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을 품은 콤팩트 카메라 '쿨픽스A' 써보니…
스마트폰이 참으로 많은 IT기기를 잡아먹었다. 일반 휴대폰, MP3, PMP는 말할 것도 없고, 콤팩트 카메라까지 넘보고 있다. 카메라 업계 관계자마저 "스마트폰이 콤팩트 카메라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카메라 업체들은 스마트폰이 흉내내기 곤란한 특성을 콤팩트 카메라에 부여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특성은 두 가지, 20배 줌 이상의 '고배율 줌렌즈' 또는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에 버금가는 '화질'이다.
지난 23, 24일 개최된 디지털라이브2013에서 만난 니콘 '쿨픽스A'는 이 가운데 화질을 택한 고급 콤팩트 카메라다.
니콘 쿨픽스A의 가장 큰 가치는 '화질'이다. 보급형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에 탑재되는 APS-C 센서를 탑재해 스마트폰이 흉내 낼 수 없는 뛰어난 화질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유효 화소수는 1,616만, 어지간한 DSLR 못지 않다. 이를 통해 최대 4,928x3,264의 고해상도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니콘의 신형 화상처리 엔진 '엑스피드2(EXPEED2)'를 더해 사진이 한층 선명하고, 색감이 생생한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화질이 뛰어난 제품임에도 크기는 기존 콤팩트 카메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DSLR은 말할 것도 없고 미러리스 카메라보다도 작다. 시중의 4.3인치 스마트폰보다 조금 두꺼운 정도다. 당연히 주머니에도 쏙 들어간다. 휴대성만큼은 만점이다.
휴대성에는 한가지 비밀이 더 있다. 시중의 경쟁 제품(DSLR을 품은 콤팩트 카메라)은 밝은 렌즈(F1.8~2.0)를 얻고자 휴대성을 상당히 희생했다. 렌즈를 밝게 하면 렌즈의 구경이 커지고, 렌즈 모듈의 부피가 늘어난다. 그만큼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쿨픽스A는 휴대성에 좀더 초점을 맞췄다. 전원이 꺼진 상태에선 렌즈가 본체에 완전히 수납된다. 전원을 켜면 조금 튀어나오는 것이 전부다. 콤팩트 카메라는 휴대하기 편한 것이 우선이라는 니콘의 개발철학이다.
렌즈가 그리 어두운 것도 아니다. F2.8 콤팩트 카메라의 평균 수준이다. 이 정도면 렌즈 조리개 최대 개방 시 아웃포커싱(사물만 찍히고 배경은 흐려지는 사진 연출 기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쿨픽스A는 작은 크기에도 고급 카메라다운 기능을 갖췄다. 일단 고급 카메라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투 다이얼 시스템을 갖춘 점이 눈에 띈다. 수동 모드에서 셔터속도와 조리개 개방을 빠르게 조작하기 위함이다. 일반 콤팩트카메라나 보급형 DSLR이 원 다이얼만 갖춘 점과 대조적이다. 아무래도 다이얼이 하나면 두 개일 때보다 조작이 느려질 수 밖에 없다.
외부 버튼도 DSLR 못지 않다. ISO, 노출 조절, 초점링 등을 외부에 배치해 촬영 설정을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다. 금속으로 제작해 견고한 몸체에도 눈길이 간다.
메뉴의 조작 방식은 니콘 DSLR과 동일(유사하다가 아님)하다. 한번이라도 니콘 DSLR을 사용한경험이 있다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메뉴에서는 카메라 관리뿐만 아니라 사진에 필터(흑백, 세피아, 특정 색상 강조 등)를 더하는 등 간단한 사진 편집을 할 수 있다.
화각은 28mm로 광각에 더 가깝다. 아무래도 인물보다는 풍경을 찍을 때 좀 더 두각을 나타낸다. 아쉽지만 확대는 불가능하다. 줌렌즈가 아닌 단렌즈(화각이 고정돼 광학 확대가 불가능한 렌즈)이기 때문이다. 휴대성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으로 보인다.
사실 아쉬운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가격이다. 출고가 144만 원, 미러리스 카메라에 표준 단렌즈를 더한 가격보다 조금 더 비싸다. 하다못해 100만 원 초반만 됐어도 큰 인기를 끌었을 텐데… 물론 경쟁 제품의 가격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경쟁 제품은 100만 원 후반에서 300만 원 초반에 포진하고 있다.
니콘 관계자는 "쿨픽스A는 스마트폰이나 기존 콤팩트 카메라의 화질에 만족하지 못한 사용자 또는 니콘 DSLR 사용자 가운데 고성능 콤팩트 카메라를 추가로 사용하길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제품"이라며, "물론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일반 사용자가 구매해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쿨픽스A가 콤팩트 카메라 시장에 얼마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