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갑을 대체한다, 모바일 결제의 오늘과 내일
스마트폰이 참으로 많은 IT 기기를 잡아 먹었다. 일반 휴대폰(피처폰), MP3 플레이어, PMP, 콤팩트 카메라 등은 스마트폰에 밀려 당신 주머니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한데 놀라지 마시라. 스마트폰은 아직 배고픈 모양이다. 이번엔 당신 주머니 속 지갑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스마트폰이 지갑을 어떻게 대체한다는 걸까. 답은 '모바일 결제 기술'에 있다.
모바일 결제 기술이란?
먼저 모바일 결제 기술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모바일 결제란 모바일 기기(일반 휴대폰, 스마트폰, 태블릿PC)를 활용해 온/오프라인 상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기술이다. 상대방에게 화폐(가치, Value)를 지불하고 그 대가로 물건/서비스(재화, Goods)를 받는 것이 거래의 기본이다. 모바일 결제 기술도 이와 같다. 모바일 기기에 저장된 '가치 정보(Value Data)'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그 대가로 물건/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모바일 결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NFC(근거리 무선 통신) 방식'과 '클라우드(Cloud Sever) 방식'이다. 두 방식을 구분하는 기준은 '가치 정보의 저장 위치'다.
NFC 방식은 가치 정보를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내장된 칩셋에 저장한다. 국내의 '모바일 교통카드(티머니 유심)', 미국의 '이시스(ISIS)', 일본의 '펠리카(Felica)'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NFC 방식을 활용하려면 사용자는 NFC 기능을 포함한 칩셋과 이를 실행할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필요하고, 판매자는 지불결제를 위한 비접촉 단말기(예를 들어 시내버스에 내장된 교통단말기)가 필요하다.
NFC 방식은 사용자 입장에서 시간을 절감하고, 동전이 발생하지 않아 편리하며, 쿠폰이나 적립금을 자동 적립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 판매자 입장에선 단말기만 접촉하면 되기에 고객 인증이 간편하고, NFC 리더(Reader)만 설치하면 기존 POS(판매 단말기)와 쉽게 연동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작년 이후 국내에 출시한 스마트폰 대부분이 NFC 기능을 탑재하고 있고(아이폰 제외),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 NFC를 채택한 점도 NFC 방식의 미래를 밝게 하는 요소다.
다만 사용자와 판매자 모두 현금과 신용카드를 활용한 물건 구매에 익숙한 점, NFC 리더가 많이 보급되지 못한 점 등이 NFC 방식의 보급을 가로막는 벽이다.
클라우드 방식은 가치 정보를 온라인 상의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고, 이를 무선통신(3G, LTE)을 활용해 필요할 때 불러오는 방식이다. 국내의 '모카 페이', '엠틱', ‘바통’, 미국의 페이팔 '프리오리티 모멘츠(Priority Moments)'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클라우드 방식을 활용하려면 서버로부터 데이터를 받아올 단말기(스마트폰, 태블릿PC)와 앱만 있으면 된다. 클라우드 방식은 현재 통신/전자상거래 환경에 즉시 적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바코드나 QR 코드 이미지를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전송해, 이를 기존 POS에서 읽어 들이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인터넷을 연결할 수 없는 장소에서 사용할 수 없는 점과 시장에 표준 규격이 없어 사용자가 헛갈릴 수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클라우드 방식은 데이터가 온라인 상에 저장돼 있는 만큼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 상점에 더 적합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모바일 결제 기술의 현재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2012년 한해만 2조 9,800억 원에 이른다. 단말기를 활용한 소액결제는 2조 8,000억 원, 교통카드를 활용한 선불 충전 방식은 1,300억 원이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로 성장한 모바일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와 BC카드, 국민은행, 농협 등 카드/금융사 그리고 구글, 애플,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대립하고 있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은 통일된 규격이 없는 상황이다. 통신사, 금융사, 제조사, 유통사가 저마다의 전자지갑 서비스를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 들이고 있다. 