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픈 건 모델인가요, 강좌인가요?
자동차, 카메라, 게임 등 남성 취향 제품의 전시회에 가보면 으레 눈에 띄는 풍경이 있다. 바로 레이싱 모델, 카메라 모델, 게임 모델 등 홍보 모델을 카메라에 담는 관람객들의 모습이다.
이제 전시회와 모델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모델 없이 전시회를 개최해보니 관람객이 평소의 1/5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홍보 모델의 미모와 숫자가 전시회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 요소인 것이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개최된 2013 서울모터쇼를 참관해보니 홍보 모델을 고용한 부스와 그렇지 않은 부스의 관람객수는 눈에 띄게 차이 났다. 홍보 모델을 고용해도 모델이 여성인 경우와 남성인 경우 전자가 후자보다 관람객수가 더 많았다. 일부 방문객들은 자동차를 직접 시승해보는 등 다른 곳에도 관심을 보냈지만 대부분의 관람객은 자동차보다 홍보 모델에 더 관심을 보냈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추세에 반감을 가진 관람객이 조금씩 늘고 있다. 제기동에 거주하는 이 모씨(30)는 "얼마 전에 사진 전시회에 다녀왔는데 사람들이 사진에는 관심 없고 홍보 모델을 찍는 것만 열심이었다"며, "차분하게 사진을 감상할 분위기가 아니어서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기업 역시 홍보 모델을 앞세우는 풍토에서 벗어나 제품 체험과 강좌 위주의 전시회를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는 4일 개최되는 2013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이하 P&I)이다.
P&I 사무국은 P&I가 열리는 4일 내내 전용 강의실을 세우고 각종 강좌 및 세미나를 진행한다. DSLR 촬영 방법, 사진을 포토샵으로 수정하는 방법 등 간단한 강좌부터 아름다운 한국의 사계절을 맛깔나게 담는 법, 사진을 완성하는 포토샵 워크플로우 등 고급 강좌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해당 세미나는 P&I 사무국이 아닌 참가사들이 순서를 정해 직접 진행하는 강좌다.
P&I에 참여하는 회사들도 다양한 강좌를 선보이며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니콘이미징코리아는 김상훈(강원대 교수, 전 종군기자), 조세현(중앙대 교수), 아베 히로유키(일본 사진작가) 등 여러 유명 사진작가를 섭외해 자사 P&I 부스에서 강좌를 진행한다. 오로라 촬영법, 고화소 시대에 사용할 수 있는 렌즈와 사용할 수 없는 렌즈 구별법, 종군기자의 경험담 등 강좌 종류도 다양하다.
캐논컨슈머이미징은 세계 최경량 DSLR EOS 100D, 보급형 DSLR EOS 700D, 깔끔한 디자인에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콤팩트카메라 파워샷N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다. 니콘, 캐논 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회사 대부분이 자사의 최신 제품을 진열하는 만큼, 평소에 카메라에 관심이 많았던 사용자라면 직접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물론 P&I에서도 홍보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참여사들이 홍보 모델을 앞세워 자사 전시회를 알릴 계획이다. 게다가 서울모터쇼와 P&I는 다루는 제품의 종류(자동차, 카메라)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곤란하다. 카메라가 자동차보다 제품 처험 및 강좌에 더 적합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품 체험과 강좌를 원하는 관람객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전시회에 홍보 모델과 강좌를 모두 내세우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구사하는 회사가 늘어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