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아닌 '청소로봇'? 아이클레보 팝 리뷰
'우주소년 아톰' 같은 SF만화를 보면 정말로 인간과 흡사한 로봇들이 등장한다. 어지간한 집안일을 다 해줄 뿐 아니라 전투나 인명구조 같은 위험한 임무도 척척 잘 해낸다. 그런데 이 '아톰'의 연표를 살펴보면 주인공 로봇인 '아톰'의 탄생 년도가 2004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13년이 된 지금도 아톰 같은 만능로봇의 등장은 요원하기만 하다. 참고로 아톰의 원작 만화는 1951년에 처음 연재가 시작되었다.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현재 사용하고 있는 IT제품 중에는 아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SF의 영역이었던 것이 현실화된 것이 제법 많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이라던가 자동차 내비게이션, 그리고 로봇청소기가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로봇청소기는 그야말로 21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첨단 아이템 중 하나다.
시중에서 로봇청소기를 공급하는 업체의 면면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본래 일반 청소기를 주로 만들던 생활가전 업체가 로봇청소기 시장에 진출한 경우가 있으며, 반대로 로봇 전문업체가 로봇청소기까지 범위를 넓힌 경우도 있다.
'아이클레보(iCLEBO)' 시리즈의 개발사인 유진로봇은 후자라고 할 수 있다. 이전부터 산업용 로봇이나 교육용 로봇, 로봇형 완구 등을 꾸준히 개발해 온 업체로, 자사가 로봇 전문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아이클레보 시리즈를 홍보할 때도 '로봇청소기' 보다는 '청소로봇'이라는 용어를 강조하고 있다.
사실 로봇청소기이건 청소로봇이건 간에 소비자 입장에선 청소만 잘 하면 그만이다. 그래도 이런 명칭 하나하나에서 제조사가 지향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왠지 로봇청소기보다는 청소로봇이 좀 더 똑똑할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살펴볼 '아이클레보 팝(iCLEBO POP, YCR-M05-P)'은 카메라와 같은 일부 고가 부품을 생략해 제품 값을 낮췄으면서, 인공지능과 부가기능을 보강해 상위 제품 못잖은 청소 기능을 발휘하는 보급형 제품이라고 한다.
무난한 디자인에 간단한 인터페이스
누가 이런 디자인을 처음 고안했는지는 몰라도 대부분 로봇청소기의 윤곽은 동글동글하니 비슷하다. 아이클레보 팝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상단 표면에 육각형 무늬를 새겨 나름 ‘엣지’있는 분위기를 더했다. 상위 제품인 ‘아이클레보 아르떼’의 디자인 콘셉트를 공유하는 느낌이다. 제품 색상은 때를 덜 타고 무난하게 쓸 수 있는 블랙 모델이 우선 출시된 상태다.
제품 상단에는 제품의 상태 표시 창과 기본 조작 버튼이 붙어있는 디스플레이 창 부분이 있다. 여기서 조작 가능한 것은 동작/정지 여부와 동작 시간 설정, 그리고 문턱모드 설정이다. 시간 설정은 15~90분 까지 할 수 있으며 ‘MAX’로 설정하면 배터리가 완전히 소진될 때까지 청소를 계속한다. 물론 청소를 마치면 자동으로 충전스테이션으로 돌아오는 기능도 있다.
예약 청소 기능 부재는 아쉬워
특색 있는 기능이라면 문턱(CLIMB)모드인데, 이를 활성화하면 문턱이 높거나 카펫이 깔린 곳에서 청소할 때 유용하다. 제조사에서는 최대 18mm까지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다만, 본체의 버튼만으로는 제품의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반경 1m 주변만을 집중적으로 청소하는 스팟(Spot) 청소 버튼이나 청소를 중단하고 충전스테이션으로 자동 복귀하도록 하는 베이스(Base) 버튼은 리모컨에만 붙어있으니 리모컨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자.
아이클레보 팝의 전반적인 인터페이스(시각적, 조작적 구조)는 상당히 간략해서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집을 자주 비우는 사용자에게 유용한 예약청소 기능이 없는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상위 제품인 '아이클레보 아르떼'는 예약 기능을 가지고 있으니 구매 전에 이 점을 고려하도록 하자.
항균필터, 여과필터 함께 갖춘 먼지통
상단 측면의 버튼을 누르면 쉽게 먼지통을 뺄 수 있다. 타사 로봇청소기의 먼지통은 단순히 먼지를 담는 역할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클레보 팝의 먼지통은 항균 필터 및 여과필터가 함께 자리하고 있어 청소기 내부로 먼지가 역 유입되는 것을 보다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품 하단을 살펴보면 먼지를 빨아들이는 메인 브러시, 그리고 여기로 먼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사이드 브러시가 달려있다. 상위 제품의 경우 2개의 사이드 브러시가 달려있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클레보 팝은 1개만 달려있다. 제품 값을 낮추기 위함일 것이다.
