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게이트가 한국에 8천 평짜리 건물 세운 이유

김영우 pengo@itdonga.com

2013년 현재, 세계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시장은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이 양분하고 있다.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양사 외에 삼성전자, 히타치GST 등이 함께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으나 씨게이트가 삼성전자의 HDD 사업부를, 웨스턴디지털이 히타치GST를 인수하면서 시장은 양강구도로 급속히 재편되었다.

씨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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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의 시장 점유율이 서로 비슷하다 보니 경쟁이 만만치 않다. 보다 높은 용량과 더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를 가지면서도 크기가 작은 저장장치(스토리지)를 내놓기 위한 기술개발에 사활을 건 상태다. 이런 와중에 씨게이트는 새로운 기술개발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20일, 씨게이트는 경기도 광교 뉴타운에 건립한 대규모 R&D 센터인 ‘씨게이트 코리아 디자인 센터’의 개관식을 개최하고 향후 시장 전략을 소개했다.

씨게이트, 삼성전자, 경기도청의 VIP들이 한데 모이다

이번에 개관을 알린 씨게이트 코리아 디자인 센터는 연면적 2만 6,000제곱 미터(약 7,800평), 총 7층의 큰 규모로 건립되었으며, 씨게이트의 동북아지역 개발 허브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날 개관식에는 씨게이트의 CEO(최고경영자)인 스티브 루조(Steve Luczo) 회장, CTO(최고기술책임자)인 밥 휘트모어(Bob Whitmore) 부사장과 씨게이트 코리아 디자인 센터 총괄 책임자인 박노열 부사장을 비롯한 씨게이트의 고위 임원들 외에도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학규 용인시장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다수 참석했으며, 씨게이트의 협력사인 삼성전자의 임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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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시작을 연 박노열 씨게이트 부사장은 이번 디자인 센터 건립에 경기도청 및 삼성전자가 많은 도움을 준 것에 감사를 표했다. 뒤 이어 단상에 오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전반적인 불경기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는 광교 신도시에 씨게이트의 연구소가 들어선 것이 기쁘다며, 향후에도 경기도는 씨게이트의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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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함께한 스티브 루조 씨게이트 회장은 강력한 IT역량을 갖춘 한국에 기술개발 거점을 세우게 되어 영광이라며, 특히 디자인 센터 건립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정부측에서 많은 지원을 해 준 것이 특히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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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디자인센터의 개관을 알리는 테이프 커팅 행사가 이어졌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귀빈들은 디자인센터 내부의 시설을 살피는 VIP 투어 행사도 가졌다. 이 행사에서 김 지사는 디자인 센터 로비에 전시된 씨게이트의 저장장치를 유심히 살피며 동작원리나 성능에 대해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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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만에 이런 시설을 건립할 수 있는 건 한국뿐"

개관식 후에는 스티브 루조 회장, 밥 휘트모어 부사장, 그리고 박노열 부사장을 비롯한 씨게이트 임원진이 중심이 된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스티브 루조 회장은 이번 디자인 센터의 건립이 씨게이트에게는 큰 사건이라며, 특히 불과 공사 시작 9개월 만에 이런 첨단 시설을 완공할 수 있는 한국의 저력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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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씨게이트가 새로운 기술개발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의 HDD 부문을 인수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씨게이트는 250명에 달하는 기술 인력을 보강할 수 있었다고 루조 회장은 밝혔다.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저장장치의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가 씨게이트의 현재 과제라는 점도 언급했다. 시장이 원하는 저장장치의 용량은 급속히 커지고 있으나 씨게이트를 비롯한 제조사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를 위한 기술개발 투자의 일환이 바로 씨게이트 코리아 디자인 센터라고 강조했다.

한국센터에서는 모바일용 저장장치의 개발에 집중

이어 단상에 오른 박노열 부사장의 언급에 따르면, 이번에 건립된 씨게이트 코리아 디자인 센터는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모바일 기기(노트북, 태블릿PC 등)용 저장장치와 DVR(디지털비디오레코더)와 같은 가정용 기기용 저장장치의 개발에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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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SSD를 비롯한 반도체 기반의 저장장치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가운데, 용량과 속도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반도체와 디스크 기술의 상호 보완 관계가 밀접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씨게이트는 SSD와 HDD의 장점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 드라이브에 대한 비중을 늘릴 것이며, 몇 개월 이내로 보다 성능이 개선된 하이브리드 드라이브를 내놓을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씨게이트가 한국에 이런 대규모 R&D 센터를 짓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밝힌 대로 삼성전자 HDD 사업부의 인수다. 실제로 현재 씨게이트 코리아 디자인 센터의 근무하고 있는 인원 350명 중에서 250명 정도는 삼성전자 출신이라고 한다.

2011년에 씨게이트가 삼성전자의 HDD사업부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처음 나왔을 때는 단순히 수치적인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을 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현재 씨게이트는 인수한 삼성전자 HDD시업부의 역량을 최대한 이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번 씨게이트 코리아 디자인 센터의 건립은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의 관계자들도 다수 초대되었으며, 씨게이트의 스티브 루조 회장은 기자간담회 도중 삼성전자에 관련된 언급을 자주 했다. 특히 인수한 삼성전자 HDD 사업부를 자세히 살펴보니 제품의 생산 속도나 효율 면에서는 기존의 씨게이트에 비해 한층 우월한 수준이었다며, 이것이 향후 씨게이트 전체의 시장 경쟁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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