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선언, "우리 검색이 달라졌어요"

윤리연 yoolii@itdonga.com

지금 당장 구글 검색 창에 '이하이'를 입력해보자. 가수 이하이에 관한 짧은 인물 소개와 최신곡 '로즈'의 음원 순위, 다른 사용자들이 이하이와 함께 찾은 검색어 등이 함께 나왔다. 구글이 오늘(9일)부터 국내 사용자에게 '지식그래프'를 적용한 덕분이다.

그 동안 구글의 검색 기능은 불친절(?)했던 게 사실이다. 기존 검색은 단어를 입력하면 단어가 쓰인 웹 페이지 제목과 두 줄 남짓한 설명만 불러와 한 눈에 볼 수 있는 정보를 확인하는 데 부족함이 더러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의 구글은 다르다. 구글의 지식그래프는 수많은 웹문서에 담긴 정보와 대상의 연결 관계를 파악해 데이터 집합을 만든 후,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한 눈에 들어오게 배치했다.

구글의 야심작, '구글 그래프' 본격 서비스 개시

구글코리아 R&D 총괄 조원규 사장은 오늘 역삼동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식그래프는 사용자 의도를 파악해 더 정확한 결과를 제시하려는 노력"이라며 "여러 정보를 체계화하고 서로 연결해 보다 똑똑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지식그래프는 작년 5월 영어권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적용됐고, 오늘 이후 국내에서도 적용된다. 현재 인물, 장소, 사물 등 약 180억 개의 정보가 연결된 상태로, 조원규 사장은 이 정보를 연결하고 보여주는 데 사람 손 대신 컴퓨터 알고리즘이 쓰인다는 것을 강조했다.

지식그래프의 간단한 소개 이후, 구글코리아 이혜민 프로덕트 매니저가 지식그래프를 직접 시연했다. 지식그래프의 겉모습은 네이버와 다음 검색과 비슷했다. 지식그래프는 사용자가 찾고자 하는 정확한 결과를 편집해 화면 상단에 배치하는 형식으로 '지식패널', '라이브패널', '이미지패널' 등을 지원한다.

어제의 '김정은'과 오늘의 '김정은'이 다른 이유?

이 중, 궁금한 것을 검색하면 화면 상단에 궁금한 사안의 요약 정보를 제시하는 지식패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검색 창에 '이광수'를 입력하자 배우 이광수가 먼저 보인다. '국내 최초 근대 소설 작가 이광수보다 배우 이광수가 더 영향력이 있다는 것인가?' 납득이 가지 않은 결과였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여기서 구글은 검색 결과에 지식패널로 보이는 결과는 매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배우 이광수를 찾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다. 구글은 각종 정보를 연결하는 역할만 할 뿐, 지식패널에 어떤 정보가 보일지는 사용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비슷한 사례로 '김정은'을 검색한 결과도 있다. 며칠 전 구글코리아 내부 시험 시, 김정은을 검색하자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나왔다. 오늘 다시 김정은을 검색하자 배우 김정은이 가장 먼저 나온다. 며칠 새 북한 김정은에 관한 검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라이브 패널도 눈에 띈다. 라이브 패널은 날씨나 스포츠 경기 결과 등 수시로 변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영화 제목을 입력하면 상영 시간표를, 야구팀 이름을 입력하면 전날 경기 결과를 알려준다.

이미지 패널은 영화 순위나 가수 주요 히트곡 등 리스트 형태의 검색 결과를 간단한 이미지와 함께 제시한다. 지식그래프로 연계된 정보를 따라가면 검색한 정보 외에도 추가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사용자의 의도까지 파악하는 똑똑한 검색

지식그래프가 갖는 기존 검색기능과 다른 점이 더 있었다. 기존 검색은 문자나 단어의 나열에만 기반해 검색 결과를 보여줬다. 예를 들어 '1984년 저자'를 검색하면, 1984년과 저자라는 개별 단어의 나열로 인식해 결과를 제공했다. 지식그래프를 적용하자 1984년의 저자인 조지 오웰에 대한 검색 결과를 바로 보여준다. 검색어를 이해해 사용자가 찾고자 하는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같은 예로 이승만 배우자를 검색하자 바로 프란체스카 도우너에 대한 검색결과가 나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승만과 배우자를 개별 단어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검색어 자체를 이해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나온 결과다.

지식패널에 가려 검색광고의 노출에 영향이 있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의문에 조원규 사장은 "2012년 5월 지식그래프가 미국에서 적용되고도 여전히 광고 실적이 좋은 걸 보면 광고에 나쁜 영향이 있는 것 같지 않다"라고 대답했다. 또한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 검색기능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발언에 대해 "유사성이 있을 순 있지만 배경이 다르다, 사람의 손을 거쳐 검색 결과를 노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객관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식그래프는 2012년 5월 미국을 시작으로 적용됐고,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한국어 등을 지원한다. 구글은 위 언어를 포함하여 5억 8,000만 개 대상에 지식그래프를 적용했다.

끝으로, 조원규 사장은 "지식그래프 적용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고, 앞으로 그 적용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윤리연(yoolii@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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