통신사는 제각각 전자지갑 서비스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플래닛을 통해 '스마트월렛', KT는 '모카 페이', LG유플러스는 '스마트월렛'이라는 이름의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공교롭게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서비스 이름이 같지만, 별개의 서비스다). 금융사의 경우 회사마다 별개의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카드사를 중심으로 통합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유통사의 경우 S캐시(신세계), 캐시비(롯데), 팝티머니(GS+티머니) 등 다양한 전자지갑 서비스를 선보이는 추세다. 삼성전자, 구글, 애플 등 제조사 역시 '삼성월렛', '구글월렛', '패스북' 등 전자지갑 서비스를 자사의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각각의 회사들은 오늘날의 모바일 결제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KT 이황균 상무는 "이동통신사, 카드/금융사, 제조사 등이 멤버십, 쿠폰, 결제 기능을 담은 전자지갑 서비스(모카페이, 페이핀, 패스북 등)를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는 것은 모바일 결제 시장이 그만큼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예전에는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유도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결제 수단을 제공해 고객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한준성 본부장은 "현재 전자지갑 서비스의 선두주자는 페이팔(추정 하루 매출 4,000억 달러)이고, 구글과 아마존이 그 뒤를 잇고 있다"며,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애플의 전자지갑 방식(패스북)도 주목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전자지갑 서비스도 편리함만큼은 결코 앞의 회사들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옥션, 지마켓) 김준표 실장은 "위기에 처한 이베이가 다시 재기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모바일 결제"라며, "현재 이베이는 모바일 환경 대응을 최우선시 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바일 결제 기술의 미래
그렇다면 이쯤에서 앞의 의문을 풀어보자. 과연 스마트폰은 모바일 결제 기술을 통해 지갑을 밀어내고 우리 주머니를 차지할 수 있을까? 의견이 갈리지만 대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어렵다고 예측한다. 화폐와 제품을 맞바꾸는 형태의 거래 방식이 주는 '간편함'과 화폐라는 가치를 직접 손에 쥐고 있다는 '신뢰성' 등이 화폐를 더 선호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여기서 모바일 결제 기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엿볼 수 있다. 신용카드(신용 거래)가 간편함과 신뢰성을 잡아 화폐를 대체하는 결제 수단으로 떠오른 것처럼, 모바일 결제 기술 역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간편함),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신뢰성). 이 두 가지를 만족 시킬 때 비로소 모바일 결제 기술은 화폐와 신용카드에 버금가는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업계 관계자들은 모바일 결제 기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 김정환 팀장은 "모바일 결제가 주요 결제수단 중 하나로 떠오름에 따라 많은 유통사가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결제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신용카드, 직불카드, 상품권 등의 정보를 애플리케이션에 입력해 스마트폰만 들고 있으면 굳이 지갑을 꺼내지 않아도 모든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 올해부터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 전자지갑 플랫폼 모카페이의 주요 멤버 중 하나인 하렉스인포텍 양문호 부사장은 "신용카드가 현찰을 대체할 지불수단으로 급격히 떠오른 이유는 정부의 지원정책, 다양한 부가혜택 서비스, 발급/이용 편의성, 소득공제 혜택 등에 있다"며, "모바일 결제가 주요 지불수단으로 떠오르려면 정부, 금융사, 통신사 등이 신용카드 보급 때와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BC카드 김수화 상무는 "모바일 결제시장은 2013년을 기점으로 본격 수용 단계(특정 서비스를 누구나 거부감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계)에 접어 들 것"이라며, "높은 신용카드 이용율, 높은 인터넷 보급율, 국민 대다수가 은행 계좌를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점 등이 역설적으로 모바일 결제의 보급을 막는 방해요소"라고 전했다. 사용자들이 기존 결제 방식에 익숙하고, 기존 결제 방식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 모바일 결제로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를 해결하려면 모바일 결제 방식을 기존 결제 방식보다 편리하게 바꿔야 하고, 이 사실을 널리 알려나가야 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