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티브 물렀거라 에이수스 '비보'가 간다
윈도8이 출시되자마자 신형PC 제품이 그야말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한동안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기세에 눌려 화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기존PC 진영이 윈도8의 출시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윈도8 기반 신형PC들은 노트북과 태블릿PC의 특성을 모두 갖춘 '컨버터블' 제품을 지향하고 있다. 여기에 터치스크린에 최적화된 사용자인터페이스를 갖춘 윈도8이 결합,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에이수스(ASUS)가 빠질 수 없다. 한때 에이수스는 메인보드(마더보드)를 비롯한 PC부품 전문회사로 이름이 높았지만 최근 들어 노트북을 비롯한 완제품 PC시장의 공략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에이수스는 2012년 2분기에 7.0%의 점유율(가트너 조사)을 기록하며 세계 PC시장에서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1월 22일, 에이수스코리아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윈도8에 최적화된 다수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컨버터블PC 외에도 기존 노트북에 터치스크린을 결합한 형태, 고성능 게이밍PC등 다양한 제품이 등장했다.
이날 행사의 제품 소개를 담당한 에이수스코리아의 곽문영 마케팅 팀장은 "과거 IT시장은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양사에 의해 주도되었으나 최근 들어 구글, 삼성, 애플 등이 가세하여 혁신을 이끌고 있다"며 "이들에 비하면 현재 에이수스의 입지는 좁은 편이지만, 에이수스 역시 혁신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머지않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에이수스는 노트북의 생산성과 태블릿PC 편의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컨버터블PC를 다양한 시리즈로 출시할 것이며, 그런 와중에도 기존의 노트북 출시 역시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판 양쪽에 2개 화면 있는 '타이치'
이날 소개된 에이수스의 신제품 중 가장 상위 제품이라 할 수 있는 '타이치(TAICHI)'는 상판의 양면에 모두 풀HD급 화면을 갖춘 컨버터블PC다. 평소에 일반 노트북처럼 쓰다가 상판 부분을 닫으면 간단히 태블릿PC로 변신한다.
타이치는 두께 3mm, 무게 1.25Kg으로 휴대성이 높으면서도 인텔의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해 성능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가격이 비싼 최상위급 제품이기 때문에 많은 제품이 시장에 공급되지는 않을 것이며, 국내 출시 일자도 아직은 미정이라고 곽문영 팀장은 밝혔다.
삼성 아티브보다 얇고 가벼운 컨버터블PC, '비보탭'
타이치와 함께, 키보드와 화면 부분이 분리되는 '트랜스포머 북'도 소개되었다. 본 제품은 가격과 휴대성, 성능이 균형을 이룬 제품으로, 노트북과 태블릿PC를 오가는 컨버터블PC를 지향하면서도 대용량 SSD 및 고화질 화면, 4채널 스피커 등, PC로서의 성능 면에서도 충실을 기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애플의 맥북과 유사한 마그네틱(자석식) 전원 커넥터를 갖춘 점이 취재진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트랜스포머 북과 유사한 분리형 컨버터블PC이면서도 가격과 휴대성 면에서 좀 더 유리한 '비보탭(VivoTab)'도 소개되었다. 본 제품군은 인텔 아톰 프로세서와 윈도8을 탑재한 '비보탭'과 엔비디아 테그라3 프로세서와 윈도RT를 탑재한 '비보탭 RT'로 나뉘어 출시된다. 참고로 윈도RT는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는 ARM계열 프로세서를 위한 윈도8 에디션 중 하나로, 형태상으로는 일반 윈도8과 유사하지만, 기존 윈도용 소프트웨어가 호환되지 않는다. 에이수스코리아는 비보탭을 우선 출시한 후 비보탭 RT의 출시 시기를 검토할 예정이다.
비보탭은 최대 10.5시간 동안 지속되는 배터리를 내장했으며, 8.7mm의 두께 및 675g의 무게를 갖춰 휴대성이 높다. 특히 곽문영 팀장은 유사한 컨셉의 삼성전자 아티브에 비해 비보템이 두께와 무게 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에이수스코리아는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울트라북인 '젠북' 시리즈와 게이밍 노트북을 지향하는 'G55' 시리즈의 신모델도 소개했다. 특히 신형 젠북은 윈도8 환경에 최적화된 멀티터치 지원 터치스크린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윈도8 환경에 적합한 컨버터블PC가 각기 다른 형태로 소비자들 앞에 선보이고 있다. 키보드와 화면이 분리되는 형식(삼성), 슬라이드 형식으로 형태를 바꾸는 방식(소니, 도시바), 화면 전체를 360도 회전시키는 방식(레노버) 등 변형 형태도 다양하다.
에이수스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동시에 공급하는 방식을 택했다. 삼성 아티브와 유사한 분리형 제품(트랜스포머북, 비보탭)은 물론, 슬라이드형과 회전형의 장점을 적절히 조합한 양면 디스플레이형(타이치) 제품을 이날 소개한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에이수스가 회사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간판 제품을 확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이제 에이수스에는 노트북 브랜드인 G, N, K, X 시리즈와 울트라북인 젠북 외에도 고급형 컨버터블인 트랜스포머북, 보급형 컨버터블인 비보탭 등과 더불어 비보탭, 트랜스포머 패드 등의 대단히 다양한 브랜드가 공존하게 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회사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 불리해 보인다. 에이수스가 우수한 제품 개발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증명되었으니 이제는 그 외의 것도 생각해 볼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