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을 갖춘 전자책 단말기, 교보문고 sam
교보문고가 매달 전자책을 구독하는 회원제 서비스 'sam'을 지난 2월 22일 선보였다. 기존에는 전자책을 단권으로 구매했다면, sam은 약정 기간(1년/2년) 동안 요금을 내고 전자책과 전자책 단말기를 이용하는 서비스다. 요금제에 따라 매월 5권, 7권, 12권의 전자책을 볼 수 있다.
교보문고는 이와 동시에 전자책 단말기 'sam'도 공개했다. 이 단말기는 sam 서비스와 함께 대여해 사용할 수 있으며, sam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일반 전자책 단말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sam은 출시 40일 만에 판매량 1만 3,000대를 돌파했다. 이 수치는 지난 9월 출시된 '크레마 터치'의 누적 판매량인 1만 4,000대(예스24 판매량 기준)에 근접하며, 교보문고가 작년 1월에 발표한 '스토리K' 시리즈의 판매량인 5,000대와 비교해 초기 판매량이 2배 가량 많다. 전자책 단말기치고 상당히 인기가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제품의 완성도는 어떨까. 본 기사는 약 3주 동안의 사용기를 담았다. sam 서비스는 배제하고 단말기만 사용했다.
심플한 디자인, 크레마 터치 닮은꼴?
sam은 지난해 9월 출시된 크레마 터치와 닮았다(크레마 터치는 한국 이퍼브 서점사인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이 함께 출시한 전자책 단말기다. 자세한 내용은 http://it.donga.com/11209/ 참조). 색상도 검정과 흰색 2종으로 동일했다. 별도로 키보드나 펜은 장착되지 않았다. 디자인은 깔끔하고 예뻤다. 디자인이 단순한 만큼 책을 읽을 때 거슬리는 것도 없었다.
제품 하단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처럼 메뉴 버튼, 홈 버튼, 취소 버튼이 배치됐다. 사실 sam도 안드로이드 단말기(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 버전)이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구조가 유사할 만하다. 스마트폰처럼 터치를 지원하는데다 실제 사용 방법도 스마트폰과 유사했다. 스마트폰보다 sam이 조금 더 단순한 정도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sam에 금세 적응할 것이다. 다만 전원 버튼이 하단부에 배치된 것이 차이점이다.
화면 크기는 6인치이며 무게는 202g이다. 마치 시집 한 권과 비슷한 크기다. 두께는 '갤럭시노트2(9.4mm)'보다 약간 더 두꺼운 9.6mm로 슬림했다. 작고 가벼워 핸드백에 넣고 다닐 때도 부담이 없었다.
독서하기 딱 좋은 화면, 종이책 같네
본격적으로 제품을 사용하고자 전원을 켜 보았다. 기기가 완전히 켜지기까지 약 30~40초가 걸렸다. 부팅 속도는 좀 느리다.
UI는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사용 방법도 간편했다. 처음 전자책 단말기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도 설명서가 필요 없을 만큼 다루기 쉽다. 교보문고 ID로 로그인하고 와이파이(Wi-Fi)를 설정하면 된다. 서재에 있는 전자책을 터치해 내려 받으면 전자책을 볼 수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전자책을 볼 수도 있고, 단말기에서 직접 전자책을 구매할 수도 있다. 다만 단말기에서 전자책을 구매하면 휴대폰 결제만 할 수 있다. 다른 결제 방식도 지원한다면 좋겠다.
화면 깜박임이 적고 잔상이 거의 남지 않는 것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sam은 e-ink(전자 잉크) 단말기다. 상당수의 사용자들이 깜박임이 심하고 잔상이 남는다는 이유로 e-ink 단말기를 기피하기도 한다. 하지만 sam은 달랐다. 여느 단말기와 같이 잔상을 없애고자 버튼을 주기적으로 눌러줄 필요가 없었다. 반응 속도도 제법 빨랐는데 다른 e-ink 단말기와 비교해 확실히 깜박임이 덜했다. 다만 사진이나 그림이 있는 페이지로 넘어갈 때는 평소보다 깜박임이 심하다.
e-ink 단말기인 만큼 마치 종이책을 보듯이 눈이 편안했다. e-ink 단말기는 LCD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단말기보다 눈의 피로가 적다. 다만 종이책과 유사하기에 어두운 장소에서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가독성은 좋았지만 다른 제품 대비 화면이 약간 더 어두운데, 화면 밝기를 조절할 수는 없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sam은 EPD(eink panel display)를 채용해 LCD의 백라이트 LED처럼 발광 다이오드가 없으며, 대신 자연광을 눈에 반사한다. 또한 EPD에 백라이트를 넣어 밝기를 조정하는 기기는 해외에서 발매되고 있으나 국내 공급은 예정되어 있지 않다.
한편, 일부 사용자들이 지적했던 빛 반사 문제도 직접 살펴보았다. 야외에서 단말기를 손으로 잡고 눈높이에 맞춰 약간 기울이는 (일반적인) 자세를 택했을 때는 빛 반사가 없었다. 날씨가 맑은 날 야외에서 이용하면, 오히려 실내에서 이용하는 것보다 글씨가 더 선명하고 깨끗하더라. 한편, 무릎 위에 단말기를 평평하게 올려놓자(180도) 빛 반사가 있었다. 사람마다 책을 보는 자세가 다르니 이에 대한 체감은 사용자마다 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별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다양한 편의 기능, but 2% 부족?
