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도 이쯤 되면 예술, 인민의 아이폰5 '구폰I5' 등장

강일용 zero@itdonga.com

"이 제품은 궁극의 아이폰5 짝퉁이다(The Ultimate IPhone5 Clone)"

어딘가 어설픈 형태 때문에 비웃음거리에 불과했던 '산자이(山寨, 중국산 모조품)'의 수준이 이제는 예사롭지 않다. 특히 이번에 소개할 제품은 그 수준이 원본과 대등하기에 더욱 충격적이다. 유사하다가 아님을 주의하라. 바로 아이폰5의 산자이 '구폰I5(GooPhone I5)'다.

주의: 사진 가운데 출처가 적혀있는 것은 구폰I5, 없는 것은 아이폰5다.

중국의 다양한 스마트폰을 소개하는 사이트 기즈차이나(Gizchina)가 구폰I5의 리뷰를 지난 24일 공개했다. 리뷰를 얼핏 살피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아이폰5의 리뷰를 올려놓고 구폰I5의 리뷰라니? 전면, 측면 어디를 살펴도 아이폰5다. 버튼 배치, 정교한 알루미늄 절삭, 8핀 라이트닝 연결 단자 모두 우리 기억 속 아이폰5의 모습 그대로다. 심지어 전원을 켜면 나타나는 시작화면도 똑같다.

하지만 제품의 뒤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입 깨문 사과, 우리가 알고 있는 애플의 로고 대신 정체불명의 꿀벌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밑에 자랑스럽게(?) 구폰이라고 적혀있다. 황당하기 그지없다.

대체 이 제품의 정체는 뭘까? 이는 중국의 휴대폰 제조사 구폰(GooPhone)이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이다. 구폰은 지난해 8월 애플보다 먼저 구폰I5의 시제품을 선보였고(아이폰5의 외형은 9월에 공개됐다), 올해 1월부터 중국시장에 실제 제품을 풀기 시작했다.

구폰I5의 외관은 아이폰5와 완벽하게 같다. 앞서 언급한 버튼 배열은 물론이고 가로, 세로 길이 및 두께도 일치한다. 심지어 레이저 절삭 공정도 재현했다. 어찌나 똑같은지 기즈차이나의 리뷰어는 "아이폰5의 액세서리 케이스를 고스란히 장착할 수 있다"며, "뒷면을 가리는 케이스를 장착하면 구폰 로고도 완벽하게 가릴 수 있다"고 사용자를 위한 팁도 함께 공개했다.

대체 무슨 수로 이렇게 완벽하게 베낀 걸까? 여러 추측이 오가고 있으나, 아이폰5의 생산지인 폭스콘에서 외관 제작용 금형을 통째로 빼돌렸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단순히 외관을 흉내 내는 것만으로는 이렇게 완벽하게 베낄 수 없다는 의미다. 아이폰5의 디자인이 공개되기 전부터 이러한 디자인이었던 점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UI(User Interface)도 기막히다. 어딜 봐도 iOS다. 그 누가 이 UI를 보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엄연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4.0(아이스크림샌드위치)을 기반으로 'iOS6 타입 UI'를 올렸다. 자세히 살펴보니 뭔가 다른 점이 눈에 띄기는 한다. 저 매킨토시 모양의 애플리케이션은 대체 무엇일까? 아이폰5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는데, 그 정체가 몹시 궁금하다.

홈버튼 하나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어떻게 조작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분명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인데 취소, 메뉴(멀티태스킹) 버튼이 눈에 띄지 않는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외형과 UI는 고스란히 베꼈지만, 내부 부품은 그러하지 못한 모양이다. 4인치 화면은 그대로지만 해상도는 960x540에 불과하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아니란 것. 성능도 좀 떨어진다. 미디어텍이 제작한 'MT6577(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내장했다. MT6577은 '오맵4'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널리 사용하고 있다. 메모리는 1GB고, 카메라는 800만 화소다. 가격도 상당히 저렴하다. 249달러, 약 27만 원선이다. 다만, 3G만 지원하고 LTE는 지원하지 않는다.

이처럼 대놓고 베낀 제품이 등장했지만, 정작 애플은 적반하장을 걱정해야하는 처지다. 지난해 9월, 구폰은 "구폰I5 관련 디자인 특허를 취득했다"며, "애플이 아이폰5를 중국에 출시할 경우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애플이 아이폰5 디자인 때문에 소송에 휘말렸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하지만 산자이가 오리지널에게 소송을 걸겠다고 하다니... 그야말로 '세상은 요지경'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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