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찍어서 '작품' 만드는 DSLR, 니콘 D5200
2000년대 초반 형성되었던 콤팩트 카메라 중심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성장동력을 잃은 것이 한참 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사들은 DSLR 제품군을 강화했으며, 적어도 2010년 이전까지 이런 전략은 제법 잘 먹혀 들어갔다. 하지만 이후에 콤팩트 카메라와 DSLR의 특징을 모두 가진 미러리스 카메라가 인기를 끌게 되자 DSLR 진영은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많이 빼앗겼다. 고성능을 중시하는 전문가나 매니아들은 여전히 DSLR을 선호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은 작고 다루기 편한 미러리스 카메라 쪽이 좀 더 접근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대로 있을 DSLR 진영이 아니다. 성능은 좋지만 쓰기가 어렵다는 DSLR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 실제로 최근 등장하는 DSLR 중에는 무게를 줄이고 사용법도 한층 쉬워진 제품이 제법 있다. 그러면서도 DSLR 특유의 우수한 촬영 능력은 그대로 계승해 미러리스 카메라와 차별화를 하려고 한다. 이번에 소개할 니콘(Nikon)의 'D5200'도 바로 그런 제품이다.
제품군은 보급형, 사양은 중급형 수준?
2013년 현재 'D0000'식으로 D + 4자리 숫자의 모델명을 가진 니콘의 DSLR은 전체 제품군 중에서 보급형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D5000번 대의 모델은 DSLR에 익숙하지 않은 입문자를 위한 제품이다. 이보다 더 값이 저렴한 D3000번 대의 모델, 그리고 보급형에서 중급형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용자를 위한 D7000번 대의 모델도 있지만, 성능과 가격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D5000번 대의 모델에 관심을 가질 만 하다. 그리고 D5200은 D5000번 대 모델 중에서도 최신형이다.
D5200은 모델명만 봐서는 2011년에 출시된 D5100의 개량형이다. 전반적인 디자인도 거의 같다. 하지만 내부적인 사양은 D5100을 크게 능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개선점이라면 역시 이미지센서다. D5200은 전작의 1,620만 화소에 비해 크게 늘어난 2,410만 화소의 CMOS 센서를 갖추고 있다. 기록할 수 있는 이미지의 최대 해상도는 6,000 x 4,000에 달한다.
이미지 센서와 맞물려 전반적인 촬영 품질을 책임지는 화상 처리 엔진의 구성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전작은 'EXPEED 2'를 탑재하고 있었으나 D5200은 이보다 업그레이드 된 'EXPEED 3'를 갖췄다. 참고로 이는 니콘의 최상위급 제품인 D4에 탑재된 것과 동일하다. 이미지센서와 화상 처리 엔진의 사양만 봐서는 D5100은 물론, 한 단계 상위 제품인 D7000을 능가할 정도다. 덕분에 동영상 촬영 능력도 크게 향상되어 1,920 x 1,080 풀HD급 해상도의 동영상을 초당 60프레임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같은 해상도에서 D5100은 초당 30프레임, D7000은 초당 24프레임의 동영상 기록이 가능했다.
일반인을 위한 캐주얼한 구성과 3가지 바디 컬러
이렇게 높은 사양을 가진 D5200이지만 외부 디자인은 제품 등급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복잡한 기능은 단순화했으며 버튼의 수도 최소화했다. 셔터 속도나 조리개 수치를 조정할 때 쓰는 커맨드 다이얼도 후면에 1개뿐이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뭔가 빈약해 보일 수 있으나 이 등급의 주 소비자층인 일반인에게는 이런 캐주얼한 구성이 오히려 장점이다.
일반인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제품 컬러도 다양화했다. DSLR 특유의 블랙 컬러 외에도 레드와 브론즈 컬러의 모델도 함께 출시했다. 바디의 컬러는 3가지인데 렌즈는 블랙 컬러 제품뿐이라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어차피 타사 제품도 거의 마찬가지다. 레드나 브론즈 컬러 모델이라도 바디 여기저기에 블랙 컬러의 흔적이 남아있으니 렌즈 장착 후에도 많이 어색하진 않다.
'셀카'를 위한 멀티 앵글 모니터도 그대로 계승
바디의 재질은 보급형 제품답게 플라스틱이 기본이지만 손이 닫는 여기저기에 고무를 덧대어 그립감은 우수한 편이다. 바디 무게도 555g로 가벼운 편이라 오랫동안 들고 사용해도 불편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 역시 일반인 사용자들에게 환영 받을만한 요소다.
전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였던 회전형 LCD도 그대로 계승했다. 멀티 앵글 모니터라고도 부르는 이 구조는 특히 셀프 카메라를 찍을 때 아주 편리하다. 이는 전문가들이 주 소비자층인 상위급 제품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D5000대 제품만의 장점으로, 특히 여성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최근 이런 캐주얼한 카메라에서 적극적으로 도입 중인 터치스크린은 적용되지 않은 점이 약간은 아쉽다.
