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그래픽 성능을 위해 뛰는 사람들" - AMD코리아 염희중 과장
"너 그래픽카드는 뭐냐?"
"라데온, 너는?"
"난 지포스인데… 어때? 라데온은 좋냐?"
10~30대. PC에 조금 관심이 있고, PC용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이와 같은 대화를 한번쯤은 나눠봤을 것이다. '테라', '블레이드&소울' 등 고사양 온라인 게임이 새로 출시될 때마다 게이머들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그래픽카드를 생각한다. 뒤따르는 생각은 다들 똑같다. '이번 기회에 업그레이드 한번 해야겠네'라며, 그래픽카드를 바꿀 생각부터 한다. 그 뒤에 메모리(RAM)이나 프로세서(CPU),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등을 바꾼다.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크게 둘로 나뉜다. AMD와 엔비디아다. 제조사 이름은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라데온이나 지포스와 같은 그래픽카드 이름은 한번 정도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제조사는 단순하게 그래픽카드를 잘 만드는 것에서 지나지 않고, 자사의 그래픽카드 성능을 잘 이끌어내기 위한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한번쯤 그래픽카드를 PC에 설치하고 나서 자동으로 설치되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다음' 버튼만 눌렀던 그 작업이 바로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잘 사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즉, 드라이버를 설치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성능의 그래픽카드라도 제대로 이를 지원하지 않으면 성능을 이끌어낼 수 없다. 쉬운 말로, 블레이드&소울과 같은 게임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알기에 AMD는 약 7년 전부터 한국에 전문 온라인 게임 호환성 담당자를 배정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IT동아는 AMD코리아에서 현재 기술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염희중 과장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IT동아: 이번에 AMD가 12.11 버전으로 업데이트한 그래픽카드 드라이버 'AMD 카탈리스트 (CATALYST)'의 성능이 많이 향상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국내 게이머들을 위한 여러 문제도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염 과장: 결론적으로 얘기해서 여러 게임의 성능이 향상됐다. 달리 얘기하면, '그래픽카드와 호환성이 더 높아졌다'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여기 자체 테스트한 몇몇 결과표가 있다. 카탈리스트 12.8버전으로 실행했을 때와 12.11로 업데이트하고 난 이후를 비교해 보면, 평균 15% 정도의 성능이 향상된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게이머들이 즐겨 하는 게임을 예로 들면, 배틀필드3가 약 15%, 스타크래프트2, 문명5, 스카이림 등이 약 10% 정도 향상됐다. 아, 참고로 AMD 내부에서는 카탈리스트 12.11 버전의 코드명을 'NEVER SETTLE'라고 부른다. 요즘 몇몇 커뮤니티에서 '이번에 제대로 된 그래픽카드 드라이버가 나왔다'라고 언급하는 얘기도 들리더라(웃음).
IT동아: 그 얘기 요즘 많이 들리더라 (웃음). 이번 NEVER SETTLE에서 국내 게이머들이 들으면 좋은 소식도 포함되어 있다던데?
염 과장: 맞다. 지난 12.8, 12.9 버전에서 몇몇 온라인 게임과 잘 호환되지 않아 발생했던 문제 몇 가지를 수정했다. 특정한 상황에서 이따금 발생했던 문제가 있어 이를 해결한 것. 예를 들어, 라데온 7000시리즈 그래픽카드로 블레이드&소울을 실행하면 텍스트나 몇몇 그래픽 효과가 깨지는 현상이 발견됐는데,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
그리고 이건 국내 게이머들만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벤트는 아니지만, NEVER SETTLE 업데이트를 기념해 몇 가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2월부터 AMD HD 790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면, '파크라이3(FARCRY3)', 히트맨(HITMAN)', '슬리핑독스(SLEEPING DOGS)' 게임을 무료로 증정한다. 또한, '메달오브아너(MEDAL OF HONOR)'를 20% 할인해 구매할 수 있는 쿠폰도 함께 증정한다. 이외에 7800, 7700 시리즈 제품 구매 시에도 혜택을 주니 참고하면 좋지 않을까.
IT동아: 일종의 사후 지원이라고 생각된다. 문득 든 생각인데, 이런 문제가 미리 발생하기 전에 알아내는 시스템은 없는지 궁금하다. 한국 온라인 게임에 대한 지원을 AMD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별도로 처리한다는 의미인가?
