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인텔, 옛 영광 재현할까
컨버터블PC로 재도약 노리는 '윈텔', 그리고 삼성 스마트PC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가 전 세계 IT 트렌드의 핵심으로 자리 잡을 동안 인텔과 MS(마이크로소프트)는 사실상 '강 건너 꽃구경' 하는 처지였다.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CPU)는 ARM이, 운영체제(OS)는 애플과 구글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장악했기 때문이다. 데스크탑과 노트북 등 PC가 강세일 시절에는 '윈텔(윈도우+인텔)' 진영으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구사했지만,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완전히 반전됐다. 물론 인텔과 MS는 아직도 PC 프로세서 시장과 PC 운영체제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렇다고 인텔과 MS가 모바일 시대를 대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인텔은 '아톰' 프로세서 등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를 지속적으로 생산해 왔고, MS 역시 이전부터 '윈도CE'와 같은 모바일 기기용 운영체제를 꼬박꼬박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았다. 인텔 아톰은 수년 전 넷북(netbook)에 장착돼 한때 노트북 시장을 재편하는 듯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성능으로 사용자들의 원성을 면치 못했다. MS 윈도 모바일(초기 버전)도 일부 PDA나 스마트폰 등에 채택됐지만 잦은 오류로 인해 사용자들의 부아만 돋웠다.
그렇게 모바일 시장에서는 제자리를 못 찾고 방황하던 양 사가 최근 다시 뭉쳐 의미심장한 제품을 제안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외 PC 제조사들도 이에 동참했다. 겉모습은 영락없는 노트북이지만 본체를 두 동강 내 태블릿PC처럼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컨버터블PC(Convertible PC)'가 그것이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와 MS 윈도8 운영체제를 토대로 키보드 분리형, 터치스크린 기능을 추가했다. 즉 평소에는 노트북처럼 사용하다 필요에 따라 키보드를 분리해 태블릿PC처럼 화면을 터치해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ATIV(아티브) 스마트PC', 'HP 엔비 X2', 도시바 '새틀라이트 U920t', 소니 '바이오 듀오 11', 레노보'요가' 등 다양한 형태의 컨버터블PC가 출시됐다. 이 중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제품은 역시 ATIV 스마트PC다. 삼성은 사용자 요청에 맞게 아톰 프로세서가 장착된 '스마트PC(109만 원)'와 3세대 코어 i5 프로세서가 장착된 '스마트PC프로(159만 원)', 두 개 모델로 구분하고 있다.
이에 여기서는 ATIV 스마트PC를 기준으로 컨버터블PC의 기본 요소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통해 PC 사용 패턴이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본다.
태블릿PC의 기본, 터치스크린
태블릿PC의 근본적인 조건은 터치스크린이다. 마우스나 키보드 등의 입력장치 없이 손가락이나 입력 펜을 통해 화면을 직접 터치하며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단순한 터치를 넘어 그림을 그리듯 부드럽고 명확한 터치 입력이 가능해야 한다. 스마트PC는 키보드 상단의 분리 스위치를 누르면 간단하게 디스플레이가 분리되며 이후로 태블릿PC로 사용할 수 있다. 당연히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며, 세부적인 입력을 위해 입력 펜(S펜)이 화면 우측 하단에 제공된다. 자사 스마트폰인 '갤럭시 노트' 시리즈와 동일하다.
터치 인식도나 정확도 등은 일반적인 태블릿PC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한 손가락 터치 입력, 두 손가락 화면 확대/축소, 파일/폴더 작업 선택, 이동 작업 등 마우스 없이도 무난하게 사용할 정도다. 기존 태블릿PC를 사용하던 사용자라면 그대로 적응해 능란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삼성 'S펜' 특유의 펜 입력 기능이 접목되어 'S노트'를 사용하면 실제로 노트 필기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특히 S펜으로 필기할 때 손목 등이 화면에 닿아도 이를 인식하지 않아 불편함이 없다(S펜 전용 옵션 적용).
노트북의 기본, 키보드
컨버터블PC는 키보드 사용 여부에 따라 이를 떼어 내거나 장착할 수 있어야 한다(혹은 키보드를 화면 뒤로 밀어 넘기거나 접을 수 있어야 한다). 도시바 새틀라이트 U920t의 경우 태블릿PC로 사용하다 화면을 비스듬히 들어 올려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소니 바이오 듀오 11은 마치 예전 슬라이드 휴대폰처럼 화면을 밀어 올리면 키보드가 나타난다. 삼성 스마트PC는 화면을 키보드에 부착/장착할 수 있는 형태의 컨버터블PC다.
스마트PC의 키보드 판은 키의 배열이나 터치패드 지원 등 자사 노트북의 키보드와 거의 유사하다. 또한 여기에는 두 개의 USB 2.0 포트가 제공되니 USB 마우스나 USB 외장 기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PC 본체 하단과 키보드 판의 장착 홈에 맞춰 끼우면 간단히 연결되며 이후로 키보드 사용이 가능하다. 키보드 판과 연결되면 일반 노트북과 다름없다. 화면 터치가 가능한 노트북이다. 키보드 분리도 간단하다. 키보드 분리 버튼을 누르고 화면을 가볍게 뽑아내면 된다. 당연히 키보드 판을 장착한 상태에서 화면 각도 조절도 가능하고, 화면을 내려 닫아 노트북처럼 휴대할 수 있다.
