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차량마다 구축하던 eCall, 이제 SaaS 플랫폼으로 구독한다

[IT동아 박귀임 기자] 차량 제조사들이 사고 시 긴급호출 기능 ‘eCall(Emergency Call)’을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이를 수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사고를 명확하게 감지하는 인공지능(AI)과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의 연구개발은 기본이다. 여기에 이 기술들을 차량과 연결하고, 사고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는 관제 체계를 갖추고, 통신 환경과 AI 완성도를 꾸준히 개선하는 운영·관리까지 뒷받침돼야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간다.

문제는, 차량과 단말은 한번 출시하면 오랜 기간 쓰이지만 AI와 통신 환경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바뀌는 점이다. 출시 때 최신이던 기능이 몇 년 후에도 같은 성능을 낸다는 보장이 없다. eCall의 개발과 적용, 운영·관리는 물론 기술 격차를 줄이는 일 모두 제조사와 운영 기관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차량 제조사들이 사고 시 긴급호출 기능 eCall을 도입하고 있다 / 출처=제미나이 AI 이미지 생성
차량 제조사들이 사고 시 긴급호출 기능 eCall을 도입하고 있다 / 출처=제미나이 AI 이미지 생성

국내 스타트업 퓨잇(Fuit)은 이 문제의 해법으로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제안한다.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나 협업 도구처럼, 특정 사용자가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일정 기간 구독해서 쓰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본업에 집중하면서 운영·관리에 드는 자원을 아낄 수 있다. 퓨잇은 스스로 학습하며 성능을 높이는 AI와 음영 지역이 거의 없는 위성 통신을 eCall에 더해 기본기를 높이고, 이를 SaaS 형태로 차량 제조사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에 제공할 계획이다.

완성차·대시캠·개인 기기·재난 모니터링···4가지 모델로 고객 공략

차종이 늘고 새 기술이 나올 때마다 기업은 eCall의 연결·관제·개선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퓨잇은 SaaS로 이 작업을 대신 맡는다. 여기에 위성 통신·연동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도입 시점과 용도에 따라 고객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눴다.

첫째는 차량 출고 단계에 기능을 넣는 비포마켓(Before Market) 모델이다. 퓨잇은 완성차 제조사(OEM)에 부품을 직접 납품하는 1차 협력사에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한다. 초기에는 한 완성차 1차 협력사의 차량 통신 장치(텔레매틱스 모듈)에 퓨잇의 위성 솔루션을 탑재하는 형태로 협력한다. 둘째는 출고 이후 시장인 애프터마켓(After Market)이다. 대시캠(블랙박스) 제조사 등에 솔루션을 공급해 제품과 퓨잇의 플랫폼을 연동한다.

퓨잇은 네 가지 모델로 고객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 출처=퓨잇
퓨잇은 네 가지 모델로 고객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 출처=퓨잇

셋째는 개인용 기기다. 야외 활동용 SOS 기기를 만드는 제조사에 퓨잇 솔루션을 공급한다. 넷째는 재난 모니터링이다. 퓨잇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위성영상 분석 기반의 재해·재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해 준다. 공공기관은 이 플랫폼으로 자체 차량과 현장 단말의 안전 상태도 살필 수 있다.

수익 구조는 고객 유형에 따라 다르다. OEM 1차 협력사에서는 솔루션 개발·공급 대가와 로열티를, 대시캠 등 애프터마켓에서는 기본 구축비와 운영비를 받는다. 위성 통신은 스카이로(Skylo) 등 위성 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므로 통신 서비스 비용이 별도로 발생한다. 재난 모니터링에서는 필요에 따라 유료 위성영상 비용이 더해진다.

