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교육, "아이들의 학습 흥미를 일깨우다" - 부산 서명초등학교
"오늘은 도자기를 만들어보겠어요"
지난 3월 19일, 부산시 금정구 서동에 위치한 서명초등학교 5학년 2반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 24명은 직접 도자기를 만드는 미술 시간을 가졌다. 4명씩 한 조를 이뤄 총 6개조로 나뉜 2반 학생들은 미리 선정해 놓은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 도자기를 어떤 색으로 꾸미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어 대표 학생이 손을 들었고, 차례대로 색깔을 나눠가졌다. 이제 도자기를 만들 차례. 하지만, 아이들의 책상 위에는 찰흙이나 지점토를 찾아볼 수 없었다. 미술 교과서와 아이패드 미니만 아이들의 손에 쥐어져 있을 뿐이다.
수업을 담당한 김영배 교사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아이패드 미니를 교실 앞에 설치한 프로젝션TV와 무선으로 연결해 화면을 띄웠다. 아이패드 미니와 프로젝션TV를 연결하는 중간 연결 장비는 애플TV다. 애플TV를 사용하면 아이패드 미니의 화면을 프로젝션TV에 그대로 띄울 수 있다. 이를 'Airplay(에어플레이)'라고 하며, 거울처럼 똑같이 본다고 해서 '미러링'이라고도 부른다. 단, 같은 와이파이 안에 애플TV와 아이패드 미니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아이패드 미니 <-> 애플TV <-> 프로젝션TV).
김 교사가 실행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은 도자기를 만들고, 만든 도자기를 평가 받을 수 있는 'pottery'라는 앱이다. 앱을 실행하면 도자기가 나타나고 손가락을 이용해 위로 밀면 높이가 올라가며, 내리면 낮아진다. 양 옆으로 벌릴 수도 있다. 원하는 무늬와 색깔도 선택해 넣을 수 있다. 시범을 보이는 와중에 아이들이 먼저 앱을 실행해 알아서 도자기를 만들고 있을 정도로 사용 방법이 쉽고 간단했다.
흥미를 느낀 아이들은 각자 생각대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각 조마다 주어진 색상에 맞춰 이리저리 모양을 내고, 앱에 미리 저장되어 있는 다양한 무늬를 도자기에 입혔다. 한 아이는 주어진 색상 한가지만이 아니라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상의 도자기를 만들었다.
이제 각자가 만든 도자기를 발표할 차례. 각 조마다 도자기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 아이가 뽑혔고, 뽑힌 아이들은 교실 앞으로 나갔다. 차례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아이패드 미니 화면을 프로젝션TV에 띄우고, 도자기를 만든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재미있던 점은 아이들에게 일일이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아이패드 미니를 쉽게 다뤘던 것. 한 아이가 앞에서 발표할 때, 다른 아이가 자신의 아이패드 미니 화면을 프로젝션TV에 띄웠다. "자꾸 누가 장난치니?"라는 김 교사의 말에 "손가락 네 개로 옆으로 밀면 제 화면이 나타나요"라고 아이가 답하더라. 필자는 이런 모습에 살짝 놀랐다. 아이들은 기기를 어려워하지 않았으며, 수업 보조도구로 사용했다.
학습 흥미 유발에 큰 도움을 받다
부산 서명초등학교는 지난 2012년 8월 20일, 스마트교육 모델학교로 지정됐다. 스마트교육을 위한 시설을 구축해 스마트 교육활성 및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함이다. 서명초등학교 이형규 교장은 "스마트교육은 2015년까지 운영한다. 정부로부터 1억 4,000만 원을 지원받았으며, 자체적으로 매년 4,000만 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현재 아이패드 미니와 같은 스마트 기기를 4, 5, 6학년 한 학급에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 전교생 정원은 237명인데, 내년에는 학생 1명당 스마트 기기 1대씩 지급할 수 있도록 보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서명초등학교 학생들은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이 많아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아이들이 새로운 스마트 기기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이에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직접 학습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교육을 접목한 이후, 아이들이 달라진 점은 학습에 대한 흥미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딱딱한 책이 아니라 만지면 움직이는 직관적인 방식의 태블릿PC는 아이들이 상당히 좋아한다. 그리고 그 흥미를 교육으로 연결한다. 같은 학습 내용이더라도 책보다 만화가 아이들에게 인기인 것과 같은 이유다.
