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차세대 울트라북, PC 르네상스 열까
최근 PC시장을 살펴보면 성장세의 둔화가 피부에 와닿는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의하면 전세계 PC 출하량은 7분기 연속 한자리 수 성장률을 보이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성장세를 보인 곳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시장이다. 북미, 유럽, 한국 등 기존 시장의 경우 출하량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바야흐로 PC의 암흑기다.
이는 단순히 경기 불안에 따른 소비축소 현상 때문은 아니다.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PC의 성장세가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조사기관 NPD 디스플레이서치는 2012년 2분기 아이패드의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어났다고 밝혔다. 태블릿PC가 PC의 영역을 잠식한 것이다. NPD 디스플레이서치는 2016년에는 태블릿PC의 출하량이 노트북PC 출하량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들이 모바일 기기를 구입할 때, 휴대성과 편의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다.
그렇다면 PC업계는 내 땅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태블릿PC를 지켜만 봐야하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차세대 노트북의 표준인 울트라북이 프리미엄 PC시장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휴대성에서 경쟁력을 갖춘 울트라북이 대세로 자리잡는다면, 태블릿PC와의 전쟁도 할 만해진다. 이에 따라 PC시장은 울트라북 위주로 급격히 재편되기 시작했다. 사실상 울트라북의 성공이 PC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즈웰 기반 울트라북, 혁신의 정점을 찍다
최근 인텔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15회 인텔개발자회의(IDF)에서 울트라북의 새 청사진을 발표했다. 더 얇고, 더 편리하고, 더 오래가는 울트라북이 등장한다는 것. 2013년 선보일 인텔 4세대 코어 프로세서 해즈웰(Haswell)이 울트라북의 혁신을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데이비드펄뮤터(David Perlmutter) 인텔 최고 제품 책임자(CPO)는 "해즈웰이 울트라북, 컨버터블, 태블릿 디자인의 새로운 표준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해즈웰은 마이크로아키텍처 기반의 새로운 저전력 프로세서다. 2세대 제품인 샌디브릿지에 비해 유휴전력 소비량이 20분의 1에 불과하다. 전력 소비량이 적다는 말은 큰 배터리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노트북의 두께와 무게는 파격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북미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인텔이 IDF에서 선보인 해즈웰 기반 PC중 키보드가 없는 일부 제품의 두께는 겨우 10mm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울트라북의 권장 기준인 21mm의 절반 가량이자 아이패드 1세대의 두께인 13.4mm보다 얇다. 이 해즈웰이 울트라북에 적용된다면 태블릿PC와의 휴대성 싸움에서 더욱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PC 주변에 어지럽게 얽히는 각종 케이블들도 사라진다. 사실 이 케이블이야말로 PC의 휴대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저스틴래트너(Justin Rattner) 최고 기술 책임자(CTO)는 "간단한 임베디드 센서에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치를 선 없이 연결할 수 있는 시대를 열 것" 이라고 밝혔다. 인텔이 선보인 차세대 무선 표준 와이기그(WiGig)는 울트라북과 태블릿PC,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연결해 하나의 기기처럼 동일한 콘텐츠를 구동하게 할 수 있을 만큼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다수의 디스플레이도 동시에 연결할 수 있게 해준다. 결과적으로 상당수의 케이블과 울트라북 측면에 즐비하던 각종 포트도 사라진다. 이로 인해 울트라북은 더욱 얇아지게 된다.
편의성에서도 진일보했다. 키보드와 마우스 위주의 고전적인 입력 방식에서 벗어나 음성 입력 방식까지 갖추게 된 것. '드래곤어시스턴트'로 명명된 이 소프트웨어는 울트라북 플랫폼에서 다양한 음성 명령어를 지원한다. 음성으로 지도를 보거나, 웹사이트에서 검색을 하거나, SNS를 이용할 수 있다. 애플 iOS의 '시리'나 구글 안드로이드의 '구글 보이스'와 비슷한 셈이다. 인텔은 조만간 델(dell)의 새 노트북 'XPS13'에 이 기능의 베타 버전을 탑재할 계획이며, 향후 다른 협력사와도 동일한 작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동작인식기기인'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Kinect)'와 같은 제스처 인식 기능도 개발중이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 '윈도8'이 지원하는 터치스크린 입력 방식까지 갖추게 된다면, 태블릿PC의 편의성에 비해 조금도 밀리지 않게 된다.
어두운 날 가고 밝은 날 오나
침체기에 빠졌던 PC업계가 다시 부흥기를 맞을 수 있을까? 그 대답에 대한 첫번째 열쇠는 윈도8이, 두번째 열쇠는 해즈웰 기반 울트라북이 쥐고 있다. 2012년 10월 선보일 윈도8이 새로운 생태계를 마련하고 2013년 선보일 해즈웰 기반 울트라북이 그 위에 안착한다면 PC시장에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이다.
물론 뚜껑을 열기 전까지 아무도 성공을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태블릿PC만큼 얇은 두께, 20배나 늘어난 대기 시간, 간편해진 무선 연결, 음성과 제스처와 터치스크린이 결합된 새로운 입력 방식, 뛰어난 PC 성능을 갖춘 차세대 울트라북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제 PC시장이 어둡고 긴 터널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 끝에 눈부신 바깥 세상이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터널이 기다리고 있을지 점쳐봐도 좋을 때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