퓨잇은 공공(B2G)부터 OEM, 애프터마켓, 개인용 기기까지 수요처를 세분화해 시장 위험을 분산하고 지속적인 매출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2027년 이후 eCall 의무화 확산과 아웃도어 안전 수요 증가, 재난 대응 예산 확대로 고성장도 기대한다. 특히 차량 음영지역 eCall 솔루션과 위성영상 모니터링을 함께 갖춘 곳은 자사뿐이라는 것이 퓨잇의 설명이다.

광주 관제센터 통합 운영···고객 데이터는 분리 보호

퓨잇은 이 사업 모델을 한곳에서 운영할 거점으로 광주광역시에 '글로벌 AI 안전관제센터(AI Safety Operation Center)'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주요 공공기관의 해외 건설근로자용 개인 SOS 서비스와 완성차 1차 협력사의 글로벌 차량 긴급호출 서비스를 이곳에서 통합 운영하고 이후 공공기관과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로 구독 고객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센터 개발 결과물로는 차량용과 개인 SOS용 통합관제 시스템 두 가지를 만든다.

다만 성격이 다른 고객이 한 플랫폼을 함께 쓰는 만큼 고객별 데이터와 접근 권한을 분리하는 일이 핵심 과제다. 제조사는 자사 차량과 단말의 정보만, 공공기관은 자기 관할의 정보만 볼 수 있어야 고객이 안심하고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퓨잇은 차량 음영지역 e-call 솔루션과 위성 영상 모니터링을 함께 보유한 기업은 자사가 유일하다고 설명한다 / 출처=퓨잇
퓨잇은 차량 음영지역 e-call 솔루션과 위성 영상 모니터링을 함께 보유한 기업은 자사가 유일하다고 설명한다 / 출처=퓨잇

보안 요구 수준도 높다. 퓨잇은 공공기관과 해외 파트너가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요건을 엄격하게 따지는 만큼 기존 상용 클라우드를 그대로 쓰기 어렵다고 본다. 이에 국내 클라우드서비스 보안인증(CSAP) 등에 대응하는 ‘AI 안전 클라우드(AI Safety Cloud)’를 별도로 구축한다. 차량 안에서 센서와 영상 데이터를 융합 분석해 필요한 정보만 전송함으로써 개인정보 노출과 위성 대역폭 부담을 함께 줄이는 설계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하면 개인정보 노출을 막고, 위성으로 보내는 데이터양에 따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협력 이력·인증으로 신뢰 확보, 북미 실증도 추진

구독형 서비스는 한번 도입하면 오래 쓸 수밖에 없다. 시장의 신뢰를 얻을 목적으로 퓨잇은 2023년 한 완성차 1차 협력사와 위성 기반 eCall 솔루션 공동 개발에 나섰고, 독일 완성차 업체와는 위성 기반 재해·재난 우회 솔루션 고도화를 협의해 왔다. 또 광주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AICA)에 재해·재난 분석 플랫폼 PoC 환경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는 ‘CES 2026’ 독립 부스 전시를 통해 위성통신 기업, 글로벌 차량 부품 업체 등과 협력을 논의했다.

퓨잇은 앞으로 인증과 외부 검증으로 신뢰 근거를 계속 쌓을 방침이다. 우선 공공기관이 민간 클라우드를 쓸 때 요구되는 CSAP 또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인증 확보를 추진한다. 또 국가기술표준원의 한국인정제도(KOLAS)로 인정받은 기관의 외부 시험을 통해 국산 NPU(AI 연산용 반도체) 기반 AI 엔진의 성능을 검증받고, 북미 현지 실증으로 보고서 1건을 확보하는 것도 목표다. 북미와 유럽에는 특허를 1건씩 출원했다. 퓨잇이 현재 확보한 지식재산과 인증은 특허 등록 3건, 출원 9건, 인증 5건이다.

퓨잇 관계자는 “안전 SaaS의 경쟁력은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도입하고, 관리 대상을 늘리며,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고객은 별도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부담 없이 필요한 만큼 도입해 확장하고, 퓨잇은 운영과 업데이트를 맡아 품질을 지켜 가겠다”고 전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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