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AS2013] ‘막귀’도 뒤흔들어 줄 진동 헤드폰, 스컬캔디 크러셔 리뷰
요즘 나오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의 태반이 '모바일기기 최적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온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들은 모바일기기의 특성에 맞춰 튜닝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임피던스(저항) 값을 낮춰 낮은 출력의 소형기기에서도 큰 소리를 낼 수 있게 한다거나 소리의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 저음 표현을 강조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만 그렇다 한들, 모바일기기 특유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디오라는 것은 스피커나 헤드폰 같은 출력기기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소스기기(재생장치)의 능력에도 크게 의존한다. 소스기기 자체의 능력에 한계가 있으니 아무리 좋은 출력기기를 이용한다 해도 오디오 품질을 높이는데도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임피던스를 낮춘 헤드폰의 경우, 음량은 높일 수 있지만 그만큼 노이즈(잡음)도 심해진다. 그리고 저음을 강화하는 튜닝을 한 경우라면 그만큼 중~고음 영역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헤드폰 전용 앰프를 쓰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음질이야 좋아지겠지만 앰프 자체의 값이 만만치 않은데다 휴대성이 극도로 저하된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번에 소개할 스컬캔디(Skullcandy)의 '크러셔(Crusher)'는 기존 모바일 헤드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다수 투입된 제품이다. 노이즈 제거에 적합한 높은 임피던스 값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헤드폰 내에 별도의 전원을 사용하는 앰프를 넣어 저음을 강화했다. 그리고 강화된 저음이 진동 형태로 전해지므로 중~고음 표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비슷한 제품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개성이 돋보이는 이 물건을 살펴보자.
해골마크, 그리고 유닛 뒤쪽의 조절 슬라이드
스컬캔디 크러셔의 외관은 여타의 밀폐형(귀 전체를 덮는 구조) 헤드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닛과 헤드밴드 사이에 박힌 스컬캔디 특유의 해골마크, 그리고 왼쪽 유닛 뒤쪽에 있는 저음(진동) 조절용 슬라이더가 눈에 띄는 정도다. 참고로 IT동아에 제공된 제품은 화이트 컬러 모델이지만 이 외에 블랙과 레드 컬러 모델도 나올 예정이다.
이어컵은 귀 전체를 자연스럽게 덮어주며 제법 푹신하다. 헤드밴드 안쪽에도 비슷한 재질의 쿠션이 붙어있어서 귀에 닿는 느낌, 머리에 쓰는 느낌이 제법 좋다.
헤드밴드의 길이는 양쪽 각각 2.5cm 정도씩 조절이 가능하다. 그리고 유닛과 헤드밴드 사이의 연결부는 좌우로 조금씩 움직이기 때문에 머리 크기나 귀 모양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용자를 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리형 케이블과 호환성 높은 리모컨 / 마이크 갖춰
케이블 길이는 1.3m 정도이며 분리가 가능하다. 요즘 이렇게 케이블 분리가 되는 이어폰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런 구조는 케이블 이상이 발생했을 때 손쉽게 조치가 가능한 점이 장점이다. 그리고 케이블 중간에는 리모컨이 달려있다. 리모컨에는 음악 재생/정지 및 전화 받기 용으로 두루 쓰는 1개의 버튼이 달려있으며 마이크도 달려있어 헤드폰을 쓴 상태에서 통화도 가능하다.
참고로 이렇게 해외에서 개발된 헤드폰이나 이어폰 중에는 리모컨이나 마이크가 애플제품에서만 작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 시장에서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컬캔디 크러셔의 경우, 국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팬택의 '베가R3'에서도 버튼이나 마이크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안드로이드 기기의 사용비율이 높은 국내 사정을 생각해 본다면 반가운 점이다.
양쪽 유닛은 헤드밴드 안쪽으로 접을 수 있는데 이 상태에서 케이블을 분리하면 제품을 휴대할 때 편리하다. 제품 패키지에 전용 파우치도 함께 포함되므로 여기에 넣고 다니며 음악을 즐기도록 하자.
무선 헤드폰도 아닌데 건전지가 들어가네?
