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 'LTE 무제한' 개시, 그 허와 실
이동통신 3사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깜짝 발표. LTE 데이터 무제한 원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까, 아니면 3개월간 반짝하고 끝날 단기 프로모션에 불과할까. 게다가 이동통신 3사는 지난 1년 6개월간 LTE 데이터 무제한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바 있어, 이번 결정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LG유플러스와 KT가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이하 LTE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지난 25일 밝힌데 이어, SK텔레콤도 LTE 무제한 요금제을 시행하겠다고 26일 전했다. 이동통신 3사 모두 LTE 무제한 요금제를 개시한 것이다.
가장 먼저 나선 회사는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25일 오전 'LTE 데이터 무한자유 95/110/130'이란 프로모션을 3개월간 진행한다며, 프로모션 기간 동안 해당 요금제에 가입하면 LTE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25일 오후에는 KT가 'LTE-950/1100/1300'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부사항은 LG유플러스와 조금 다르지만, LTE 무제한 요금제 도입이라는 핵심만큼은 같다.
다음날 SK텔레콤 역시 '콸콸콸2.0'이라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LTE 무제한 요금제 도입을 알렸다. 다만 세부사항은 앞의 두 회사와 많이 다르다.
이번 프로모션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1월 31일부터 가입할 수 있고, KT의 경우 2월 1일부터 가입할 수 있다. 다만, SK텔레콤은 31일부터 신규가입자 모집이 금지되니 주의할 것. 신규가입자는 2월 22일부터 가입할 수 있다(기존 SK텔레콤 사용자가 무제한 요금제로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다).
KT와 LG유플러스, 요금제는 유연하게 데이터 사용량 초과는 딱딱하게
KT와 LG유플러스의 제도는 상당히 유사하다. 9만 5,000원, 11만 원, 13만 원 세 가지 요금제로 가입할 수 있다는 점, 요금제 별로 월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거의 동일한 점. 기본 데이터 초과 시 하루에 3GB의 추가 용량을 제공하는 점. 3GB의 추가 용량을 소진할 경우 속도를 2Mbps(0.25MB/s)으로 제한하는 점 등이다. 두 회사 모두 다양한 요금제를 마련해 선택의 폭을 넓혔지만, 하루 데이터 사용량을 초과하면 최대속도를 3G 수준으로 칼같이 제한한다.
하지만 음성제공량은 상당히 차이난다. LG유플러스는 요금제별로 월 750분, 1200분, 1500분이지만, KT는 650분, 1050분, 1250분이다. 대신 KT는 망내무료통화(KT 무선망으로 연결된 사용자끼리 무료통화)를 제공하니 참고할 것. 또한 문자 메시지(SMS)도 KT가 상대적으로 많이 제공한다.
SK텔레콤, 요금제는 딱딱하게 데이터 사용량 초과는 유연하게
SK텔레콤의 제도는 앞의 두 회사와 많이 다르다. 일단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10만 9,000원짜리 하나에 불과하다. 월 기본 데이터 제공량은 18GB다. 두 회사의 비슷한 가격대 요금제와 비교하면 2GB 적다.
대신 하루 데이터 사용량 초과는 유연하게 대처한다. 월 기본 데이터 제공량 초과시 추가로 제공하는 데이터량은 3GB로 같다. 하지만 하루 데이터 사용량을 초과하면 속도를 2Mbps로 제한하는 두 회사와 달리 SK텔레콤은 LTE 데이터망의 부하(트래픽)에 따라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한다. 해당 데이터망에 상당한 부하가 걸리지 않는 이상 속도를 제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동통신 3사 모두 LTE 무제한 요금제에 'LTE 데이터 쉐어링'을 추가할 수 있다. LTE 데이터 쉐어링이란 일정 금액을 추가 지불하면 스마트폰용 LTE 데이터를 태블릿PC, 카메라 등 다른 스마트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한 달 요금은 SK텔레콤 8,000원, KT 7,500원 LG유플러스 7,000원이다.
갑작스런 LTE 무제한 도입, 왜?
이번 LTE 무제한 도입은 LG유플러스가 앞장섰다. 하지만 나머지 두 회사도 LG유플러스의 도입 발표 후 기다렸다는 듯이 LTE 무제한 도입을 알렸다. 이동통신 3사 모두 예전부터 LTE 무제한 도입을 준비해왔다는 증거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확정해 놓고 타사가 총대를 메는 것만 기다린 모양새다.
다만 시기상으로는 LG유플러스가 가장 유리하다. 이번 프로모션 기간(3개월) 내내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는 LG유플러스와 달리 SK텔레콤과 KT는 약 20일의 신규가입자 모집 금지기간을 끼고 있다. 약 1/4 정도 손해를 보는 셈이다.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영업정지기간 동안 타사에 뺐긴 가입자를 되찾기 위해 LG유플러스가 LTE 무제한 도입이라는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도입한 것은 좋은데... 트래픽 감당할 수 있을까
이동통신 3사가 LTE 무제한을 도입함에 따라 트래픽 증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3G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한 후 발생한 '통신망 부하 현상'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신망 부하란 한정된 무선통신망에 사용자가 몰려 데이터 속도가 느려지거나, 아예 데이터 연결이 끊기는 현상이다. 번화가, 지하철 등에서 종종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하루 데이터 사용량을 제한하는 점, 비싼 요금제 때문에 실제 사용자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통신망 부하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뚜껑을 따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지는 후자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요금제는 대폭 올라
LTE 무제한 요금제의 가격대가 10만 원 내외에 이르다 보니 이번 LTE 무제한 요금제 도입이 이동통신 3사의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10만 원 내외의 가격이 사용자에게 부담되다 보니 실제 가입자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의 네티즌들은 "10만 원대 요금제를 다달이 내면서까지 LTE 무제한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1년 통신요금이 100만 원이 넘는 시대가 열렸다"고 냉소했다.
이동통신 3사가 어쩔 수 없이 10만 원 내외의 가격정책을 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LTE의 속도가 유선 인터넷 속도 못지않아, LTE 무제한 요금제를 저렴하게 책정하면 LTE 무제한 요금제만 사용하고 유선 인터넷 사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