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태블릿PC의 경계가 모호하다
며칠 전 7인치 대의 화면을 채택한 애플 '아이패드 미니'가 출시됐다. 기존 아이패드 시리즈는 10인치에 가까운 크기라 '태블릿PC'로 명확하게 구분됐지만, 아이패드 미니는 손이 큰 사용자라면 스마트폰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삼성의 7인치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이 출시됐을 때도 이를 스마트폰처럼 사용하는 이가 분명 있었지 않은가. 더구나 최근 들어 5인치 이상의 화면을 장착한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화면 크기에 따른 모바일 기기의 구분이 더욱 모호해 지고 있다. 몇 인치 화면까지가 스마트폰이고, 몇 인지 화면부터가 태블릿PC라 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은 커지고, 태블릿PC는 작아지고
작년, 재작년까지만 해도 3.5인치~4인치 대의 스마트폰이 시장의 주류로 판매됐다. 어쩌다 그 이상의 제품도 한두 차례 선보인 적 있지만 사용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화면만 확대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당시 사용자들은 한 손에 착 감기는 아담한 스마트폰을 선호했다. 그러다 5.3인치 화면의 삼성 갤럭시 노트가 예상 외로 전세계에 걸쳐 대히트를 기록하며 5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이에 올해 들어 4.5인치 이상 6인치 이하의 스마트폰이 연이어 출시됐고, 사용자들도 화면 만큼 활용도도 넓어진 사용 패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012년 11월 현재,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는 갤럭시S3(4.8인치), 갤럭시 노트(5.3인치), 갤럭시 노트2(5.5인치)가, LG전자의 옵티머스 시리즈는 옵티머스G(4.7인치), 옵티머스 뷰/뷰2(5인치)가, 팬택의 베가 시리즈는 레이서2(4.8인치), S5(5인치), R3(5.3인치)가 판매되고 있다. 애플 아이폰 시리즈 역시 3인치 대의 화면을 고집하다 아이폰5에 이르러 4인치 화면을 채택했다.
스마트폰과는 반대로 태블릿PC는 점차 몸집을 줄이는 추세다. 당초에는 10인치 내외의 화면이 태블릿PC의 정석으로 인식되다 최근 들어서는 7인치 제품이 주류로 자리잡았다. 아이패드 미니도 7인치(7.9인치)를 채택했으며, 에이수스-구글의 넥서스7(7인치),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7.7(7.7인치) 등이 출시되며 7인치 태블릿PC의 최종 승자를 겨루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스마트폰은 얼마나 더 커질 것이며, 태블릿PC는 또 얼마나 더 작아질 것인가.
한 손으로 사용하면 스마트폰, 두 손이면 태블릿PC?
요즘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기본 사양은 물론 운영체제까지 동일하다. 크기만 다를 뿐이다. 만약 두 제품군의 크기적 마지노선인 6인치 대의 제품이 출시된다면 구분이 정말 모호해 질 것이다. 그럼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아마도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두 손으로 사용해야 하는가'가 아닐까?
스마트폰은 개인통신기기이기에 늘 휴대할 수 있어야 하며, 한 손으로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두 손 사용이 편할 때도 있지만). 이에 따라 스마트폰 화면은 이후 6인치 이상은 넘지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 현재 5인치대 스마트폰 중 팬택의 베가 R3가 5.3인치 화면으로 한 손 사용에 다소 유리하다. 삼성 갤럭시 노트 시리즈나 LG 옵티머스 뷰 시리즈보다 가로폭이 1cm 이상 좁기 때문이다. 대신 세로폭이 길다. 팬택도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대 화면'을 베가 R3의 강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베가 R3는 성인 남성이라면 큰 불편 없이 전체 화면을 조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물론 5인치 대 갤럭시 노트 시리즈나 옵티머스 뷰 시리즈 역시 한 손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손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이상 자칫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더구나 이들 제품은 입력 펜을 제공하고 있어, 태생부터 두 손 사용을 기본으로 한다. 어느 것이 적합한 지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손 크기와 평소 사용 패턴에 달렸다.
반면 태블릿PC는 7인치 제품이라도 미국 프로농구 선수라면 모를까 한 손 사용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한 손으로 들고 있기는 가능하겠지만. 최근 출시된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에 비해 작고 가벼워 한 손으로 들기에 한결 수월하지만 한 손 사용은 역시 어림도 없다. 유사 크기의 갤럭시탭 7.7, 넥서스7도 마찬가지다. 태블릿PC도 향후 6인치 이하의 화면은 당연히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한 손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태블릿PC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폰 화면 크기의 범위는 3.5인~5.8인치, 태블릿PC는 7인치~10인치로 규정할 수 있다. 참고로 5인치급 스마트폰을 일컬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중간위치라는 의미로 '패블릿(phablet)'이라 칭하고 있다. 혹시 어느 제조사가 머지 않아 6인치 기기를 생산해 두 제품군의 경계선을 아예 허물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이 스마트폰이냐 태블릿PC냐는 결국 한 손 또는 두 손 사용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태블릿PC를 닮아가는 스마트폰 UX
올해 하반기 들어 스마트폰 이슈에 'UX'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User eXperience', 즉 사용자 경험을 뜻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형태와 패턴을 통칭하는 것으로, 스마트폰 화면이 커짐에 따라 여러 가지 새로운 활용법이 제시되고 있다. 이를 테면, 넓은 화면을 십분 활용해 화면을 둘로 나눈다거나 화면 위에 작은 창을 띄울 수 있고, 입력 펜을 통해 다양한 메모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다분히 태블릿PC의 UX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메모 기능에 있어서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와 옵티머스 뷰 시리즈의 UX가 단연 돋보인다. 자체 제공되는 입력 펜으로 메모 앱은 물론 지도 앱, 홈 화면, 전화 앱 등에서 재빨리 메모하여 저장 또는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S메모' 앱이, 옵티머스 뷰 시리즈의 'Q메모' 앱이 사용자들의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화면 공간 활용에는 팬택 베가 R3의 '미니 윈도우' 기능이 유용하다. 특정 앱 화면 위에 작은 창을 띄워 동영상, 음악, DMB 방송, 전자사전, 노트패드(메모장), 스케치 기능을 얹어 놓을 수 있다. 즉 동영상을 보며 전자사전을 이용하거나, 인터넷 서핑 중 DMB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특히 미니 윈도우는 창을 이동하거나 크기도 변경할 수 있어 화면 활용에 유리하다.
이들 기능과 더불어 요즘 5인치급 스마트폰은 태블릿PC를 능가하는 '막강 사양'을 탑재해 부드러운 멀티태스킹(다중작업)을 구현했다. 갤럭시 노트2와 베가 R3는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2GB의 메모리(RAM)를, 옵티머스 뷰2는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2GB 메모리를 갖췄다. 특히 베가 R3는 1,300만 화소의 카메라(후면)까지 겸비해 스마트폰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LG 옵티머스G 역시 후면 카메라가 1,300만 화소다).
5인치급 스마트폰은 또한 자동차용 내비게이션 용도로 활용하기에도 좋다. 지도를 보기에는 7인치 화면이 이상적이라지만 5인치 정도만 되도 내비게이션을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수한 지도 가독성을 제공한다. 더구나 요즘 스마트폰은 대개 각 통신사 전용 내비게이션 앱이 내장돼 운전자 편의를 돕고 있다(KT는 '올레 내비', SKT은 'T-map', LG유플러스는 '유플러스 내비').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