란?
앞서 이야기한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이란 사진, 그림 등 인쇄한 결과물과 모니터에 표시되는 색상간 괴리를 최대한 줄이는 작업이다. 사진이나 인쇄 등을 업으로 하는 사용자들에게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실행하려면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지원하는 모니터, 캘리브레이터,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U3014에는 모니터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제어하기 위한 전용 프로그램 'Dell Color Calibration Solution'이 동봉돼 있다. 캘리브레이터를 PC에 연결한 후 Dell Color Calibration Solution을 실행하면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실행할 수 있다.
U3014는 Xrite사의 캘리브레이터 '아이디스플레이 프로'를 지원한다.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캘리브레이터 '스파이더'를 지원하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성능 면에선 아이디스플레이 프로가 더 낫다고 평가 받고 있다).
Dell Color Calibration Solution은 sRGB, AdobeRGB 등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색공간뿐만 아니라 Rec709, DCI-P3 등 동영상 제작/편집 업계에서 사용하는 규격도 지원한다. 다시 말해 U3014는 사진/인쇄 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동영상 편집 업계 종사자에게도 적합한 제품이라는 뜻.
일반적인 모니터를 사용하더라도 색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그래픽카드의 출력 값을 조절하는 ‘소프트웨어 캘리브레이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색상이 일부 왜곡되고 계조(Gradation)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U3014는 공장에서 전문가가 일일이 색교정을 했다는 증거인 색상 교정 보고서를 함께 제공한다. 굳이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하지 않아도 상당히 정확한 색상을 재현한다는 의미다.
CCFL은 잊어라, 이제 30인치도 LED 백라이트 시대
시중의 30인치 모니터 대다수는 CCFL 백라이트를 사용한다. 화면이 크다 보니 LED 백라이트로 균일한 화면 밝기를 제공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U3014의 전작 U3011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U3014는 백라이트를 LED로 교체했다. 때문에 평균 소비전력을 110W에서 60W로 크게 낮출 수 있었다(최대소비전력은 250W→120W). 소비전력은 줄었지만 화면 밝기는 350 칸델라로 오히려 늘어났다. 이미지를 확인할 때 어두운 부분까지 색상 별로 또렷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한달 가까이 사용해본 결과 그 밝기와 크기 그리고 해상도에 압도당했다. 한 화면에 웹 브라우저와 문서 작성 프로그램을 함께 띄워놔도 오히려 공간이 남았다. 동시에 여러 작업 창을 띄울 수 있으니 업무의 효율성이 한층 증가한 느낌이다.
크고 단단한 외관
U3014는 한눈에도 단단해 보인다. 비록 본체를 플라스틱으로 구성했지만 어긋남 없이 정교하게 맞물려있다. 무반사 채색을 해 어떤 장소에 배치해도 고급스럽게 조화된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부드러운 곡선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론 상당히 뛰어난 디자인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크기 때문에 베사(VESA) 마운트 홀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대신 전용 스탠드 암을 제공한다. 30인치 모니터를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지탱한다. 전용 스탠드 암은 높낮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엘리베이션&틸트) 화면을 좌우로 돌리는 기능을 지원한다(스위블). 다만 화면을 세로로 세우는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피봇). 화면을 세로로 세우고 싶다면 별도로 판매하는 전용 스탠드를 구매해야 한다.
제품 좌측에는 SD카드 리더와 USB 3.0 단자(X2)를 내장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카메라에서 SD카드를 빼서 바로 연결할 수 있고, 마우스, 키보드, USB 메모리뿐만 아니라 캘리브레이터도 편리하게 연결할 수 있다.
생각건대 모든 사용자에게 U3014를 추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당한 가격의 전문가용 모니터를 원하는 사용자 또는 고품질의 대형 모니터를 원하는 사용자라면 U3014를 눈여겨봐도 좋을 듯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시중의 30인치 모니터 가운데 U3014보다 뛰어난 제품은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