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개발 기간 절반으로”…GM, 설계부터 차량 이용까지 AI로 혁신 추진
[뉴욕(미국)=IT동아 김동진 기자] 제너럴모터스(GM)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동차 개발 기간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차량 설계부터 엔지니어링, 생산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디지털 체계로 연결하고, 가상 환경에서 수십만 가지 설계안을 검증해 개발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차량 연결 및 지원 서비스인 온스타에 AI를 접목, 차량 상태와 운전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하는 지능형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GM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GM Forward 2026'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미래 자동차 기술 전략을 발표했다. GM 포워드는 GM의 미래 자동차 기술과 개발 전략을 소개하는 연례 행사다. 현장에는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우리는 운전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 자동차를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지능형 파트너로 만들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개발 기간 절반으로…설계부터 생산까지 AI로 연결
GM이 제시한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자동차 개발 기간 단축이다.
기존 자동차 개발은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생산 부문이 각자의 작업을 마친 뒤 다음 단계로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GM은 이러한 개발 과정을 바꾸기 위해 초기 단계부터 여러 부문이 동시에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핵심은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와 동시공학(Concurrent Engineering)이다.
디지털 스레드는 차량의 초기 설계부터 개발, 검증, 생산에 이르는 정보를 하나의 디지털 체계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동시공학은 각 부문이 순차적으로 작업하는 대신 개발 초기부터 함께 설계안을 검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이다.
GM은 이를 통해 차량 개발 초기부터 다양한 설계안을 동시에 검토하고, AI와 가상화 기술을 활용해 성능과 비용, 생산성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제한된 설계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개발을 진행했다면, 새로운 방식에서는 수십만 가지의 대안을 가상으로 검토하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GM은 이러한 방식을 바탕으로 통상 4~5년이 걸리는 차량 개발 기간을 궁극적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스털링 앤더슨(Sterling Anderson) GM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차량 개발 기간이 짧아지면, 더 나은 제품을 고객에게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며 “개발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에 대한 개선 속도도 빨라지므로, 제품 품질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적용 사례로 차세대 전기차용 LMR 배터리 개발을 제시했다.
GM은 실물 시제품을 제작하기 전에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 30만 가지 이상의 배터리 설계를 가상으로 시험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첫 LMR 배터리 팩 콘셉트 수립부터 정식 개발 프로그램 승인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을 한 달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GM은 이러한 개발 방식을 향후 차량 설계와 생산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4세대 전기차 플랫폼 공개…LMR 배터리로 주행거리·비용 개선
GM은 AI 기반 개발 체계의 성과를 적용할 대표적인 제품으로 4세대 전기차(EV) 플랫폼을 제시했다.

GM은 폭넓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주요 차급에 4세대 전기차 플랫폼 적용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에는 LMR 배터리와 고효율 전기 구동 시스템, 중앙집중형 컴퓨팅 아키텍처, 개선된 슈퍼크루즈 등이 결합된다.
LMR 배터리는 리튬망간리치(Lithium Manganese Rich) 배터리로, GM은 주행거리와 비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기술로 소개했다. GM 발표에 따르면, 새로운 LMR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33% 높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LFP 배터리와 비슷한 비용으로 배터리 팩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거나, 동일한 공간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해 주행거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생산 현장에도 AI 도입…배터리 팩 공정 속도 30% 향상
GM이 추진하는 AI 기반 개발 방식은 차량 생산 과정에도 적용된다.
GM이 소개한 대표적인 기술은 공장 인텔리전스 플랫폼인 '플랜트브레인(PlantBrAIn)'이다. 플랜트브레인은 생산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컴퓨터 모델을 결합해 차량과 배터리 팩의 제조 방식을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GM은 배터리 팩 조립 시설에 이러한 접근 방식을 적용한 결과, 배터리 팩이 생산 공정을 통과하는 속도를 30%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프레스와 주조, 용접, 도장, 최종 조립 공정에도 활용되고 있다.
차량 자체가 생산 과정에서 품질 검증에 참여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GM 4세대 전기차에 적용되는 새로운 컴퓨팅 및 전기 아키텍처는 차량이 생산라인을 이동하는 동안 전기 연결 상태를 스스로 시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차량 조립을 마친 뒤 별도로 수행하던 최종 전기 연결 검증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온스타 커넥티드 인텔리전스…“헤이 온스타”로 차량 기능 제어
GM이 제시한 AI 혁신은 자동차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과정에만 머물지 않는다. 차량이 운전자의 요구와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고객 경험 확장을 추진한다.
