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HD 3D 프로젝터의 대중화 노린다, 벤큐 W1070
몇몇 취미 중에는 유난히 돈이 많이 드는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튜닝이나 DSLR카메라, 그리고 홈씨어터를 들 수 있다. 그 중 홈씨어터의 경우엔 좀더 높은 음질과 출력을 갖춘 스피커, 보다 많은 음원과 채널을 지원하는 앰프, 그리고 한층 고화질과 큰 화면을 갖춘 디스플레이 기기를 마련하기 위해 지출을 늘리곤 한다.
특히 디스플레이 기기의 경우엔 결국엔 '프로젝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진정한 홈'씨어터(극장)'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100인치 이상의 거대한 화면이 필수인데 TV나 모니터에서 이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3년 현재 기준으로 홈씨어터용 프로젝터가 추구하는 최적의 조건은 블루레이급 영화의 화질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한 풀HD 해상도(1,920 x 1,080), 그리고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영상을 선사하는 3D기능이다. 그리고 여기에 폭넓은 AV기기(블루레이 / DVD 플레이어, 콘솔게임기, PC등)를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인터페이스까지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다만, 이런 기능을 모두 갖춘 프로젝터는 대개 200~3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가격이 만만치 않다. 원래 홈씨어터가 돈이 많이 드는 취미라지만, 화면 크기만 양보한다면 TV나 모니터에서 상기의 기능들을 절반 이하의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본전' 생각이 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벤큐의 W1070은 주목할만한 제품이다. 풀HD급 해상도, 3D 기능,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모두 갖춘 상태에서 가격은 140만원 대(2013년 4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부가기능은 그다지 다양하지 않지만, 홈씨어터용 프로젝터의 본질적인 기능은 여느 고급형 제품 못지 않다. 때문인지 올해 초에 한 유명 AV커뮤니티에서 실시된 공동구매에서 불과 몇 시간 만에 초기 물량이 완전 매진되기도 했다. 과연 어느 정도의 물건이길래 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가벼운 무게와 다양한 인터페이스에 주목
벤큐 W1070의 외형은 전형적인 홈씨어터용 프로젝터다. 기업용 제품에 비해 무게도 가벼운 편(측정결과 2.79kg)이라 가지고 이동하는데 큰 무리가 없으며 천정에 달아 설치할 경우에도 비교적 부담이 적을 것 같다.
제품의 외형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후면의 인터페이스 구성이다. HDMI, 컴포넌트, D-Sub(VGA), S영상, 컴포지트, 3.5mm 음성 입출력 포트 등을 갖추고 있어 시중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AV기기 및 PC와 연결이 가능하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HDMI 입력 포트를 2개나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출시되는 신형 노트북이나 블루레이 플레이어, 콘솔 게임기 등의 온전한 화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HDMI가 필수이며, 대부분의 AV매니아들이 2대 이상의 AV기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런 구성은 칭찬받을 만하다.
다만, 프로젝터나 TV 중에는 USB메모리나 외장하드, SD카드등을 꽂아 저장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직접 재생하는 기능을 가진 것도 많은데 벤큐 W1070는 자체적인 콘텐츠 재생기능을 가지고 있진 않다. 대신 여느 풀HD급 3D 프로텍터에 비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기를 구매할 대부분의 AV매니아들은 이미 고성능의 AV기기를 가지고 있을 테니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홈씨어터에 적합한 높은 명암비 + 3D 기능 눈에 띄네
벤큐 W1070 밝기는 2,000안시루멘으로 평범한 편이지만 명암비는 1만 : 1로 상당히 높다. 이는 DLP프로젝터 특성이기도 한데, 명암비가 높으면 화면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차이가 잘 드러나므로 영화나 스포츠 중계처럼 움직임이 빠른 영상을 감상하는데 유리하다. 홈씨어터용 프로젝터로 쓰기에 적합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본 제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면 3D영상의 감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만, 3D영상 콘텐츠는 수록 방식이 다양해서 일부 3D 디스플레이 중에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하지만 벤큐 W1070는 '사이드 바이 사이드', '탑 엔 보톰', '프레임 패킷' 등의 다양한 3D 규격을 지원하므로 블루레이플레이어,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용 셋탑박스, 플레이스테이션3 등 시중에 팔리는 대부분의 AV기기와 연결해 3D 영상을 즐길 수 있다.
다만, 3D영상을 즐기는데 필수인 3D안경은 DLP링크를 지원하는 셔터글래스 방식의 제품으로 따로 사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10만원 상당). 화질 면에는 사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비용 부담 면에선 아쉬움이 없지 않다.
본체 이동 없이 출력 범위 조정 가능한 렌즈시프트 기능
그 외 벤큐 W1070의 특징이라면 영상 출력 렌즈의 위치를 수직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렌즈시프트'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덕분에 영상 출력 범위가 스크린을 벗어나더라도 프로젝터를 움직일 필요 없이 렌즈 윗부분을 덮개를 열고 나사만 돌려주면 보정이 가능하다.
천정에 프로젝터를 고정해두고 사용한다면 대단히 유용한 기능이다. 렌즈시프트 작업을 할 때 반드시 일자 드라이버가 필요하다는 점은 약간 귀찮지만 자주 쓰는 기능은 아니니 단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수준급의 화질, 의외로 만족스러운 음향
대략적인 외형과 특징을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써볼 차례다. HDMI 포트를 가진 노트북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구동하고 플레이스테이션3 게임기로 게임을 즐겨봤다. 이전의 프로젝터들은 반드시 방 안의 조명을 모두 꺼야 온전한 화면을 볼 수 있었으나 벤큐 W1070은 환한 장소에서도 상당히 선명하고 밝은 화면을 볼 수 있었다. 수치적인 밝기는 평범한 수준(2,000안시)지만 높은 명암비(1만 : 1)의 덕을 톡톡히 본 듯 하다.
풀HD급 해상도의 동영상과 게임을 구동해보니 선명함이나 색감 측면에서 그다지 나무랄 데가 없었다. DLP방식 프로젝터는 LCD 방식에 비해 색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었지만 요즘은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2개의 HDMI포트를 갖춘 덕분에 노트북과 게임기를 동시에 연결한 상태에서 편리하게 전환하며 쓸 수 있는 것도 편리하다.
영상 외에 또 한가지 인상적인 점은 음향이다. 프로젝터에 내장된 음향 출력 기능은 그냥 소리가 나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 수준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벤큐 W1070의 음향 출력 기능은 출력이나 음질이 수준급이라 본격적인 홈씨어터 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용자라도 나름 만족스럽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충실한 기본기와 높은 '가성비'가 매력
벤큐 W1070은 수준급의 풀HD급 화질에 3D입체영상 출력 기능, 2개의 HDMI로 대표되는 다양한 인터페이스까지 갖췄다. 여기에 기대 이상으로 우수한 음향 출력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만족스럽다. 다만, 자체 미디어 재생 기능이라던가 무선 연결 기능과 같이 일부 고급형 프로젝터에 포함된 부가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덕분에 제법 합리적인 가격(140만원 근처)에 구매가 가능하다.
홈씨어터 시스템을 꾸밀 때, 음향기기는 상대적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사양표에 나온 수치가 무시되는 경우가 많지만, 영상기기는 그렇지 않다. 특히 고도로 디지털화된 최근 영상기기의 사양표는 거짓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벤큐 W1070의 기본 사양은 기존 200~300만원 상당의 제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며, 이미 상당수의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종합적인 구매가치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