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도 성능도 '착한' 로봇청소기 - 모뉴엘 클링클링
직장인 K씨의 집은 매일 엉망이다. 야근이 잦은데다 주말마다 약속이 많은 그는 좀처럼 청소할 겨를이 없다. 문제는 혼자 살다 보니 대신 청소해줄 사람도 없다는 것. 알아서 청소해 주는 로봇청소기를 이용해볼까 생각해봤지만, 로봇청소기의 가격은 대개 40~60만 원선.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저렴하면서도 제법 쓸만한 로봇청소기는 없는 걸까.
K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모뉴엘 클링클링 로봇청소기(모델명 MR6500)를 추천한다. 이 제품은 29만 8,000원으로 (시중의 로봇청소기와 비교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 이에 성능은 어떤지 알아보고자 일주일 동안 직접 사용해보았다.
깔끔한 디자인, 산뜻한 색상
제품 박스를 열어보니 로봇청소기 구성 물품들이 종합세트처럼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 구성 물품은 로봇청소기 본체, 충전기, 충전기 어댑터, 리모컨, 리모컨 건전지, 사이드 브러시, 청소 걸레 가드, 청소 걸레, 손질용 브러시, 드라이버, 나사, 설명서 등이다.
제품을 사용하려면 약간의 조립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로봇청소기 본체 바닥면 양쪽에 사이드 브러시만 달면 된다. 사이드 브러시 하단의 R(오른쪽), L(왼쪽) 표시에 따라 올바른 위치에 맞게 드라이버로 나사를 고정하면 된다.
제품은 납작하고 둥근 모양. 전체적인 디자인은 기존 로봇청소기와 유사하다. 개인적으로 형광빛이 감도는 라임색의 제품 색상이 마음에 들었다. 대개 로봇청소기 색상이 검정, 흰색, 빨강색인 것과 비교해 산뜻한 느낌을 받았다. 제품 상단에는 조작 버튼 및 작동 표시등이 있고, 앞면에는 장애물을 감지하는 센서가 달렸다.
'깔끔'한 건 착해, '시끌'한 건 안 착해
본격적으로 로봇청소기를 사용해봤다. 본체의 버튼을 누르거나 리모컨을 이용하면 로봇청소기를 작동할 수 있다.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시작하자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소음측정기로 직접 측정해 본 수치는 약 70~72dB(가까운 위치에서 잰 수치다). 참고로 조용한 사무실의 소음이 50dB, 일상 대화가 60dB, 지하철 소음이 80dB 정도다. 실제로 청소기가 동작하는 동안 대화 또는 전화하거나, 음악 감상, TV 시청 등에 불편을 겪었다. 흡입력을 조절하면 소음을 조금 줄일 수 있지만, 그래도 약간 시끄러웠다. 예약 청소 기능을 이용하면 매일 아침 알람으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불현듯 들었다. 요새 출시되는 로봇청소기 대부분이 조용한 것과 비교했을 때, 이 소음은 치명적인 약점이 아닌가 싶다.
소리는 요란해도 청소 성능은 제법이었다. 제품 바닥면 중앙에 위치한 흡입 모터가 말끔하게 이물질을 빨아들였다. 먼지, 머리카락, 과자 부스러기는 물론이고, 굵은 모래알과 종잇조각도 무난하게 흡수했다. 모뉴엘에 따르면 BLDC(Brush Less DC) 모터를 장착해 동급 사양의 DC 모터를 탑재한 로봇청소기보다 흡입력이 30% 더 높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사이드 브러시 덕택에 구석에 있는 먼지도 말끔히 청소한다. 다만, 다른 로봇청소기의 사이드 브러시는 대개 3갈래로 구성돼 있는데 반해 이 제품의 사이드 브러시는 2갈래로 구성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구석까지 꼼꼼하게 청소를 할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로봇청소기는 일반 청소기와 비교해 성능이 낮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런 의구심은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으리라.
집중 청소, 구석 청소, 수동 청소, 예약 청소, 침대 밑 청소, 방 선택 등 다양한 기능도 갖췄다. 집중 청소 기능을 이용하니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약 1m 범위를 빙글빙글 돌며 더욱 강력하게 먼지를 흡입했다. 구석 청소는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벽면을 따라다니면서 청소하는 기능이다. 먼지가 많이 몰려있는 벽이나 방구석 등의 미세 먼지를 없애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모뉴엘에 따르면, 구석 청소 시 로봇청소기가 방 한 바퀴를 완전히 다 돌거나 충전기가 놓인 위치를 2회 이상 지나치면 신호를 감지해 청소를 완료한다. 수동 청소 기능을 이용하면 리모컨으로 방향을 조절해 청소할 수 있었다. 원하는 곳을 청소할 때 활용하기 좋았다.
