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카드사, 제조사… 모바일 결제 시장 주도권 싸움, 해법은?
스마트폰이 보급됨에 따라 물건을 구매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 현금, 체크카드, 신용카드 등 기존 결제 방식 대신 모바일 결제(단말기, 교통카드 등을 통한 결제 방식)가 주목 받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작년 한해만 2조 9,800억 원에 이른다. 단말기를 활용한 소액결제는 2조 8,000억 원, 교통카드를 활용한 선불 충전 방식은 1,300억 원이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로 성장한 모바일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와 BC카드, 국민은행, 농협 등 카드/금융사 그리고 구글, 애플,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대립하고 있다.
이 같은 모바일 결제 시장의 향후 전망을 논하고자 모바일 지불결제 기술에 관한 컨퍼런스가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20일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KT 이황균 상무는 "이동통신사, 카드/금융사, 제조사 등이 멤버십, 쿠폰, 결제 기능을 담은 전자지갑 기능(모카페이, 페이핀, 패스북 등)을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는 것은 모바일 결제 시장이 그만큼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예전에는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유도했지만, 지금은 다양한 결제 수단을 제공해 고객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은 통일된 규격이 없는 상황이다. 통신사, 금융사, 제조사, 유통사가 저마다의 전자지갑 서비스를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 들이고 있다. 통신사는 제각각 전자지갑 서비스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플래닛을 통해 '스마트월렛', LG유플러스는 직접 '스마트월렛'이라는 이름의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공교롭게도 양사의 서비스 이름이 같지만, 별개의 서비스다). 금융사의 경우 회사마다 별개의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카드사를 중심으로 통합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유통사의 경우 S캐시(신세계), 캐시비(롯데), 팝티머니(GS+티머니) 등 다양한 전자지갑 서비스를 선보이는 추세다. 삼성전자, 구글, 애플 역시 삼성월렛, 구글월렛, 패스북 등 전자지갑 서비스를 자사의 단말기에 탑재했다.
BC카드 김수화 상무는 "모바일 결제시장은 2013년을 기점으로 본격 수용 단계(특정 서비스를 누구나 거부감 없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계)에 접어 들 것"이라며, "높은 신용카드 이용율, 높은 인터넷 보급율, 국민 대다수가 은행 계좌를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점 등이 역설적으로 모바일 결제의 보급을 막는 방해요소"라고 전했다. 사용자들이 기존 결제 방식에 익숙하고, 기존 결제 방식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 모바일 결제로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베이코리아(옥션, 지마켓) 김준표 실장은 "위기에 처한 이베이가 다시 재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모바일 결제"라며, "현재 이베이는 모바일 환경 대응을 최우선시 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 전자지갑 플랫폼 모카페이의 주요 멤버 중 하나인 하렉스인포텍 양문호 부사장은 "신용카드가 현찰을 대체할 지불수단으로 급격히 떠오른 이유는 정부의 지원정책, 다양한 부가혜택 서비스, 발급/이용 편의성, 소득공제 혜택 등에 있다"며, "모바일 결제가 주요 지불수단으로 떠오르려면 정부, 금융사, 통신사 등이 신용카드 보급 때와 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 김정환 팀장은 "모바일 결제가 주요 결제수단 중 하나로 떠오름에 따라 많은 유통사가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결제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신용카드, 직불카드, 상품권 등의 정보를 애플리케이션에 입력해 스마트폰만 들고 있으면 굳이 지갑을 꺼내지 않아도 모든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세상이 올해부터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의 예시로 자사의 전자지갑 S월렛을 들었다. S월렛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지갑 서비스다.
하나은행 한준성 본부장은 "현재 전자지갑 서비스의 선두주자는 페이팔(추정 하루 매출 4,000억 달러)이고, 구글과 아마존이 그 뒤를 잇고 있다"며,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애플의 전자지갑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전자지갑 서비스도 편리함만큼은 결코 앞의 회사들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중구난방 전자지갑, 통일된 규격이 절실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만으로 모든 결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모바일 결제, 분명 편리한 서비스지만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이해당사자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통신사, 금융사, 제조사, 유통사 등 여러 분야의 수많은 회사가 자사의 서비스가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길 원하는 모양새다. 사용자의 입장에선 어떤 서비스를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게다가 각 서비스간 호환성도 없으니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물론 2~3년이 흐르면 특정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대세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까지 소비자들이 불편을 감수할지 의문이다. 지나친 모바일 결제 서비스 난립으로 불편함을 느낀 소비자들이 모바일 결제 자체에 등을 돌릴지도 모를 일이다. 거국적인 시점에서 통신사, 금융사, 제조사, 유통사가 한데 모여 통일된 규격을 제정해야 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