모바일 기기의 기본, 아톰 프로세서
넷북은 소비 전력이 낮아 기기를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인터넷 서핑 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 만큼 기본 성능이 형편 없이 낮았다. 이는 순전히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 때문이었다. 아톰 프로세서는 원래 그렇게 성능을 낮춘 저렴한 프로세서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인텔은 아톰을 자사의 모바일 기기 전용 프로세서로 꾸준히 개량해 왔다.
스마트PC에도 역시 아톰 프로세서(클로버트레일)가 장착되지만 이전 아톰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우선 기본 성능이 대폭 강화돼 매끄러운 인터넷 서핑, 문서 작업은 물론 고화질 동영상 재생도 무리 없다. 이와 함께 일반 HDD(하드디스크)보다 빠른 'eMMC'까지 내장하여 부팅 속도, 프로그램 실행 속도 등이 월등히 향상됐다.
스마트PC는 인텔 아톰 프로세서(Z2760)를 탑재했으며, 2GB의 메모리, 64GB의 eMMC를 내장했다. 키보드를 제외한 본체 무게는 약 744g, 키보드를 장착하면 약 1.45kg이다. 이 정도의 사양이면 일반적인 노트북 활용 범위의 작업은 큰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다. 물론 화려한 그래픽의 온라인 게임 등은 어렵겠지만 간단한 웹 게임이나 앱 게임(윈도우 스토어) 등은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정말 아톰 프로세서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스마트PC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성능을 보여준다. 보다 높은 성능의 스마트PC를 원한다면 3세대 코어 i5 프로세서가 내장된 스마트PC프로를 선택하면 된다.
모바일 운영체제의 기본, 윈도8
MS가 최근 발표한 윈도8은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PC와 태블릿PC, 스마트폰을 아우르는 통합 운영체제다. 이에 터치 입력 기능이 강화됐고 외형과 디자인을 대폭 변경됐다. 하지만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사용자에게 혼란을 가져다 준다. 그 혼란을 MS가 어떻게 잠재울 것인지가 윈도8 성공의 열쇠다.
삼성 스마트PC에도 윈도8이 적용됐다. 부팅 후 초기화면이 완전히 달라지긴 했지만 데스크탑 화면은 기존 윈도 시리즈와 거의 흡사하다. 다만 전통적인 시작 버튼이 없다. 윈도8은 기존의 바탕화면이 아닌 초기화면(메트로UI)에서 모든 작업을 처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화면에 각종 프로그램(앱) 아이콘과 위젯 등이 표시된다. 이메일이나 뉴스 정보, 날씨 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어 초기화면에 뿌려 진다. 이외에 삼성이 제공하는 '퀵스타터(Quick Starter)'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기존 윈도처럼 익숙한 시작메뉴 구현도 가능하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처럼 MS스토어를 통해 각종 앱을내려받아 설치할 수 있다. 이때 아직까지는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만큼 앱 수가 많지 않지만 등록 앱이 빠르게 늘어가는 추세다. 참고로 동일한 프로그램이라도 MS스토어의 앱과 일반형 프로그램은 각각 달리 취급된다. 예를 들어, 파일/폴더를 압축/해제하는 '알집'의 경우 MS스토어의 앱과 일반형 프로그램이 다른 형태로 설치, 사용된다.
하지만, 역시 10년 이상 익숙했던 사용 패턴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제 아무리 혁신적인 운영체제라 한들 사용하기 번거롭고 불편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재 윈도8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다.
컨버터블PC, 과연 뜰 수 있을까
삼성 스마트PC는 노트북과 태블릿PC의 경계에서 양쪽의 장점을 적절히 반영한 제품이라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또한 기존 태블릿PC에서는 불가능한 인터넷 쇼핑이나 온라인 게임 등도 태블릿PC 형태로 즐길 수 있어 태블릿PC 사용자까지 포섭할 수 있다. 여기에 윈도 운영체제의 최대 강점인 각종 프로그램 사이의 호환성도 부각된다. 성능이 대폭 개선된 아톰 프로세서와 eMMC 등의 기본 사양도 컨버터블PC의 미래를 밝게 한다.
다만 윈도8 기반의 태블릿PC로서 존립성은 아직 미흡하다. 다른 운영체제에 비해 MS스토어의 앱 수가 부족할 뿐 더러 앱 자체의 완성도나 기능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MS스토어에 등록된 앱 수는 약 8,000여 개로 애플 앱스토어의 70여만 개,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65여 만개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태블릿PC로서의 기능과 역할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컨버터블PC는 아무런 힘을 얻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MS를 비롯 PC제조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애플이 그런 것처럼, 구글이 그런 것처럼 윈도8을 기반으로 하는 앱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