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돌아온 블랙베리, 과연?

지난 2012년 4분기, 시장조사기관 SA(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 1,700만 대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38% 증가했다. 모바일 운영체제별 시장점유율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70%, 애플 iOS가 22% 점유율로 나타나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 운영체제가 총 92%를 차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은 전년(4억 9,000만 대)보다 30% 증가한 7억 대로 조사됐으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5억 대, 아이폰은 1억 3,600만 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업체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12년 4분기 삼성전자가 29%, 애플이 21.8%로 1, 2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이어 화웨이(4.9%), 소니(4.5%), ZTE(4.3%), 기타(35.5%) 순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와 iOS 즉, 구글과 애플의 양강 체제가 지난 한 해 동안 더 확고해졌다는 의미다.

여기서 잠시 시간을 2년 전으로 돌려보자. 지난 2010년 4분기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Canalys)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은 32.9%였다. 그 뒤를 이은 2위는 노키아가 30.6%로 2위를 차지했으며, 애플은 16%로 3위였다. 4위와 5위는 블랙베리로 유명한 림(RIM)과 윈도폰의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로 각각 14.4%, 3.1%의 점유율을 보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은 구글과 애플, 그리고 림 또는 MS가 삼파전을 이어나갈 것으로 점쳐졌다. 림과 MS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림은 블랙베리 자신의 모습을 고집하다가 서서히 사라져갔고, 국내의 경우 지난 2011년 9월 선보인 블랙베리 볼드 9900 이후로 신제품을 출시하지도 않았다. MS의 윈도폰은 당시나 지금이나 전세계 시장점유율 자체에 큰 변동이 없다. 그나마 지난 2012년 하반기 북미 시장에서 4%대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낙관적인 소식이었다.

림을 버린 블랙베리, 사용자에게 다가가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림이 최근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일단 공식적인 회사명이 림에서 일반 사용자들에게 더 친숙한 블랙베리로 바뀌었다. 또한, 1월 30일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 '블랙베리10(BB10)' 공식 발표에 이어, 2월 5일(현지시간) 유럽에서 열린 '블랙베리 잼 유럽'에서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실행할 수 있는 '런타임 포 안드로이드 앱(Runtime for Android apps)'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그리고 약 15개월 만에 신제품도 선보였다. 풀터치 스크린의 '블랙베리 Z10'과 물리 쿼티 키보드의 '블랙베리 Q10'으로 두 제품 모두 새로운 운영체제 BB10을 탑재했다. 업계의 시선은 Z10에 몰렸다. 실과 바늘처럼 블랙베리하면 떠오르는 물리 쿼티 키보드가 완전히 배제된 풀터치 스크린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Z10의 대략적인 기본 사양은 4.2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 1,280x768 해상도(356ppi), 1.5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2GB RAM, 16GB 내장메모리, 마이크로SD 카드 지원, 800만 화소 카메라, 1,800mAh 배터리, NFC 지원 등이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블랙베리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물리 쿼티 키보드가 사라졌음에도 BB10의 인터페이스가 사용하기 쉽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Z10, Q10의 성능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여러 문제 중 블랙베리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부족한 앱 수와 일반 사용자에게 블랙베리를 어떻게 어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다.

안드로이드 앱을 블랙베리10으로?

블랙베리가 발표한 런타임 포 안드로이드 앱 프로그램은 사실 1년 전부터 실시해왔다. 국내에 출시하지 않았지만, 블랙베리가 태블릿PC '플레이북'을 선보이며 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내세웠던 방법이다. 더구나 블랙베리의 런타임 포 안드로이드 앱 프로그램은 이미 출시한지 2년이 지난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 기반이다.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아직 지원하지 않는다. 지난 5일 열린 블랙베리 잼 유럽에서 안드로이드 4.1(젤리빈)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성과가 그리 썩 좋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국내 시장만을 놓고 봤을 때 프로그램 시행 전이나 후의 변화가 거의 없다. 블랙베리 판매량이 개발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을 플레이북이 아닌 블랙베리 스마트폰에 적용하기도 어려웠다. 지금까지 출시한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다른 운영체제 스마트폰보다 상대적으로 화면 크기가 작았고, 입력방식이 달랐다. 단순하게 안드로이드 앱을 블랙베리로 옮기는 것만으로 최적화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BB10을 탑재한 Z10은 풀터치 입력방식과 함께 4.2인치라는 (블랙베리 중) 큰 화면으로 선보였다. 개발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판매량만 확보된다면, 과거 '쓸 앱이 없다'던 블랙베리의 앱 월드가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기업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과거 림 시절 블랙베리를 상징하는 단어는 비즈니스용 스마트폰이었다. 마치 한 겨울 긴 코트와 정장 차림의 남성이 한 손에 서류가방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블랙베리를 쥐고 있는, 그런 이미지였다. 그만큼 블랙베리는 기업 시장이 중심이었다. 개인의 엔터테인먼트 용도보다 업무 용도로 사용하면 좋을 기능이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이제 시대는 변했다. 스마트폰은 단순히 이메일을 주고 받고 모바일 메신저를 주고받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게임을 즐기며, 음악을 듣고, 영화를 감상한다. 초기 스마트폰과 비교했을 때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해졌다.

블랙베리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결국 꺼내든 카드는 '변화'였고, 어느 정도 이를 잘 구현해냈다. 사명까지 바꿔가면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블랙베리가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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