특히 예약 청소와 침대 밑 청소 기능이 가장 유용했다. 예약 모드는 '1시간'과 '매일' 2가지다. 1시간 모드를 설정하면 1시간 뒤 자동으로 청소를 시작한다. 매일 모드를 선택하면 예약한 시간을 기준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청소를 시작한다. 한 번 청소를 시작하면 알아서 척척 청소를 하고, 배터리가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기에 가서 충전을 했다. 간혹 청소를 잊을 때가 있는데, 매일 예약해두면 이 녀석이 알아서 청소하니 편리했다. 예약 설정은 리모컨으로만 할 수 있다.
침대 밑 청소는 침대나 소파 밑 등 어두운 바닥 공간을 자동으로 감지해 청소하는 기능이다. 버튼을 누르자 (신기하게도) 어두운 곳만 알아서 찾아 다닌다. 이 기능을 '쉐도우 청소 모드'라 하는데, 모뉴엘에 따르면 이 기능을 갖춘 로봇청소기는 현재 모뉴엘 제품이 유일하다. 보통 가구 밑 공간은 손이 잘 닿지 않아 깨끗하게 청소하기 어려운데, 이 기능을 이용하면 깊숙한 곳까지 구석구석 청소할 수 있겠다. 다만, 어두운 방에서는 공간 전체를 침대 밑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방의 조명을 켜고 사용해야 한다. 시험 삼아 사무실 불을 껐다 켜길 반복했더니 윙- 소리를 내며 청소할 구역을 찾아다니며 혼란스러워(?) 했다(어두운 곳을 인식하는 건 확실하다).
물걸레 청소도 된다. 로봇청소기 본체 바닥면 하단에 걸레 가드를 장착하면 자동으로 걸레 청소 모드로 전환된다. 다만, 물칠(?)만 하는 기존 로봇청소기에 비하면 나름대로 잘 닦아내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직접 걸레질하는 것엔 못 미쳤다. 바닥의 먼지를 훔치는 용도로 사용하기엔 적합하나 말라붙은 얼룩은 사람이 직접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청소 걸레 가드를 장착하면 자동으로 걸레 청소 모드로 전환되며 이때는 카펫, 발판, 문턱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걸레 가드 및 걸레는 별도 구입해야 한다.
장애물 감지 능력도 제법 뛰어났다. 혼자서 벽을 들이받는 일은 없지만, 의자나 쓰레기통 등 바닥에 놓은 물건은 2~3번 정도 부딪힌 뒤 인식했다. 가구에 부딪힌다고 흠집이 생기진 않는다. 로봇청소기 앞부분이 고무 범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계단 같은 곳에서 떨어지지는 않는지 알아보고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실험해봤다. 테이블의 가장자리를 명확하게 감지했으며 추락하지 않고 비껴갔다. 1cm 정도의 문턱은 무난하게 넘어다니더라.
청소기 필터는 먼지 통에서 분리할 수 있으며, 물청소한 뒤 재사용할 수 있다. 다만, 세제를 사용하지 말고 물로만 청소해야 하는데, 흐르는 물에만 헹궈도 잘 닦이더라. 필터는 반영구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지만, 6개월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참고하자.
청소를 마친 뒤 충전을 시도해 보았는데, 한 번에 잘 주차(?)하지 못했다. 충전할 때마다 매번 2~3번의 시도 끝에 충전기에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충전기 코앞까지 잘 다가갔지만 제대로 장착하지 못해 조금 버둥거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갔다가 다시 시도해 안착한다. 답답해서 직접 들어서 올려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그래도 자리는 잘 찾아간다). 또한, 의외의(?) 문제가 있었다. 충전기가 너무 가볍고 힘이 없어서 로봇청소기에 자꾸 밀린다는 것. 때문에 충전기를 벽에 딱 붙여 놓지 않으면 로봇청소기가 충전기를 밀치기만 할 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다. 좀 더 묵직하게 제작됐으면 어땠을까 싶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로 빠르지만, 문제는 (완충 시) 사용 시간이 약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기본 배터리 용량은 1400mA(밀리암페어)이며, 용량이 더 큰 배터리(2800mA)는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한편 충전기 뒷부분이 뻥 뚫려 있는 것이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이 공간은 충전기 어댑터를 수납하는 용도로 마련된 것이었다(처음에는 손잡이인 줄 알았다). 충전기 어댑터를 늘여놓을 필요 없이 깔끔하게 감출 수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바쁜 직장인에게 추천
이 제품의 장점은 본연의 청소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제품일 것이라 생각한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면 '착한' 제품이라고 부를만하다. 다만, (생각보다) 소음이 큰 것은 최대 단점이다. 흡입력이 좋은 모터를 사용한 만큼 소음도 큰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불편한 것이 사실. 어린 시절, TV를 보고 있으면 꼭 시끄러운 청소기를 돌리는 어머니가 미웠는데, 이제는 로봇청소기가 미워지려고 한다. 조금만 조용했으면 어땠을까.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