일례로 GM은 이번 행사에서 기존 커넥티비티 서비스인 온스타(OnStar)를 '커넥티드 인텔리전스(Connected Intelligence)' 기반 기술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온스타는 GM이 지난 30년간 운영해 온 차량 연결 및 지원 서비스다. GM은 온스타에 AI를 결합해 차량 상태와 운전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점에 제공하는 지능형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핵심은 '온스타 AI 어시스턴트(OnStar AI Assistant)'다. 온스타 AI 어시스턴트는 운전자가 자연어로 차량 기능을 제어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헤이 온스타(Hey OnStar)"라고 호출한 뒤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 만큼 충전량이 충분할까?"라고 질문하면 현재 주행 가능 거리를 확인하고 필요한 충전 경유지를 포함한 경로를 안내하는 방식이다.
차량 계기판에 경고등이 켜졌을 때 그 의미를 질문하거나, 원페달 드라이빙과 차선 유지 보조 등 차량에 적용된 기능의 사용 방법을 물어볼 수도 있다.
일반적인 AI 챗봇과 다른 점은 차량 자체의 정보를 활용한다는 데 있다. 온스타 AI 어시스턴트는 실제 차량 상태와 차종별 기능, GM이 축적한 차량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답변을 제공한다.
앤더슨 CPO는 “온스타 AI는 다른 생성 AI와 달리 GM 차량을 깊이 이해한 상태에서 답변한다"며 "단순히 차량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범용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제공하는 강력한 기능을 활용하지만, 차량에 특화된 나머지 기능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GM은 향후 몇 달 내에 2027년형 캐딜락 리릭(LYRIQ)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온스타 AI 어시스턴트를 처음 도입하고, 이후 다른 GM 차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7년 새로운 온스타 앱 도입…차량 밖에서도 AI 활용
GM은 온스타의 지능형 기능을 새로운 모바일 앱으로 확대할 계획도 공개했다. 차량 내부에서 사용하는 온스타 AI 어시스턴트와 별개로, 차량 밖에서도 다양한 커넥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온스타 앱을 2027년 선보인다.
신규 온스타 앱은 기존 온스타 가디언(OnStar Guardian)과 쉐보레, 캐딜락, GMC, 뷰익의 모바일 앱을 대체하는 통합 서비스로 개발된다. 이 앱에서는 차량 상태를 확인하는 기능뿐 아니라 가족 간 이동 일정 조율과 안전 관련 알림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기능은 커넥티드 카메라(Connected Cameras)다.
사고 등 특정 상황이 발생하거나 위협적인 경적 소리가 감지되면 차량에 장착된 카메라가 영상을 녹화하고, 해당 영상을 앱에 업로드해 운전자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온스타 패밀리(OnStar Family)를 통해 가족 구성원끼리 목적지를 공유하거나 픽업 일정을 조율하고, 가족이 사용하는 차량을 관리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GM은 이러한 서비스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한 원칙으로 제시했다. 고객이 카메라와 마이크, 위치, AI 관련 기능의 사용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언제든 설정을 변경하거나 기능을 비활성화할 수 있게 기능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고객을 위한 기능도 강화한다.
일례로 온스타 플릿 인텔리전스(OnStar Fleet Intelligence)는 법인 차량의 상태와 정비, 연료 및 에너지 사용 정보를 통합해 관리자가 차량 운영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GM이 온스타를 통해 구현하려는 것은 단순히 음성 명령으로 차량을 조작하는 기능이 아니다. 차량과 모바일 앱, 커넥티드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해 운전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지능형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GM 포워드 2026에서 회사가 공개한 기술들은 적용 분야는 다르지만, 자동차 개발부터 판매 이후 서비스까지 하나의 디지털 체계로 연결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AI를 통해 개발·생산 비용을 줄이는 한편, 온스타와 같은 커넥티드 서비스를 고도화해 차량을 판매한 이후에도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GM이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 경험과 차량 데이터를 AI 기술에 접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의 강점인 생산 역량과 데이터가 AI 시대에도 경쟁 우위로 작용할 수 있을지, GM의 이번 전략은 이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