상위 제품과 대등한 물걸레, 배터리 탑재
그래도 너무 실망하진 말자. 상당수의 보급형 로봇 청소기에는 없는 물걸레 청소 기능이 있는데다 배터리 역시 저가의 니켈수소 방식이 아닌 상위급 제품과 동등한 리튬이온 방식의 배터리가 들어있다. 특히 아이클레보 팝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100분 정도에 완전충전이 될 정도로 충전이 빠르고 사용시간도 160분 정도로 길다. 그리고 니켈수소 배터리는 항상 완전충전과 완전방전을 해줘야 정상적인 수명이 유지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틈틈이 충전해 주면 된다.
충전을 위한 충전스테이션의 형태는 여느 로봇청소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금 눈에 띄는 점이라면 후면 커버를 열어 전원 케이블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상단 커버를 열면 제품 각부를 손질하고 청소할 수 있는 청소용 솔이 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단 커버의 안쪽에는 각종 점검 표시가 들어왔을 때의 대응 방법에 대해 써있다.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유용한 배려다.
카메라 없지만 우수한 인공지능 덕분에 세련된 움직임 구사
제품의 전반적인 모습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청소를 시켜볼 차례다. 책상 두 개와 의자 세 개가 갖춰진 5평 정도의 방에 아이클레보 팝을 설치하고 청소를 시켜봤다. 충전스테이션에 거치해둔 아이클레보 팝에 리모컨으로 동작 명령을 내리니 스스로 빠져 나와 청소를 시작한다.
상위 제품과 달리 아이클레보 팝은 천장의 모양을 인식해서 방의 구조를 분석하는 카메라 센서가 달려있지 않아 장애물 센서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며 동작한다. 이 때문에 제대로 청소를 하지 못할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의외로 구석구석 꼼꼼하게 돌아다니며 먼지를 청소한다. 특히 툭 튀어나온 모퉁이를 만났을 때 모퉁이를 보듬듯 조금씩 방향을 바꿔가는 섬세한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벽을 만났을 때의 반응도 세련된 편이다. 몇몇 제품은 벽에 박치기 하듯 세게 부딪혀가며 청소를 하기도 하는데, 아이클레보 팝의 경우는 벽을 살짝 매만지듯이 반응하며 청소를 계속한다.
장애물 잘 넘고 소음도 조용한 편
로봇청소기를 쓸 때 가장 귀찮은 점이라면 청소를 시작하기 전에 바닥에 있는 장애물들을 치워둬야 한다는 점이다. 편하게 청소하려고 산 로봇청소기인데 이를 제대로 써먹기 위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아이러니다.
아이클레보 팝 역시 청소 시작 전에 이런 정리 과정이 필요하긴 하다. 그래도 제조사에서는 여타 제품에 비해 아이클레보 팝이 장애물을 넘는 능력이 우수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아이클레보 팝에는 문턱을 넘거나 카펫 위에서 사용할 때를 대비해 바퀴의 구동력을 조절하는 '문턱(CLIMB)' 모드가 있다.
실제로 청소를 하다가 리모컨으로 문턱모드를 활성화시키면 1~2cm 높이의 문턱, 혹은 스마트폰 정도의 장애물은 원활히 넘는 것을 확인했다. 문턱이나 장애물 외에 전선도 제법 잘 넘는 편인데, 이 때는 종종 전선이 메인 브러시에 걸려서 청소가 중단되기도 한다, 문턱모드는 어디까지나 보조 기능이라는 점을 기억해두자.
동작 소음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조용한 편이다. 초기의 로봇 청소기들은 지나치게 시끄러운 편이었는데 아이클레보 팝의 소음 수준은 측정 결과 63데시벨 전후였다. 소음환경기준에서 '보통 크기의 대화'가 60데시벨이니 제법 정숙한 편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리모컨의 감도는 다소 아쉽다. 한 박자 정도 느리게 반응하거나 2~3번 눌러야 조작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기본기 중시하는 실속파 소비자라면
유진 로봇의 아이클레보 팝은 2013년 4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40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는 보급형 제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예약청소 기능이나 음성 안내 기능이 없는 등, 상위 제품에 비해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흡입력이나 배터리 성능, 인공지능, 물걸레 기능 등은 상위 제품과 큰 차이가 없고 소음 역시 조용한 편이다. 특히 카메라 센서가 없는데도 우수한 인공지능으로 이를 보강해 제법 세련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제조사에서 '로봇청소기'가 아닌 '청소로봇'임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요즘 워낙 많은 업체에서 로봇청소기를 팔고 있어 소비자들은 제품 선택이 고민이다. 하지만 경쟁이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품질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여러 가지 부가 기능이 잔뜩 달린 고급형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물론 의미 있는 일이겠지만, 보급형 제품이라고 기본적인 청소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기능만 갖추고 있어 그만큼 조작이 단순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구매할 수 있어 좋다. 아이클레보 팝은 이런 실속파 소비자의 구매 후보에 올려 둘만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