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이번에야말로 스마트폰에 '인텔인사이드' 심을까
인텔은 두말할 나위 없이 유명한 반도체 업계의 '골리앗'이다. 하지만 유독 이 인텔이 '다윗'이 되는 분야가 있었으니 바로 스마트폰, 태블릿PC로 대표되는 이른바 '스마트 기기' 시장이다. 2013년 현재 스마트기기 시장은 ARM사의 아키텍처(설계 및 구동 방식)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서가 절대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의 프로세서는 성능이 높아 PC에는 적합하지만, ARM 계열 프로세서보다 전력 소모가 높아 스마트 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을 듣곤 했다. 하지만 이런 인텔이 성능은 물론, 전력효율까지 개선된 새로운 프로세서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올 연말에 본격 출시될 '실버몬트(Silvermont)' 아키텍처 기반의 신형 아톰 프로세서가 그 주인공이다. 7일, 인텔코리아는 실버몬트 기반 아톰의 특징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모는 줄어든 실버몬트 기반 신형 아톰
이날 행사의 시작을 알린 인텔코리아의 이희성 대표는 이번 신형 아톰 프로세서의 의의를 설명했다. 신형 아톰의 등장으로 인해 인텔은 서버나 워크스테이션 같은 기업용 컴퓨터부터 울트라북이나 데스크탑과 같은 일반PC, 그리고 태블릿PC나 스마트폰과 같은 스마트 기기를 포함하는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기업이 되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번에 발표된 실버몬트 아키텍처는 22nm(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 미세 공정으로 제조되며, 이를 적용한 신형 아톰은 기존 아톰에 비해 최대 3배의 성능 및 최대 5배의 전력 효율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실버몬트 기반 아톰은 태블릿PC용(코드명 베이트레일)과 스마트폰용(코드명 메리필드) 외에도 서버용(코드명 아보톤), 네트워크 장치용(코드명 랭글리) 등의 라인업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지원하는 기기가 다양할 뿐 아니라 윈도, 안드로이드, 리눅스 등 여러 운영체제와 호환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이희성 대표는 밝혔다.
틱톡 전략, 이젠 아톰에도 적용된다
향후 아톰 제품군의 출시 전략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었다. 참고로 인텔은 현재 제조 공정을 향상시킨 완전한 신제품 출시 1년 후에 공정은 그대로 두고 아키텍처만 개선한 개량품을 출시하고, 또 1년 후에 새로운 공정의 제품을 출시하는 흐름을 이어가는 이른바 틱톡(Tick Tock)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다만, 이는 PC용 프로세서인 코어(core) 시리즈에만 주로 적용되었는데, 이제부터는 아톰 시리즈에도 틱톡 전략을 본격적으로 적용한다고 한다.
올해 말 22nm 공정의 실버몬트 아키텍쳐 아톰을 출시한 후, 1년 후에 14nm 공정의 '에어몬트(Airmont)' 아키텍처의 아톰, 그리고 또 1년 후에는 개선된 아키텍처의 14nm 공정의 아톰(코드명 미정)이 등장할 예정이라고 이희성 대표는 밝혔다.
듀얼코어가 쿼드코어를 압도할 수 있는 이유?
실버몬트 기반 아톰의 구체적인 성능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브리핑을 담당한 인텔코리아의 최진욱 상무는 신형 아톰은 기존의 아톰에서 쓰던 '인 오더(in order)' 방식이 아닌 '아웃 오브 오더(out of order)' 방식의 실행 엔진을 적용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연속적인 데이터 처리 시에 다음 데이터를 기다려야 했던 기존 아톰과 달리 신형 아톰은 빠르게 데이터를 분산해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다.
또한 2개의 코어와 1개의 2차(L2) 캐시(cache, 임시 저장공간)으로 구성된 모듈로 프로세서를 구성하며, 총 8개의 코어를 구현 가능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일반 데이터 처리용 CPU 코어와 데이터 처리용 GPU 코어를 포함한 각 코어에 인가되는 전력이 작업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버스트 모드(Burst Mode)’가 지원되는 것도 특징이다.
이 외에도 기존의 프로세서는 C6(절전) 모드 진입 시, 캐시 메모리에 남아있던 데이터를 모두 비우기 때문에 일반 모드로 복귀할 때 데이터를 읽어 들이는 시간이 걸려 곧바로 작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실버몬트 기반의 신형 아톰은 C6 모드에서도 2차 캐시에 절반 정도의 데이터를 담아두므로 한층 빠르게 작업 복귀가 가능하다고 한다.
뒤이어 실버몬트 기반의 듀얼코어 아톰과 경쟁사의 쿼드코어 프로세서(빅리틀 기반 A7 ARM 프로세서)의 성능을 비교한 자료도 소개되었다. 인텔의 발표에 따르면 동일 작업을 태블릿PC에서 할 경우 실버몬트 아톰은 경쟁사 제품에 비해 성능은 2배, 전력 효율은 4.3배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텔 제품이 듀얼코어, 경쟁사 제품이 쿼드코어인 것을 고려한다면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인텔이 스마트 기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최근 컨버터블PC라 불리는 윈도 + 인텔 기반의 태블릿PC 겸용 울트라북이 다수 출시되면서 다소 숨통이 트이고는 있지만 시장의 절대다수를 자치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된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인텔 관계자들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이번에야 말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에이수스나 레노버와 같은 기존 PC 시장의 강자들이 스마트 기기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인텔 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금씩이지만 점차 시장이 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국내의 대표적인 스마트기기 제조사인 삼성전자나, LG전자, 팬택 등에서 인텔의 프로세서를 선택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있으며, 팬택은 자사의 대주주인 퀄컴의 프로세서를 주로 쓴다. LG전자가 상대적으로 인텔 프로세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밝혀진 바 없다. 물론 일부 삼성 스마트폰에 퀄컴의 프로세서가 탑재되는 등, 예외가 없지는 않다.
참고로 인텔코리아의 이희성 대표는 현세대의 아톰 프로세서(코드명 메드필드)를 탑재한 모토로라의 안드로이드폰인 RAZR i(국내 미출시)를 사용하고 있다. 제품의 성능에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희망대로 국내에서도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로고가 찍힌 스마트폰이 대거 등장할 날이 올지 기다려 볼 일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