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불법 보조금에 또 벌금... 서로 "네 탓이오"
이동통신 3사, 불법 보조금에 또 과징금 물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이동통신 3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해 가입자를 부당하게 차별한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14일 밝혔다. 과징금은 총 53.1억 원으로, SK텔레콤이 31.4억 원, KT가 16.1억 원, LG유플러스가 5.6억 원이다.
이번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은 지난 해 말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12월 24일, 방통위는 이동통신 3사에 총 118억 9,000만 원의 과징금(SK텔레콤 68억 9,000만 원, KT 28억 5,000만 원, LG유플러스 21억 5,000만 원)을 부과했다. 또한 총 66일 간의 신규가입자 모집 금지 처분(LG유플러스 24일, SK텔레콤 22일, KT 20일)을 내렸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는 방통위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기간(1월 7일~3월 13일)에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지난 1월 8일, KT는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기간에 신규가입자를 유치했다"며 방통위에 고발했으며, LG유플러스는 "7일부터 신규가입 영업을 전면 중단한 상태"라며 반박했다. 또한 지난 3월 6일, KT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영업정지기간 중 유독 시장이 과열되고 있으며, 이는 경쟁사들의 불법 보조금 투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의 이번 발표는 어불성설"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영업정지기간 동안 할부원금 1,000원 갤럭시S3가 등장할 만큼 도리어 많은 보조금이 투입됐다.
따라서 방통위는 이번 제재에서 보조금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를 선별 제재하는 방안에 주안점을 두었으며, 주도사업자를 SK텔레콤과 KT 양사로 선정했다. 조사대상 기간 중 시장상황을 분석한 결과, 2012년 12월 25일부터 12월 31일까지는 SK텔레콤이 KT보다 위반율(+8.6%), 위반율이 높은 일수(+3일), 주도사업자 선정기준에 따른 벌점(+1.7점)이 모두 높았다. 또한 2013년 1월 1일부터 1월 7일까지는 KT가 SK텔레콤보다 위반율(+7.2%), 위반율이 높은 일수(+4일), 주도사업자 선정 벌점(+1점)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방통위는 최근 이동통신 3사가 신규모집 금지 기간 동안 과열 경쟁을 벌였던 것을 고려해, 이번에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이번 과징금은 이전 제재에 비해 부과 기준율이 방통위 출범 후 역대 최고치이며, 조사 대상기간이 14일로써 단기간인 점을 고려하면 과징금의 액수가 결코 작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향후 주도 사업자 위주로 처벌하되, 가급적 단일 주도 사업자만을 차등해 가중 처벌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사대상 및 시기, 분석방법 등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방송통신 시장조사의 선진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 "보조금 경쟁 우리가 주도한 것 아냐"
한편, 방통위의 추가 제재에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물게 된 SK텔레콤은 "과도한 보조금 경쟁과 정부 조치에 대한 책임에 공감한다. 다만, SK텔레콤이 보조금 경쟁을 주도했다는 조사결과는 아쉽다"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이번 시장 조사기간(12월 25일~1월 7일) 중 번호이동 가입자 3만 8,200여 건이 순감하는 등 시장현실을 고려할 때, SK텔레콤이 보조금 경쟁을 주도했다는 조사 결과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이어 최근 이동통신 3사 간 보조금 경쟁은 KT와 LG유플러스 간 2위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며, SK텔레콤은 가입자 방어 차원에서 경쟁사 보조금 수준에 따라 후속 대응만 했다고 밝혔다. 보조금 경쟁보다는 '착한 기변' 등 기존 가입자 서비스 제고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부의 시장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건의했다. SK텔레콤은 "정부는 보조금의 투입시기(보조금 경쟁 촉발여부)와 보조금 규모, 페이백(payback) 등 불편법 영업 방식과 시장의 실태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과열 초기에 촉발사업자를 찾아내 적시에 제재하는 것이 시장 안정화에 가장 효율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이번 제재를 계기로 이동통신시장이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고, 고객 서비스 경쟁에 집중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T, "과열 경쟁 줄이고자 최선을 다했다"
SK텔레콤과 더불어 보조금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로 선정된 KT는 "보조금 과열 경쟁으로 인한 이동통신시장 황폐화 및 이용자 차별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최대한 노력했다"고 말했다.
KT는 "이번 조사에서 이동통신 3사 영업정지 제재 발표(2012년 12월 24일) 직후 보조금 과열경쟁을 최초로 촉발시킨 사업자는 경쟁사(SK텔레콤)임이 드러났다. 마케팅 방어 차원에서 경쟁사에 대응해 온 KT까지 보조금 경쟁 주도 사업자로 함께 지목된 것은 아쉽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동통신시장의 혼탁을 주도하는 사업자에 대해 즉각적이고 엄중한 제재를 요청했다. 또한 이동통신 3사가 모두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고, 건전한 유통 질서를 확립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것을 제안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