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전원을 사진 전문가로? 캐논 EOS 650D
사진 찍기를 즐기는 동호인들의 출사 현장을 가보면 예전에는 커다란 고급형 DSLR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풍경이 약간은 바뀌었다. 커다란 DSLR을 든 경우가 여전히 많지만, 그 와중에 조그마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에 비해 종합적인 촬영 성능 면에서는 한 수 아래이긴 하지만, 다루기 편하고 가볍다는 이점이 있고, 최근 들어 미러리스를 위한 고성능 렌즈 및 주변기기도 다수 출시되고 있어 점차 사용자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애매한 처지가 된 물건이 있다 바로 보급형 DSLR이다. 고급형 DSLR에 비하면 성능 면에서 밀리고, 편의성 면에서는 미러리스에 미치지 못한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미러리스에 비해 우세한 성능을 갖추고 있으면서 가격이나 휴대성 면에선 고급형 DSLR에 비해 유리한 것이 바로 보급형 DSLR이기도 하다.
이 시장의 대표주자는 역시 캐논(Canon)이다. 캐논의 보급형 DSLR은 '세자리 수 + D' 형식의 모델명이 붙는데, 완전한 신제품을 내고 1~2년 정도 후에 모델명에 '~50'을 붙인 개량형이 나오는 흐름을 타고 있다. 2006년에 '400D'가 나오면 2008년에 개량형인 '450D'가 뒤를 이으며, 2009년에 '500D'가 나오면 2010년에 '550D'가 나오는 식이다. 이번에 소개할 '650D' 역시 2011년에 나온 '600D'의 개량 모델이다. 특히 전작인 600D는 보급형임에도 상위 제품 못지 않은 성능을 발휘해 일명 '영웅바디'로 불리기도 했다. 600D의 후속 모델이자 가족을 위한 DSLR을 표방하고 있는 캐논의 EOS 650D를 자세히 살펴보자.
착 감기는 그립감에 회전형 터치스크린까지 더해
650D의 전반적인 형태는 이전의 캐논 보급형 DSLR과 큰 차이가 없다. 바디(본체)에 플라스틱 재질을 썼는데, 상급 모델에 주로 쓰이는 마그네슘 합금에 비하면 고급스런 느낌은 다소 떨어지지만 사용상 문제 될 것은 없다. 손이 닿는 곳마다 고무재질을 덧대어 촉감이나 그립감도 좋다. 역시 이렇게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은 미러리스 카메라에선 느끼기 힘든 것이다.
이런 보급형 DSLR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바로 가벼운 무게다. 650D의 바디는 575g으로, 기존의 600D(515g)에 비하면 약간 무거워졌지만 여전히 한 손에 들기에 부담이 없는 수준이라는 점은 변함 없다. 특히 650D는 회전형 LCD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셀카'를 찍을 일도 종종 있을 것이다.
650D는 회전형 LCD 외에 터치스크린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최근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면서 터치 방식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화면 인터페이스의 구성 자체는 이전 제품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모드나 세부 설정을 변경하고자 할 때는 그냥 버튼과 방향키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하다. 하지만 촬영 시에 특정 대상에 초점을 맞추고자 할 때, 그리고 촬영된 이미지의 특정 부분을 확대해서 보고자 할 때는 확실히 터치스크린이 유용하다.
초보자도 전문가 수준의 촬영을 가능케 하는 다양한 편의 기능
650D는 5,184 x 3,456 해상도의 정지화상과 1,920 x 1,080 해상도 / 30프레임의 풀HD급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1,800만 화소의 CMOS 센서를 갖추고 있다. 화소수 자체는 이전의 600D와 같지만 연사 속도가 초당 3.7 장에서 초당 5장으로 향상되어 보다 빠른 연속 촬영이 가능해졌다.
