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 2013] 어르신들도 DSLR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
2013년 4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2013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HOTO&IMAGING 2013, 이하 P&I 2013)'이 개막했다. 1989년을 시작으로 올해 22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P&I 2013은 카메라뿐만 아니라 렌즈, 영상기기, 프린터, 응용 기자재, 방송용 장비 등 첨단 디지털 기술과 사진영상문화를 선보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진 및 영상기자재 전시회다. 참가업체 규모도 역대 최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21개국 197개 업체가 748개 부스 규모로 참석하며, 약 300개의 브랜드를 선보인다. 삼성전자, 캐논, 니콘, 소니, 펜탁스, 탐론 등 국내외 카메라 및 렌즈 제조사, 유통사 등이 참여한다.
다양한 주제의 이벤트와 방문객을 위한 특별관도 마련했다. DSLR 동영상 촬영에 초점을 맞춘 'P&I DSLR Movie Zone', 가족과 캠핑, 여행을 주제로 한 가족 캠핑장과 사진으로 꾸민 'Photo & Travel 특별관', 세계 5대 문화관광 상품으로 손꼽힌 템플 스테이(Temple Stay)를 담은 사진전 등이다. 이외에도 광학산업제품을 소개하는 'Photo&Optics 기획전',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담은 사진책과 주요 출판사들의 대표 사진책을 모아 놓은 'P&I PHOTO BOOK Fair' 등도 마련했다.
세미나도 개최한다. 사진문화, 촬영기술, 영상편집, 사진 영상활용 비즈니스 등 사진과 이미지 분야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P&I 2013 세미나'와 DSLR 장비를 현장에서 직접 사용하는 전문가들이 전하는 'DSLR Movie Zone 세미나'가 열린다.
캐논 5D Mark2와 니콘 D4를 메고 다니는 어머님들
현장에서 직접 본 광경이다.
P&I 2013 행사장 안에는 등산복에 모자를 쓴 우리네 어르신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어르신들의 손에는 '백통', '대포' 등 여러 별명으로 불리는 70-200mm 망원 줌 렌즈를 단 캐논 5D Mark2, 니콘 D4 등이 들려 있었다. 행사 참여도 적극적이다. 궁금한 점은 직원을 불러 가격은 얼마인지, 기능은 무엇이 있는지, 성능은 어떻게 되는지, 꼼꼼하게 물어보고 따지신다. 카메라 가방, 백팩 등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꼭 한번 둘러메 보고, 어깨끈과 고정끈 등을 조여 착용감을 따진다. 전문가가 따로 없다.
이런 현상을 행사장 곳곳에서 발견했다. 마치 지난 2년 전 일본에서 열렸던 국제 카메라 영상 쇼 'CP+ 2012' 현장에 나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일본은 카메라 및 영상 관련 행사장에 어르신들이 많이 모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일본의 DSLR 카메라 역사는 꽤 깊다. DSLR 카메라의 대표적인 두 회사 니콘과 캐논의 영향도 크다. 그만큼 카메라 사용 연령층이 자연스럽게 높아진 것. 이러한 현상이 국내 시장에도 반영된 것은 아닐까.
- 참고기사: [CP+ 2012] 한국와 일본의 IT 행사, 이런 차이가 - http://it.donga.com/8221/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개막일이 평일이었다는 점, 일산 킨텍스에서 '서울 모터쇼 2013'이 열리고 있다는 점 등 젊은이들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전 등록 연령층을 보면 달라진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니콘과 캐논은 이번 행사에서 DSLR 카메라 관련 강연과 체험존을 주 메인 테마로 정했다. 그리고 각 강연에 대한 사전신청을 받았다. 니콘 측에 따르면, 강연 사전 등록은 일찌감치 마감됐고, 연령층도 상당히 높다. 어르신들이 미리 행사를 알고 준비했다는 것.
국내에서 등산, 캠핑, 여행 등 아웃도어를 취미로 삼는 어르신이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좋은 풍경을 담을 수 있는 DSLR 카메라로 소비층이 옮겨갔다는 가설도 있다. 실제 행사장 안에 등산용품을 판매하는 코오롱 스포츠 부스에서 카메라 가방을 살펴보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중급형, 고급형 DSLR 카메라가 특정 연령층, 예를 들어 20~30대 남성만이 주로 사용하는 기기는 아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기다. 사용법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할까? 사용자가 만족하고,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꼭 사진작가, 전문가만 최상급 DSLR 카메라를 사용하라는 법은 없다. 사진은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찍는다고 하지 않던가. 감성은 젊은이뿐만 아니라, 어르신에게도 있는 법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