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내비와 자동차 내비, 뭐 사야 돼?
스마트폰에는 위성을 통해 현재 위치 정보를 송수신하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항법장치) 기능이 들어 있다. 이를 통해 위치 정보를 토대로 하는 SNS 앱(애플리케이션)이나 지도 앱 등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래도 GPS와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역시 운전용 내비게이션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용 내비(게이션) 앱을 설치하면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못지 않은 역할을 수행한다. 더구나 최근 들어 5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를 갖춘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을 대체할 만큼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와 MP3 플레이어 시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것처럼, 화면이 커짐에 따라 이제 내비게이션 분야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아무리 그래도 내비게이션이 '갑'이지
모바일 기기 확산의 여파가 내비게이션 시장까지 미치는 가운데 국내 내비게이션 제조 업체들도 이전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비해 우위에 있는 지도 프로그램과 기기적 특성을 집중 강화하는 방식이다.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아이나비와 파인디지털은 자사 고유의 3D 지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이나비는 '아이나비 3D' 맵을, 파인디지털은 '아틀란 3D' 맵을 각각 탑재하여 방대한 지도 데이터를 통해 현실에 가장 가까운 지도를 제공한다. 특히 도로 및 지형 형태와 건물 모양까지 거의 흡사해 운전 시 경로 이탈을 최소화하며, 사양과 성능을 강화하여 GPS 수신이 빠르고 정확하다. 여기에 다양한 편의/부가기능(유가정보, 교통정보, 날씨정보 확인 등)까지 두루 갖췄다.
아울러 화면도 대개 7인치 급으로 복잡한 도로의 엇갈림(교차로, 분기점 등)도 명확하게 구분될 만큼 가독성이 높다. 매립형 내비게이션의 경우 차량 후방 카메라나 블랙박스 영상까지 출력할 수 있어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최근 제품에는 와이파이(무선랜) 기능까지 내장해 와이파이 지역이나 스마트폰 테더링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해 최신 지도 정보를 업데이트하거나 인터넷 검색(맛집 검색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밖에 스마트폰 연동 기능까지 가미하여 스마트폰을 충전하거나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내비게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해도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에는 미치지 못하는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운전이 서툰 여성 운전자나 지리 정보에 밝지 못한, 아울러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지 못한 중장년층 운전자에게는 한동안 내비게이션이 중요한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이 있는데 굳이 내비가 필요해?
4인치 내외의 화면을 장착한 스마트폰은 내비 기능이 제공되더라도 사실상 유연하게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화면이 작아 내비 앱의 정보나 내용을 한 눈에 파악하기 곤란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에 비해 경로 추천 및 탐색, 지역 검색 기능도 부족했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5인치 이상의 대화면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스마트폰 내비 앱도 한층 개선됐다. 삼성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시작으로 LG 옵티머스 뷰 시리즈, 최근 팬택 베가 R3까지 5.3인치~5.5인치 화면 크기로 내비 앱 사용이 한결 수월해 진 것이다. 배터리 사용시간도 길어져 충전 없이 몇 시간 내비 앱 사용에도 문제 없다. 물론 자동차용 스마트폰 충전잭을 사용한다면 이마저 걱정할 필요 없다.
5인치급 화면 크기에 따라 내비 앱도 우수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내비 앱은 나름대로 차별화된 기능과 서비스로 사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의 'T맵'은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에 버금가는 정확도와 편의성으로 이미 1,000만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상태다. KT의 '올레내비' 역시 최근 블랙박스 기능까지 추가하여 운전 편의성을 강화했다. 또한 휴대폰에 등록된 주소를 목적지로 바로 설정하는 기능 등도 탑재했다. LG유플러스의 'U+내비'도 최근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단행하여 5분 주기의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했고 경로 재탐색 기능 등 사용자 편의 기능도 추가했다.
이통사 내비 앱 외에도 공개형 내비 앱도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국민 내비 앱'으로 칭송 받고 있는 '김기사'가 대표적이다. 김기사는 무료 앱이 무색할 만큼 만족스러운 기능과 성능을 보여주어 이통사 내비 앱 대신 이를 사용하는 이가 점차 늘고 있다. 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내비 사용률은 2007년 1.1%에서 2010년 15.5%로 증가했고, 조만간 30%를 넘어설 것이라 예측됐다.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메뉴가 주된 이유다. 더구나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자동 업데이트되니 딱히 신경 쓸 것이 없다.
어느 앱이든 차량용 스마트폰 거치대(고정형)만 마련하면 5인치대 스마트폰으로도 내비게이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할 수 있다. 블루투스 연결이 지원되는 차량이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카오디오로 들을 수도 있으니 편리하다. 물론 내비 앱 사용 중 전화가 오면 블루투스나 핸즈프리 기능 등으로 받으면 된다. 7인치 대의 차량용 내비게이션과의 화면 크기를 비교해도 4인치 시절만큼 크게 열세를 보이진 않는다. 스마트폰 내비는 또한 자전거 이용 시나 도보에도 사용할 수 있어 좋다.
결국 스마트폰(또는 태블릿PC) 내비는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한 사용자나 단기 운전자, 지리 정보에 밝은 사용자 등에게 유용하리라 판단된다. 이들에게는 스마트폰 내비 정도면 수십 만원 대의 차량용 내비게이션이 굳이 필요 없겠다.
스마트폰 있는데 내비게이션 사야 할까
자동차를 구매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한번쯤은 고민했을 문제다. 이통사 내비 앱이나 '김기사' 같은 무료 내비 앱이면 큰 부족함 없을 듯한데 거치형(또는 매립형) 내비게이션을 꼭 구매해야 할까? 차량 기본 사양으로 매립형 내비게이션(후방 카메라 기능 포함)이 제공된다면 굳이 마다할 건 없다. 다만 거치형이라면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 크기가 5인치 이상인 경우 이통사 내비 앱이나 무료 내비 앱을 먼저 사용해 보길 권장한다. 경로 탐색이나 주행 음성 지원(방향, 주의구간 등) 정도로 안전운전에 지장 없다면 스마트폰 내비만으로도 부족함 없으리라 본다.
다만 스마트폰이 4인치 이하라면 내비 앱이 아무리 좋아도, 애당초 화면 크기가 작아 도로나 지형물을 운전 중에 한번에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복잡한 교차로나 여러 갈래의 분기점에서는 엉뚱한 길로 접어들기 십상이다(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 내비게이션 구매를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모두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앞서 언급한 대로 스마트폰을 내비게이션 리모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앱도 나름 유용하리라 본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화면을 내비게이션으로 출력하는 커넥터도 출시됐으니 다양한 용도로 조합, 사용할 수 있다.
단 운전 중 스마트폰 또는 내비게이션 조작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음을 늘 자각해야 한다. 또한 내년 상반기 중 '운전 중 영상표시 및 기기조작 금지법'이 적용되면 운전 중 DMB 방송이나 영상물 시청, 또는 기기조작(내비게이션, 스마트폰/휴대폰, PMP, 노트북, 태블릿PC) 등이 법적으로 금지된다. 위반 시 최고 7만 원(승합차 기준, 승용차는 6만 원)의 벌금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