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KES] 한국에 온 '진짜 사이보그' 교수님
2012 전자정보통신산업대전(이하 KES2012)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융복합 국제 컨퍼런스 2012'에는 KES2012의 테마이기도 한 '융합'에 관련된 최고의 권위자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인물이 바로 미국 MIT 미디어랩의 '휴 허(Hugh Herr)' 교수다.
그는 '6백만 달러의 사나이'와 같이 첨단 장비로 신체의 일부를 대신한 사이보그(인간과 기계의 결합체) 연구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일뿐 아니라, 그 자신이 사이보그이기도 하다. 그는 청년시절에 등산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잃었으나 현재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첨단 의족을 착용, 일반인과 다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10월 11일, 일산 킨텍스 3층의 그랜드 볼룸에서 개최된 융복합 국제 컨퍼런스 2012의 첫 번째 기조 강연자로 나선 휴 허 교수는 정보통신, 로봇공학, 조직공학 등이 융합된 첨단 생체공학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며, 특히 생체공학으로 인간의 신체 기관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으며, 자신이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 후, 휴 허 교수는 바지 자락을 걷어 올려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첨단 의족을 참관객들에게 공개하고, 그 상태로 달리거나 점프를 하는 등, 다양한 동작을 자연스럽게 취해 지켜보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참고로 휴 허 교수의 의족은 티타늄과 탄소섬유, 그리고 실리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2개의 마이크로 컴퓨터와 5개의 센서도 내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는 첨단 생체공학의 궁극적인 목표란 바로 '설명서'가 필요 없는 시대라고 밝혔다. 융합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전자기기는 삶과 완전히 하나가 될 것이며, 언젠가는 사용자가 생각만 하는 것으로 모든 기기를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히 인간의 사지를 대체하는 것뿐 아니라 정신적인 장애 역시 융합 기술로 극복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실제 실험 결과, 전기적인 자극에 의해 뇌의 기능을 정상화 할 수 있었으며, 이로 인해 우울증과 같은 정신 장애의 치료에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휴 허 교수는 태양전지의 원리를 신체에 이식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고 한다. 태양광에 의한 광합성 작용으로 에너지와 양분을 생성하는 식물세포의 원리를 참고, MIT 미디어랩은 태양광으로 단백질을 생성하는 장치를 고안했다. 동물의 신체 중에서도 눈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이용해 기능을 발휘하므로 본 장치는 특히 시각 장애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휴 허 교수는 밝혔다. 실제로 이 장치로 동물 실험을 해 본 결과, 눈이 안 보이던 쥐가 이 장치를 이식 받은 후에 앞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단순히 기계의 도움을 받아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 그치지 않고, 기계와 인간이 진정 감응할 수 있는 기술 역시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휴 허 교수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음성, 손짓 등을 토대로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장치의 시험 모델을 개발했으며, 이를 탑재한 모자를 자패증 환자에게 착용시키니 실험자의 소통 능력이 한층 나아졌다고 밝혔다. 그리고 현재는 이를 발전시켜 기계과 인간이 서로 대화를 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휴 허 교수는 이날 강연을 마무리할 즈음, "현재는 이러한 기술을 실제로 적용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지만 규모의 경제가 형성된다면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극복될 것"이라며, "언젠가 기술과 신체의 완벽한 융합이 아주 흔한 광경이 될 것이며, 이는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을 마친 휴 허 교수는 향후 한국 생체공학 기술 발전의 전망을 묻는 IT동아 기자의 질문에 "현재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잘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로봇의 이동에 관련한 기술 측면에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유하고 있어 생체공학 기술 역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 생체공학 기술의 발전에 도움을 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 컨퍼런스가 끝난 후에 한국의 산학 협력기관과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대답은 할 수 없지만, 어떠한 형태이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여운을 남겼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