지적 장애 아동에게도 좋은 효과를 보였다. 서명초등학교 5학년 2반 학생 중 지적 장애 아동이 한 명 있다. 수업 중에도 보조교사 분이 붙어서 학습을 돕는다. 그런데, 스마트 교육을 적용하고 난 이후, 아이의 집중력이 크게 향상됐다. 과거에는 수업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날씨가 좋으면 창문 밖 풍경에만 빠져 있던 아이가 이제는 아이들의 수업 내용을 따라온다. 김 교사는 아이패드 사용만큼은 다른 아이들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도자기 미술 수업도 함께 참여했으며,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점을 느끼지 못했다.
아래는 수업을 마친 후, 김 교사와 가진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IT동아: 아이패드 미니와 앱, 애플TV를 활용한 수업은 잘 봤다. 혹시 다르게 활용했던 사례는 없는지 궁금하다.
김 교사: 이 곳은 현장이다.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서로 협동하며, 창의적인 능력 등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다. 스마트 교육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교육 공학의 연장선이다. 이 점을 먼저 알아줬으면 좋겠다.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학습하는 사례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잘 모르는 단어나 어려운 내용 등을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은 기본적인 사례다. 과학 시간에 배우는 태양계를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솔라워크(Solar Walk)' 앱을 사용하거나, '구글 어스'와 같은 지도 앱도 수업 시간에 활용한다. 만지면서 활용할 수 있는 앱을 많이 사용한다.
IT동아: 오늘 수업은 미술 시간에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직접 찰흙이나 지점토를 만지면서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김 교사: 맞다. 당연하다.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들고 창작하는 활동은 중요하다. 오늘 수업과 같은 내용은 미리 만들기 전에 사전 활동으로 사용하기에 좋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인 셈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필요한 준비물 등을 알아보는데도 도움이 된다. 찰흙으로 뭔가를 만들 때 아이들은 방향을 벗어나 아무렇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방지한다.
IT동아: 지금까지 교육 일선에서 직접 스마트 교육을 진행해왔다. 단점 같은 것, 아니면 '이런 건 좀 개선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없는가.
김 교사: 음… 현재로서는 단점을 찾기 보다 새로운 시도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 교육은 기존 책에서 할 수 없고, 찾을 수 없던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사용한다. 향후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기존의 책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디지털 교과서에는 기존 교과서와 다른 더 다양한 콘텐츠가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IT동아: 안드로이드 태블릿PC를 사용해 본 적은 없는가.
김 교사: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10.1을 교수용으로 사용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한다. 기기마다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한데 어느 것이 더 좋다고 볼 수 있을까. 때문에 아이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잘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기기의 장단점에 대해서 직접 아이들에게 말해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게끔 하고 원하는 것을 사용하게 만들 뿐이다. 스스로 판단하도록 도와줄 뿐이다.
IT동아: 현재 아이패드 미니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김 교사: 크기다. 아이패드 미니 크기는 사전 정도다. 교과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병행해서 사용하기 딱 알맞은 크기다. 스마트 기기로 뭐를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뭐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보완 기기라는 뜻이다. 그래서 아이패드 미니를 선택했다. 간혹 아이들이 아이패드 미니로 문서 작성을 하다가 "선생님 이걸로 문서 만들기가 좀 어려워요"라고 말한다. 그럴 때는 컴퓨터실에 가서 컴퓨터로 작성하라고 한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이용하는 것일 뿐, 아이들에게 편한 쪽으로 도와줄 뿐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부산지역 초/중학생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해 이를 활용한 자기주도학습 학급을 시범 운영했다. 올해 안에 스마트교육 대상 학교를 100개로 늘릴 예정이다. 오는 2015년까지 교과부가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디지털교과서를 도입,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스마트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일이다. 부산시 임혜경 교육감은 "스마트교육을 체계화시켜 알차고 강한 교육 성과를 내겠다. 지방교육자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겠다"라고 최종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