글씨 크기, 글꼴, 줄 간격도 변경할 수 있었다. 홈 버튼 왼쪽에 위치한 메뉴 버튼을 누르고 보기설정으로 진입하면 된다. 물론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전자책 단말기는 이런 기능을 지원한다. 그러나 다른 제품 대비 sam의 기능이 좀 더 다양했다. 글자 크기를 8단계로 조절할 수 있었으며 문단 간격, 상하좌우 여백, 들여쓰기 여부도 바꿀 수 있었다.
본문에서 원하는 부분을 드래그하자 형광펜, 메모, 사전 검색, 공유하기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다. 형광펜은 마음에 드는 문장을 형광펜을 사용한 것처럼 표시하는 기능이다. 메모는 해당 글귀에 자유롭게 메모를 남기는 기능이고, 사전 검색은 선택한 단어의 뜻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공유하기는 선택한 단어나 문장을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전송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원하는 문장이나 단어를 터치해 드래그하는 것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처럼 정교하지 않았다. 형광펜, 메모, 공유하기 기능은 비교적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었으나, 사전 검색은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검색 범위를 지정할 때 단어뿐만 아니라 조사까지 지정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오렌지를 먹는다'라는 문장에서 '오렌지'만 지정하고 싶은데, '오렌지를'이라고만 범위가 지정됐다. 그러다 보니 검색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아무래도 띄어쓰기를 기준으로 범위 지정이 되는 듯한데 이 문제는 꼭 개선되어야겠다.
한편, 책을 읽던 도중에 멈추고 나중에 이어서 볼 때, 이전에 보던 페이지가 자동으로 나타났다. 이 점이 매우 편리했다. 별도로 책갈피 기능을 이용하거나 저장할 필요가 없었다.
아쉬운 점은 4월 5일 현재 교보문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sam 간에 동기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보 ebook 앱'에서 로그인을 하고 sam에서 마지막으로 읽었던 부분이 나오는지 살펴보니 그렇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앱에서 마지막으로 본 페이지도 sam에 반영되지 않았다. 계속 살펴보니, sam에서 마지막으로 읽은 부분은 sam만 기억하고 앱에서 마지막으로 읽은 부분은 앱만 기억했다. 이 점이 상당히 불편했다. 만약 sam을 집에 두고 와서 스마트폰으로 이어 독서할 경우, 마지막으로 읽었던 페이지를 기억해 일일이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 측에 문의하니, "본래 sam, 스마트폰 앱, PC에서 보는 전자책은 모두 동기화되도록 지원한다. 다만 동기화 기능이 현재 베타 버전이라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발팀이 해당 오류를 수정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교보문고는 매월 1~2회 가량 소프트웨어 기능 개선을 위해 업데이트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조만간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sam은 내려받은 전자책뿐만 아니라 PDF, PPT, DOC, ZOP, Facebook DRM 등의 확장자를 가진 파일도 넣어서 볼 수도 있다. 다른 파일을 넣는 방법은 USB를 이용하는 것과 똑같다. PC와 sam을 USB 케이블로 연결하면 sam 화면이 전환되는데, 화면에서 '이동식 디스크 연결'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PC에서 sam을 USB처럼 인식할 것이다. sam 저장소에 원하는 파일을 끌어다 넣기만 하면 된다.
이 기능은 PDF나 PPT 파일을 자주 보는 대학생이나 직장인에게 유용하나, 용량이 큰 파일을 볼 경우 불편할 수 있다. 용량이 작은 파일(1~3MB)을 감상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15MB 용량의 PDF 파일(264페이지 분량)을 실행했더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화면 깜박임이 심했다.
이 외에, 읽은 페이지가 쪽수가 아닌 %로 표시되는 것이 불편했다. %보다는 총 페이지에서 몇 페이지를 읽는 중이라고 표시했으면 좋겠다.
며칠을 두어도 끄떡없네, 오래가는 배터리
e-ink 단말기인 만큼 배터리는 오래 갔다. 3주 동안 사용하며 배터리를 충전한 적이 별로 없었다. 전원 버튼을 짧게 누르면 대기 상태가 되는데, 대기 상태로 이틀 동안 두었는데도 배터리가 거의 그대로였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대기 시간은 완충 후 2주이며 완충 시 최대 2만 페이지(약 67권 분량)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방전 상태에서 완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시간이다.
배터리는 PC와 연결해야 충전할 수 있으며 어댑터는 따로 없다. 충전을 하려면 매번 PC를 켜야 해서 불편했다. 배터리가 오래 가니 자주 충전할 일은 없겠지만, 콘센트에 꽂아 충전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희한하게도 충전을 하면 sam 전원이 켜진다. 전원을 꺼 놓고 충전하더라도 다시 켜진다. USB 케이블로 연결한 뒤 전원을 끄려고 하니 절대로 꺼지지 않더라(응?). 이에 대해 교보문고에 문의하니 기기 이상은 아니고 원래 그렇다고 한다. 물론 충전할 때 전원이 켜지는 것 때문에 불편한 일은 없었다. 전원이 켜져 있다고 충전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니고, 충전 시 대기 모드로 진입하니 화면이 터치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의아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sam은 4GB의 내장 메모리를 탑재했으며, 메모리는 최대 32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전자책은 최대 3,000권 저장할 수 있다.
평균적인 가격, 펌웨어 업데이트 기대
sam 단말기는 sam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 sam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고 단말기만 별도 구매할 경우 가격은 14만 9,000원이다. 다른 전자책 단말기와 비교하면 평균적인 가격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아이리버 스토리K는 인터넷 최저가 약 8만 원, 인터파크 비스킷은 17만 9,000원, 크레마 터치는 12만 9,000원이다.
전반적으로 안정감 있는 기기이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문득 '2% 부족할 때'라는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본 리뷰에서 지적했던 단점들은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될 만한데, 제조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완성도를 더욱 끌어올리길 바란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