염 과장: 사후 지원이라고 하지만, 사실 사후 지원이 아니다. 새로운 온라인 게임이 출시하기 이전에 게임사와 협력해 미리 테스트를 진행하고 호환되지 않는 점이나 버그 등이 발견되면 본사로 보내고 문제를 해결한다. 단순한 테스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과정 자체가 엄격하다. 라데온 2000 시리즈부터 7000 시리즈에 이르는 전 제품을 모두 테스트한다. 그래픽카드만 바꿔서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다. 여러 PC 사양에 맞춰 즉, 프로세서, 메모리, 메인보드 등을 바꾸면서 테스트한다.
하드웨어만 바꿔가면서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다. 윈도XP, 윈도비스타, 윈도7, 윈도8 등 해당 운영체제의 버전부터 시작해서 모니터의 해상도까지 바꿔가면서 테스트한다. 말로 설명하면 참 쉬운 일 같지만, 중노동이 따로 없다. 이를 통해 이제는 유명 온라인 게임이 출시하기 전에 최적화 과정을 거쳐서 미리 배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문제점을 미리 고치니 잘 알아봐주지 않더라. 그 점이 좀 서운하다(웃음).
몇몇 주요 게임만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다. 랭키닷컴 등을 참고해 인기 순위 1위부터 30위 내의 게임을 매월 한번씩 계속해서 테스트한다.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의 경우 큰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도 미리 테스트해서 호환성 여부를 점검한다.
IT동아: 그거… PC를 조금이라도 조립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도 못할 중노동이라는 것을 알 것 같다. 갑자기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 한국에만 해당 테스트 팀이 있는 것인가? 언제부터 전문 테스트를 진행했는지도 알고 싶다.
염 과장: AMD 내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 관련 QA팀은 ISV(Independent Software Vendor)부서 소속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QA팀은 한국에 2006년도에 생겼다. 참고로 중국과 일본에는 ISV팀이 없다. 오직 한국에만 ISV산하에 QA팀이 있다. 이는 한국 온라인게임의 비약적인 성장과 독특한 PC방 문화에서 비롯됐다. AMD 본사에서도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분류하고 더 많은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PC방에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과거 AMD 라데온의 인지도가 지금보다 낮았던 시절,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문제만 생기면 그래픽카드를 탓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는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메모리 접속 불량 등 다른 문제인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무조건 그래픽카드 때문이라고 하더라. PC방에 직접 나가던 때도 있었다. 그 때, 욕 참 많이 먹었다(웃음). 한번은 50대 PC에 캠코더를 설치하고 모든 상황을 녹화하면서 문제 발생 여부를 찾기도 했다. 마치 전문 A/S 기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IT동아: 게임 출시 전에 테스트를 거친 후,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한다고 했다. 어떻게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지 궁금하다.
염 과장: 일단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상당히 특수한 상황에 처했을 때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특정제품의 제품 결함이라든가, 특정 메인보드 제조사의 특정 제품에 특정 바이오스 버전과 충돌하는 등… 참 찾아내기 힘들게 꼭꼭 숨어 있다. 그렇게 문제점을 찾아내고 규칙성을 찾아내면, AMD 그래픽카드 문제인지, 카탈리스트 문제인지, 게임 자체 문제 등을 검사한다. 간혹 게임 자체 문제인데도 우리가 알아서 고치기도 한다(웃음). 아, 물론 본사 개발팀에서 수정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테스트를 직접 실행하는 게임 개발사도 생기고 있다. 넥슨, NC소프트 등 대형 온라인게임 개발사가 하드웨어 전담QA팀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꾸준한 지원이란…
사실,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유명 온라인게임이나 패키지게임을 위해 별도의 업데이트 또는 문제 해결 등을 지원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해당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일이고, 당연히 받아야 할 일임에 마땅하다. 특히, 고사양 게임의 경우, 별도로 그래픽카드까지 구매해 업그레이드했는데도 불구하고 원활하게 실행되지 않으면 게이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두말하면 입만 아프다.
그런데, 이러한 사후 지원은 언제나 불평 불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최선의 노력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미리 해결했다면 가장 좋겠지만, 한발 늦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리고 게임과 같은 프로그램의 버그는 '버그가 없는 것이 버그다'라는 속설이 있듯이 예상 못한 문제가 항상 튀어나온다. 앰뷸런스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가장 좋은 경우는 사건사고가 없어서 앰뷸런스가 출동하지 않는 것이겠지만, 그 차선책이라고 한다면 사고가 생겼을 경우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지 않을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