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이식으로 새 얼굴 얻은 남성, 일상으로 돌아가다
"새 얼굴을 얻었으니, 이제 남들처럼 일도 하고 결혼도 하며 살아야죠."
사상 최대의 안면이식수술 끝에 완벽한 얼굴을 되찾아 화제를 모았던 리차드 리 노리스(Richard Lee Norris, 37)의 근황이 공개됐다.
미국방송사 NBC는 지난 3월 리차드에게 이식됐던 새 얼굴이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거부 반응도 일으키지 않았으며, 이제 리차드는 입으로 음식을 먹고 코로 향기를 맡을 수 있게 됐다고 16일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외모도 몰라보게 자연스러워졌다. 매릴랜드 대학병원이 공개한 그의 최근 사진을 보면, 그의 얼굴은 단순한 기능 복원을 넘어서 '훈남'의 경지에 이르렀다. 의료진은 "리차드의 얼굴을 최대한 아름답게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이제 리차드는 말을 하거나 웃을 수 있다. 오른쪽 얼굴 근육의 약 80%, 왼쪽 얼굴 근육의 약 40%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한다. 아직까지는 물리 치료와 언어 치료를 병행하는 단계지만 일상 생활을 하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매릴랜드 대학의 성형외과 교수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Eduardo D. Rodriguez)는 "리차드의 회복 속도는 기대 이상"이라며 "말하기 연습과 얼굴 근육 운동에 성실하게 임한 그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리차드는 낚시와 골프를 하며 정상인과 다름 없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리차드의 비극은 1997년 시작됐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자신의 얼굴에 총을 쏘는 실수를 저질렀고 이 사고로 턱, 코, 입술 등 얼굴의 절반 가량을 잃었다. 몇 차례의 대수술 끝에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은 흉하게 변해버렸다. 그의 얼굴을 본 아이들은 겁에 질렸고, 아이들의 부모들은 호기심어린 눈초리를 보냈다. 결국 그는 아무도 없는 밤에 마스크를 쓰고 외출해야만 했다. 그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다른 사람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는 "시간이 지나자 친구들은 떠났고 직업을 찾은 후 가정을 이루었다"며 절망에 시달렸던 지난 날을 떠올렸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안면이식이었다. 안면이식이란 피부, 근육, 신경 등 다른 사람의 얼굴 전체를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이다. 영화 '페이스오프'에서는 매우 간단한 것처럼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거부 반응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 얼굴을 기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얼굴 골격에 따라 외모가 크게 달라지기에 기증자의 얼굴이 그대로 남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유가족들은 얼굴 기증에 동의하지 않는다.
2012년 3월이 되어서야 리차드는 익명의 기증자로부터 얼굴을 받을 수 있었다. 매릴랜드 대학은 곧바로 턱, 치아, 혀를 재건하는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 시간만 무려 36시간, 역대 최고의 수술비용이 들었다. 그는 수술 3일이 지나서야 가족들이 모여 있는 회복실에서 의식을 찾았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거울을 들여다 본 그는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꿈에 그리던 '평범한 얼굴'을 갖게 된 것이다. 로드리게스 교수는 "리차드는 거울을 내려놓고 나를 끌어안으며 연신 고맙다고 했다"며 회상했다.
안면이식수술은 2005년 이후로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새 얼굴을 찾은 사람만 수십 명에 달한다. 하지만 리차드처럼 얼굴 기능과 심미적인 부분을 모두 만족한 사례는 드물다. 의료진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폭발로 상처를 입은 병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수술은 미국 해군의 기금 지원으로 실시됐다.
안면이식으로 새 삶 찾은 사람 많아
프랑스의 38세 여성 이자벨 디누아르(Isabelle Dinoire)는 세계 최초로 안면이식수술에 성공한 환자다. 그녀는 개인적인 문제로 몹시 화가 났던 어느 날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잠들었고, 그의 애완견 타냐는 그녀를 깨우기 위해 애를 쓰다가 결국 주인의 얼굴을 물어뜯고 말았다. 이 일로 타냐는 안락사에 처해졌고, 이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이자벨은 매우 슬퍼했다고. 이자벨은 수술 후 새 애완견을 입양했다.
2008년에는 48세의 미국 여성 코니 컬프(Connie Culp)가 남편과의 다툼 끝에 총에 맞고 입과 코를 잃어버리는 사고를 당했다. 기증자의 얼굴 중 80%가 그녀의 새 얼굴이 됐다. 남편은 7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며, 그녀는 남편을 용서하고 죄값을 치루고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딸의 설득으로 나중에는 마음을 바꾸고 남편을 기다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캐를라 내쉬(Charla Nash)는 2010년 친구의 애완동물인 침팬지에게 공격을 받아 눈, 코, 입, 손가락을 잃었다. 평소 침팬지와 잘 지냈기에 방심했던 것이 참변을 불렀다. 침팬지는 머리스타일이 달라진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고 거세게 공격했고,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고 죽었다. 그녀는 얼굴과 손가락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손가락은 거부 반응을 일으켜 제거해야 했다.
달라스 와이언스(Dallas Wiens)는 2008년 감전사고로 눈, 코, 입이 완전히 녹아내리는 사고를 당했다. 30명의 의료진이 합심해 그의 얼굴을 새로 만들어냈고, 수술이 끝난 후 그의 딸은 "아빠, 정말 잘생겼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