왼쪽 유닛 뒤쪽에는 이 제품 최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내장앰프의 출력을 조절하는 슬라이더가 있다. 이 슬라이더를 높이면 현재 출력되는 음향에 맞춰 유닛 전체에 리드미컬하게 진동을 발생시키는데, 덕분에 강력한 저음을 느낄 수 있다. 제조사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의 귀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60Hz 이하의 초저음 영역까지 진동으로 전환,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이런 강력한 진동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력이 필요한데, 스컬캔디 크러셔는 헤드폰 내에 별도의 건전지(AA규격)를 넣어 이를 구현하고 있다. 오른쪽 유닛의 이어패드를 벗기면 건전지 삽입구가 모습을 드러내므로 쉽게 교체가 가능하다.
스컬캔디 크러셔의 진동 앰프는 건전지 하나로 40시간 정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리고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10초 이상 음악을 듣지 않으면 자동으로 앰프에 공급되는 전원이 차단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하니 건전지 하나로 제법 오랫동안 사용이 가능할 것 같다. 참고로 건전지가 완전히 소모되었다고 해도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진동 앰프가 작동하지 않을 뿐이다.
슬라이더 높이니 귀 전체가 '둥둥'
이제는 직접 스컬캔디 크러셔의 소리를 들어볼 차례다. 베가R3 스마트폰을 이용해 국내 인기가요 및 클래식, 재즈 등의 음악을 감상해봤다. 우선 내장 앰프를 큰 상태에서 음악을 들어왔는데 중~고음 전반의 표현력이 평균 이상이고 노이즈도 없어 상당히 깔끔한 음색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저음 부분의 힘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베이스나 드럼 소리가 상당히 심심하게 들렸다. 임피던스(저항) 수치가 모바일용 헤드폰 치고는 상당히 높은 32옴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할 따름이다. 이 수치가 높으면 소리가 깔끔해지는 대신 출력은 낮아진다.
하지만 왼쪽 유닛 뒤쪽에 달린 내장 앰프의 슬라이더를 높이면 소리의 느낌이 확 바뀐다, 수치를 최대로 높이면 드럼이나 베이스의 저음이 날 때마다 귀 전체가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강력한 진동이 발생하는데, 얼핏 듣기에는 고출력 앰프, 혹은 고가의 하이파이 헤드폰을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과 유사한 느낌의 진동이다.
단지 이퀄라이저를 조정해서 저음 부분을 강조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스컬캔디 크러셔의 내장 앰프는 이퀄라이저가 아닌 진동을 이용해 저음을 느끼게 해주는데다가 이렇게 저음을 강화시킨 상태에서도 중~고음 부분의 손실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섬세한 표현력 부분에서는 고가의 장비에서 구현하는 저음에 비해 비해 떨어지지만, 진동 자체의 느낌이 유사한 것은 인상 깊다.
'막귀'도 알아차릴 개성파 헤드폰이 등장했다
음향기기를 소개할 때 가장 곤란한 것이 '소리'라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사용자의 취향이나 경험에 따라 선호하는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소리가 좋다고 알려진 헤드폰이나 이어폰이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그다지 좋지 않게 들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스컬캔디 크러셔를 소개하는 경우에는 이런 곤란을 겪지 않을 것 같다. 개성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 제품을 귀 전체를 '둥둥' 울리는 강력한 저음을 추구하는 사용자에게 최적의 제품이다. 이 제품은 오는 5월 1일부터 16만 9,000원의 가격에 국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의 가격에 고급 하이파이 헤드폰과 유사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 어디까지나 고급제품과 '유사한 감각'을 제공한다는 것이지 전체적인 음질이나 표현력 자체가 수십~수백 만 원짜리에 맞먹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가의 장비를 많이 써본 경험이 있는 매니아나 전문가라면 이런 소리에 다소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중 중에는 이런 느낌의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소위 '막귀'를 가진 사람이라도 스컬캔디 크러셔의 소리를 들려준다면 '이건 뭔가 다르다'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참고로 제품의 수입원인 사운드캣은 오는 5월 2일부터 4일까지 개최되는 KITAS(IT액세서리 주변기기전) 2013에 스컬캔디 크러셔를 출품, 현장 판매 및 관련 이벤트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말로 색다른 느낌의 헤드폰을 찾고 있었다면 한 번 체험해 보도록 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