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케이스, 필수인가 옵션인가
올 3분기 스마트폰 시장은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다. 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업체들이 굵직한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 애플의 아이폰5, LG전자의 옵티머스G, 그리고 팬택의 베가 R3 등, 이름을 헤아리기도 벅찰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올 즈음에는 스마트폰 제조사들만큼이나 바빠지는 업체들이 있다. 바로 스마트폰에 씌우는 케이스를 제조하는 업체들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케이스는 거의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스마트폰 케이스가 얼마나 팔리는 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집계된 바는 없지만, 시장 조사기관인 IDC의 발표에 의하면 2011년에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9천만 대의 스마트폰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 케이스의 판매량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보호'와 '꾸밈'을 위한 스마트폰 케이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품을만하다. '스마트폰에 케이스는 반드시 씌워야 할까?'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케이스를 씌우는 이유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 일단 물건에 뭔가를 씌운다는 것은 해당 물건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그 물건을 좀 더 멋지게 꾸미기 위해서라고 짐작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인 '보호'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일단 스마트폰은 상당히 고가의 물건인데다 휴대용 제품이라는 특성상 떨어뜨릴 우려도 크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외부 충격에 강한 알루미늄이나 강화 플라스틱 재질을 도입하고 있으며, 전면 유리 역시 충격에 강한 '고릴라글래스' 등의 강화유리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정도의 대책이라도 표면의 긁힘은 완전히 피할 수 없으며, 떨어뜨렸을 때 완전히 망가질 가능성을 줄이는 정도다. 따라서 보호 목적으로 스마트폰에 케이스를 씌우는 것은 충분히 이해 할 만하다. 다만, 사용 기간이 길어져서 물건에 애정이 떨어진 사람은 긁힘 정도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며, 단지 두께와 무게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만 스마트폰 케이스를 인식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이유인 '꾸밈'은 개성 표출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이해 할 만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해당 스마트폰 자체의 디자인을 드러내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대형 업체에서 스마트폰 개발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는 억대에 달하는 연봉을 받을 정도로 최고의 엘리트들이다. 일례로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인 '조나단 아이브'의 연봉은 한화 환산 수십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이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스마트폰의 디자인을 굳이 케이스로 가리고 다니는 것은 기회비용의 상실이라는 지적도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 케이스 제조사의 생각
이에 대해 실제 스마트폰 제조사 및 주변기기 제조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삼성전자 홍보팀의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당사의 스마트폰에 케이스를 씌워 사용하는 것을 각 소비자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케이스 사용을 권장하거나 제한하지도 않는다는 의미다"라며, "물론, 케이스를 씌워 사용하다가 틈새에 먼지가 들어가 표면에 흠집이 발생하거나 하는 등의 경우까지 수리 보증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하여 주변기기 제조사들이 삼성전자용 스마트폰 케이스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주변기기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의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스마트폰 케이스를 비롯한 주변기기 공급업체인 벨킨코리아 관계자는 "벨킨은 당사의 제품 개발 과정에서 스마트폰 제조사의 품질 테스트를 거치기 때문에 타사의 제품과 확연한 품질의 차이가 있으며 미국 LA에 위치한 본사 디자인센터에서 최신 패션 경향을 반영한 스마트폰 케이스를 개발한다. 당사의 제품은 단순한 보호 기능뿐 아니라 스마트폰 자체의 가치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 이라며 "앞으로도 스마트폰 케이스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강조했다.
일시적인 유행? 문화로 정착?
위와 같이 스마트폰 제조사는 스마트폰 케이스 시장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지도 않다, 반면,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사들은 이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상당히 많은 투자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와 같이 스마트폰 케이스가 거의 필수품처럼 여겨지는 현상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칠지, 아니면 앞으로 계속될 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아직까지는 스마트폰이 고가의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대중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다지 애지중지 할 필요가 없는 생활의 일부로 정착될 가능성도 크다. 반면, 현재의 경향이 더욱 극대화되어 스마트폰 케이스가 마치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듯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필수 아이템 중 하나로 정착될 수도 있다.
2012년 현재로선 두 가지의 가능성이 모두 상존하고 있다. 다소 과열 양상을 띄고 있는 현재의 스마트폰 시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난 후에야 이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