사진을 '찍는다' 보다는 '만든다'에 더 가까운 느낌
요즘 나오는 카메라들은 사진을 '찍는다'라기 보단 ‘만든다’는 느낌이 강하다. 예전의 카메라들은 최상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 촬영 시에 주변 환경(조명이나 구도 등) 철저하게 고려해야 했고, 사용자 역시 카메라의 세부적인 기능을 확실히 파악해야 했다. 이래야 비로소 원하는 결과물을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제품들은 주변 환경이 좋지 않고 사용자의 지식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찍더라도 카메라 내부의 처리를 거쳐 볼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D5200 역시 이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모드 다이얼에 P(프로그램), S(셔터 우선), A(조리개 우선), M(수동) 등의 전통적인 모드가 있긴 하니 전문 지식이 많은 사람들은 이를 주로 이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 카메라의 주 소비자층인 일반인들은 대부분 AUTO(자동) 모드를 주로 이용할 것이며, 이 상태에서는 대부분의 기능이 자동 제어되므로 사용자들은 단지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이래도 결과물은 무난하게 잘 나온다.
다양한 장면 모드와 효과 모드로 다양한 연출 가능
무난한 수준에서 벗어나 특정 상황에 최적화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모드도 준비되어있다. 그렇다고 사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모드 다이얼을 돌려 '인물', '풍경', '아이들 스냅', '스포츠', '클로즈 업' 등의 모드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스포츠 모드로 다이얼을 맞추면 셔터 속도가 빨라지고 내장 플래시가 꺼지면서 피사체의 빠른 동작을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게 된다.
만약 한층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고 싶다면 'SCENE' 모드를 이용하자. 여기서는 위에서 언급한 장면 외에도 '야경 인물', '야경', '파티/실내', '해변/설경', '석양', '여명/황혼', '애완동물', '촛불', '꽃', '단풍', '요리' 등의 장면 모드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사진을 '만드는' 것을 중시하는 요즘 카메라의 콘셉트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에 색다른 느낌의 이미지를 원하는 사용자를 위한 ‘EFECTS’ 모드도 있다. 이 모드에서는 '나이트 비전(야간전용 흑백촬영)', '컬러 스케치(펜으로 그린 듯한 효과)', '미니어처 효과(멀리 떨어진 피사체가 장난감처럼 보임)', '특정 색상만 살리기(지정한 색상 외에 흑백으로 묘사)', '실루엣(배경 외의 피사체는 윤곽만 묘사)', '하이키(주 피사체 외의 배경을 하얗게 처리함)', '로우키(피사체의 하이라이트 부분 외에는 최대한 생략)'등을 이용할 수 있다. 예술사진이나 광고사진과 같은 이미지를 별도의 편집 프로그램 없이 곧장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라이브뷰 촬영 시에도 빠르고 정확한 AF 인상적
실제로 D5200을 이용(AF-S DX 18-55 VR 렌즈 장착)해 촬영을 해보니 AF 속도가 빠른 편이고, 특히 LCD를 이용한 라이브뷰 촬영 시에도 제법 정확하게 초점을 잘 잡아낸다. DSLR은 미러리스 카메라에 비해 AF 속도가 느린 편이고 특히 라이브뷰 사용 시에 초점을 잘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D5200은 이전 제품에 비해 한층 향상된 것 같다. 촬영 면의 초점을 잡는 영역(측거점)도 39개에 달하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서도 초점을 놓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도 장점이다.
또 한가지 인상 깊은 점은 빠른 연사속도다. 기존 D5100은 초당 4매의 연사가 가능했지만 D5200은 초당 5매로 향상되었다. 보급형 DSLR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우수한 수준이다. 덕분에 아기나 애완동물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할 때 유용했다.
일반인들을 겨냥한 보급형 DSLR의 미덕
니콘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팀킬'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경쟁사인 캐논은 아무리 신제품이라도 보급형이 중급형의 성능이나 기능을 위협하는 경우가 극히 적은데 비해, 니콘은 그런 경계가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D5200 역시 위급인 D7000을 상당부분 능가하는 점을 다수 가지고 있으며, 일부 기능 면에서는 중급형인 D600에 근접한다. 이번 제품 역시 '팀킬' 소리를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그러다 보니 보급형 제품 치고는 값이 제법 나간다. 2013년 2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90~100만원 정도를 줘야 바디를 살 수 있다. 그래도 제품의 전반적인 면모를 살펴보면 이해 못할 것은 없다.
다만 아무래도 보급형 제품군에 속하는데다 전문 기능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을 주 타겟으로 하는 제품이다 보니 전문가들이 쓰기엔 어울리지 않는 면도 있다. 특히 셔터속도와 조리개 수치, 화이트밸런스 등을 요리조리 맞춘 후에야 비로소 한 장의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D5200의 간략한 인터페이스가 맘에 들지 않을 것이다.
반면, 좋은 사진은 찍고 싶지만 촬영 기술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D5200은 괜찮은 선택 이다. '대충' 찍더라도 '볼 만한'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야말로 보급형 DSLR의 미덕이며, D5200은 그런 면에 충실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