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카메라 후속은 갤럭시NX?"
지난 24일, 국내 언론을 통해 삼성전자가 '갤럭시카메라2(가칭)'를 제작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갤럭시카메라2는 어떤 제품일까. 이를 유추할 수 있는 자료가 미국에서 유출됐다.
미국의 IT매체 우버기즈모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미국 특허청(USPTO)에 'Galaxy NX(갤럭시NX)'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NX'는 삼성전자의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 브랜드다. 즉,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미러리스 카메라를 하나로 합친 제품을 준비 중이란 의미다.
갤럭시NX가 갤럭시카메라2인지 여부는 아직 불명확하다. 둘이 전혀 별개의 제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상표 등록 후 4~6개월 내로 해당 제품을 출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들은 올해 내로 갤럭시NX라는 새로운 형태의 미러리스 카메라를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참고로 미러리스 카메라란 콤팩트 카메라 수준의 크기와 DSLR 수준의 화질을 갖춘 제품이다. 보급형 DSLR에 탑재되는 APS-C 타입 센서를 채택해 화질이 콤팩트 카메라보다 훨씬 뛰어나고,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렌즈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비싸진 갤럭시카메라
지난 11월 출시한 갤럭시카메라의 판매량은 기대에 못 미쳤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출시 후 한달간 1,000대도 판매하지 못했다. '커넥티드(connected, 연결성) 카메라'라고 자신 있게 내세우며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초라한 성적이다.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가격이다. 출고가 75만 원, 콤팩트 카메라, 태블릿PC를 훨씬 웃돌고, 어지간한 스마트폰, 미러리스 카메라 못지않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갤럭시카메라는 왜 이렇게 비쌌던 것일까. 비싸도 소비자들이 구매할 것이라는 삼성전자의 객기일까? 아니다. 갤럭시카메라는 비쌀 수밖에 없었던 제품이다.
갤럭시카메라는 '갤럭시', '커넥티드', '카메라'라는 세가지 특징을 한데 모은 제품이다. 갤럭시S3, 갤럭시노트2와 대등한 성능을 갖췄고(갤럭시), LTE 통신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SNS와 블로그에 사진을 올릴 수 있다(커넥티드). 또한 21배 줌렌즈를 탑재해 멀리 있는 사물도 수월하게 촬영할 수 있다(카메라).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한데 모으려다 보니 제품 단가가 올라갔고, 필연적으로 비싸질 수밖에 없었다.
선택과 집중, 그런데…
물론 삼성전자도 가격이 비싸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갤럭시카메라를 만들 때 ‘선택과 집중’을 했다.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는 콘셉 때문에 커넥티드는 포기할 수 없다. 이를 소홀히 하면 갤럭시카메라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린다.
남은 것은 갤럭시와 카메라다.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갤럭시를 택했다.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과 대등한 프로세서, 메모리와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그리고 4.7인치 HD 해상도의 슈퍼 클리어 LCD를 탑재했다. 성능은 호평 일색이었다. 반면 카메라는 상대적으로 부실했다. 콤팩트 카메라 수준의 센서를 채택해 화질이 뛰어나단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물론 21배줌 렌즈라는 특징이 있지만, 그 정도는 시중의 고급 콤팩트 카메라라면 다들 갖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SLR클럽, 클리앙 등 카메라, IT 관련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을 둘러보면 갤럭시카메라의 비싼 가격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적었다. 오히려 화질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용자들은 카메라에 집중하길 원한 셈.
결국 삼성전자는 갤럭시와 미러리스 카메라를 접목한다는 칼을 빼 들었다. 갤럭시NX는 갤럭시카메라의 화질에 아쉬움을 표한 사용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 마리 토끼만 잡아도 다른 미러리스보다 뛰어나
갤럭시카메라에서 우리는 한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카메라를 구매할 때 사용자들의 가치판단 기준은 ‘카메라’라는 점이다. 사용자들은 결국 '사진이 얼마나 잘 찍히는가'로 싸다 비싸다 가치판단을 했다. 갤럭시카메라의 경쟁상대를 시중의 콤팩트 카메라로 인식했다는 의미다. 뛰어난 성능과 LTE 통신 기능은 그 다음이다.
갤럭시NX 역시 마찬가지다. 커넥티드를 포기할 수 없고 카메라에 집중했다면, 갤럭시는 조금 덜 신경 써도 된다.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경쟁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훨씬 비싸진다면 갤럭시카메라의 전철을 밟을 뿐이다. 두 마리 토끼만 잡아도 사용자들은 지갑을 선뜻 열 준비가 되어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