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라는 이름에 담긴 팬택의 고민, '베가넘버6 풀HD'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유독 '최초'라는 이름에 집착하는 회사가 있다. 다름아닌 '팬택'. 1,300만 화소 카메라, 쿼드코어 프로세서 모두 팬택이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에 도입한 기능이다. 그리고 올해 팬택이 다시금 최초를 선보였다. 바로 국내 최초의 풀HD 스마트폰 '베가넘버6 풀HD(이하 베가넘버6)'다.
베가넘버6는 5.9인치 풀HD(1,920x1,080) 디스플레이(광시야각 IPS), 퀄컴 '스냅드래곤S4 프로' 쿼드코어 프로세서, 용량 3,140mAh 착탈식 배터리 등을 내장했고, LTE(VoLTE 포함)와 DMB를 지원하는 제품이다. 그 위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4.1(젤리빈)과 팬택 고유의 UI 'FLUX'를 더했다.
이처럼 국내 최초의 풀HD 스마트폰을 출시한 팬택이지만 오늘도 고민은 깊어만 간다. 최초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경쟁사에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 결국 차별점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LG전자 역시 풀HD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가넘버6는 이러한 팬택의 고민이 담긴 제품이다. 예전처럼 최초만 고집하는 전략만으론 부족하다. 경쟁사의 제품을 압도할 차별점이 필요하다. 이 점을 인지한 팬택은 경쟁사의 패블릿(Phablet, 5~6인치대 대형 스마트폰)처럼 확고한 차별점을 베가넘버6에 부여했다. 바로 베가넘버6 뒷면에 터치패드 'V터치'를 더한 것.
V터치는 참으로 독특한 기능이다. 스마트폰 조작방법의 일대 혁신이라 할 수 있다. V터치를 활용하면 화면에 손대지 않아도 잠금을 해제할 수 있고, 인터넷 화면을 스크롤할 수 있다. 또한 동영상을 잠시 멈추거나 재생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활용법은 다양하다. 갤럭시노트의 S펜, 옵티머스뷰의 4:3 화면비에 버금가는 베가넘버6만의 개성이다.
팬택 중앙연구소 문지욱 부사장은 "베가넘버6는 남들과 다른 독특한 스마트폰을 개발하고자 고민한 팬택 직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제품"이라며, "V터치는 비록 주요한 기능은 아니지만, 사용자들의 편의를 더해줄 수 있는 기능"이라고 자신했다. 직접 V터치를 접해보니 문지욱 부사장의 이러한 발언이 이해가 갔다. 큰 쓸모는 없었지만, 있으니 편리했다.
더 크고 더 선명하다
이제 베가넘버6의 다른 특징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일단 화면 크기가 눈에 띈다. 5.9인치,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크다(갤럭시탭 제외). 평소에 애용하던 아이폰5가 장난감처럼 느껴질 정도다.
작은 화면을 보다가 큰 화면을 봐서 그런 것일까. 인터넷을 할 때 매우 만족스러웠다. 누가 뭐래도 인터넷만큼은 화면이 큰 것이 '갑'인 모양이다. 다만 그 크기 때문에 한 손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다.
화면 크기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 선명함도 눈에 띈다. 베가넘버6의 PPI(인치당 화소수, 화면이 얼마나 선명한지 나타내는 단위)는 374에 이른다. 330PPI 내외인 아이폰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능가하는 수치다. 베가넘버6와 아이폰5, 눈으로는 양 제품의 화면간 차이를 인식하기 어려웠지만, 수치상으로는 베가넘버6가 아이폰5를 능가하는 것만은 확실하다. 때문에 인터넷 페이지를 모바일이 아닌 PC모드로 열었음에도 글자를 하나하나 똑바로 읽을 수 있었다. 이러한 선명함과 커다란 화면이 합쳐지니 화면을 볼 때마다 큰 감흥이 일었다.
베가넘버6에 사용된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는 일본 샤프가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에 충실하다
약 30분 동안 베가넘버6를 사용해본 결과,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제품은 얇고 견고했고, 약 3,100mAh에 이르는 대용량 배터리를 원할 때 교체할 수 있었다. 내부 저장공간도 32GB로 여유 있었고, 이 저장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마이크로SD 카드를 삽입해 저장공간을 확장할 수도 있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마음에 들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위에 팬택만의 색깔을 더해 사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여러 편의 기능을 상단 알림바에 지정할 수 있었고, 스마트폰이 생소한 이들을 위해 '심플모드'를 준비해 쉽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한 손으로도 문자와 숫자를 입력할 수 있는 '원핸드컨트롤', 최대 9개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멀티 미니 윈도' 등 다양한 기능을 내장했다. 다만 높은 해상도 때문인지 아니면 팬택의 최적화가 아직 덜돼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간헐적으로 끊기는 현상이 발생하는 점은 아쉬웠다.
카메라 화소수는 1,300만에 이른다. 화소수만 놓고 보면 거의 DSLR급이다. 다만 화질은 아직 스마트폰 카메라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진을 찍어보니 카메라 앱의 사진 처리속도가 느리고, 인터페이스가 불편한 점이 조금 거슬렸다. 조속한 업데이트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양한 액세서리 출시, 액세서리 걱정 끝
팬택이 베가넘버6를 개발하면서 고민한 부분은 본체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팬택은 베가넘버6와 함께 다양한 액세서리도 함께 공개했다. 베가넘버6를 구매하면 함께 증정하는 다양한 색상의 '플립커버', 베가넘버6를 거치해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키보드, In-Ear 타입으로 변경된 신형 번들 이어폰 등이다.
이 가운데 전용 키보드에 눈길이 갔다. 베가넘버6를 가로 또는 세로로 거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베가넘버6를 마치 소형 노트북처럼 활용할 수 있었다. 신호는 블루투스로 주고받는다.
베가넘버6는 2월 8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출시되며 출고가는 84만 9,000원이다. 일반적으로 고급 스마트폰의 가격이 90만 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어떻게든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팬택의 결의가 느껴진다. 베가넘버6가 다른 풀HD 스마트폰과 경쟁에서 얼마나 선전할지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