보급형 DSLR의 주 소비자층은 전문적인 촬영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다. 때문에 이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 기능 및 촬영 모드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650D는 가장 기본이 되는 A+(인텔리전트오토) 및 P(프로그램), M(수동) 모드는 물론, 인물, 풍경, 클로즈업, 스포츠 모드 등을 다이얼을 통해 곧장 전환할 수 있다. 대신 기존 카메라에 있던 A(조리개 우선)나 S(셔터 우선) 모드는 없다. 전문가 입장에선 아쉬울 수 있지만 어차피 초보자들은 이 기능을 거의 쓰지 않는다. 제품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단점이라 할 순 없겠다.
650D의 촬영 모드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라면 역시 '삼각대 없이 야경 촬영' 모드다. 빛이 약한 곳에서 촬영을 하려면 밝기를 유지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셔터 속도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이러면 사진에 흔들림이 발생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삼각대가 거의 필수였다. 하지만 650D의 삼각대 없이 야경 촬영 모드를 이용하면 한번 셔터를 누르는 순간 4장을 연속으로 촬영, 이들을 합성해 흔들림을 제거한 이미지를 생성해준다.
그리고 'HDR 역광 보정' 모드 역시 흥미롭다, 대상의 뒤에서 빛이 비칠 때 촬영을 하면 빛 부분만 강조되고 정작 찍고자 하는 대상은 어둡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650D의 HDR 역광 보정 모드를 사용하면 각각 노출(밝기)가 다른 3장을 연속으로 촬영, 이를 합성해 적절한 밝기와 디테일이 살아있는 결과물을 생성한다. 650D의 삼각대 없이 야경 촬영 모드나 HDR 역광 보정 모드는 기기의 힘으로 사용자의 부족한 촬영 기술을 보충해주는 유용한 모드다. 하지만 한 번에 여러 장의 이미지가 촬영되고 이를 합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이미지 한 장을 생성하는데 5~10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점도 기억해 두자.
650D의 자랑거리, 하이브리드 CMOS AF 시스템의 느낌은?
650D로 실제로 정지화상 촬영을 해 보면 AF(자동 초점)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는 650D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CMOS AF 시스템 덕분이다. 기존의 DSLR 카메라는 대부분 위상차 AF, 미러리스나 컴팩트카메라는 콘트라스트(대비) AF 시스템을 사용한다. 위상차 AF는 AF를 잡는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종종 오차가 발생하며, 콘트라스트 AF는 그 반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650D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CMOS AF는 두 가지 AF 방식을 동시에 적용, 정확도와 속도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
다만, 정지화상 촬영을 할 때의 AF 성능이 너무 만족스러운 탓인지 동영상 촬영 시의 AF 성능은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느껴졌다. 초점을 잡는 속도도 느린 편이고 정확도 역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할 때 열심히 렌즈가 움직이며 초점을 잡으려 하지만 결과물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데다 렌즈 소음도 신경이 쓰였다. 동영상 촬영 시에 AF 기능이 지원되는 것 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왕 지원되는 것이라면 좀더 완성도를 높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미러리스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캐논의 EOS 650D는 이전의 보급형 DSLR에 비해 성능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편의성도 한층 개선되었다. 최대의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정면 승부를 하고자 하는 속내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특히 터치 스크린 기능을 갖춘 회전 LCD나 풀 HD급 동영상 촬영 기능, 그리고 삼각대 없이 야간 촬영 기능이나 HDR 역광 보정 기능 등을 이용하면 촬영 기술이 부족한 초보자들도 수준급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
물론, 편의성을 중시하다 보니 수동 기능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에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감이 있으며, 동영상 촬영 시의 AF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 등,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캐논이 이 제품을 내놓으면서 언급한 '내 가족의 첫 DSLR'로 활용하기에는 더할 나위가 없으며, 전반적인 성능과 기능을 따져보면 제품 가격(인터넷 최저가 기준 바디 가격 약 76만원) 역시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캐논의 EOS 650D는 고급형 DSLR과 미러리스의 사이에서 열심히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 보급형 DSLR의 현 주소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