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픽] 비만·피부·혈당 관리, 인수부터 제휴까지 통합 경쟁 나선다

[IT동아 박귀임 기자] 헬스케어 산업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외 기업과 서비스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헬스케어픽은 신기술을 앞세운 스타트업부터 사업 확장에 나선 대기업, 그리고 주목할 만한 서비스까지 국경을 가리지 않고 헬스케어 업계의 소식을 전합니다.

리셋 헬스·파마시투유, '애벌리 헬스' 출범 "GLP-1 이후 관리까지 한 번에"

리셋 헬스와 파마시투유가 애벌리 헬스를 출범시켰습니다 / 출처=리셋 헬스
리셋 헬스와 파마시투유가 애벌리 헬스를 출범시켰습니다 / 출처=리셋 헬스

영국의 만성질환 관리 전문 기업 리셋 헬스(Reset Health)와 영국 최대 디지털 약국 파마시투유(Pharmacy2U)가 합작사 '애벌리 헬스(Averly Health)'를 출범시켰습니다. 두 회사는 10월 5일(이하 현지 시간) 애벌리 헬스가 영국 최초이자 유일한 '완전 통합형 전국 단위 심혈관·대사질환 관리 서비스 제공자'라고 밝혔습니다. 비만,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의 접근성과 치료 성과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입니다.

애벌리 헬스는 리셋 헬스와 파마시투유의 강점을 결합한 구조입니다. 리셋 헬스는 특허 디지털 기술과 다학제 임상 전문성을, 파마시투유는 디지털 처방·약국 운영 체계와 전국 배송 인프라를 각각 맡습니다. 임상 평가에서 치료 개시, 장기 환자 관리, 성과 모니터링까지 하나의 경로로 잇겠다는 설명입니다. 회사 측은 애벌리 헬스의 기반이 되는 서비스와 인프라가 이미 매월 200만 명 이상의 환자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셋 헬스와 파마시투유가 문제로 짚은 것은 현재 심혈관·대사질환 관리의 분절입니다. 평가, 처방, 약국, 사후 관리가 별개 서비스로 나뉘어 있어 환자는 여러 제공자를 오가야 하고, 서비스를 위탁하는 NHS 기관(commissioner)은 서로 다른 조직과 시스템,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벌리 헬스는 이를 하나의 서비스로 묶어 환자에게는 조율된 경험을, 위탁 기관에는 접근성·서비스 성과·환자 결과에 대한 폭넓은 감독권을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서비스의 초점이 처방 이후까지 확장돼 있다는 점입니다. 애벌리 헬스는 GLP-1 계열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가 체중 감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행동 지원과 지속적인 임상 관리를 받는 경우도 서비스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커지면서 약 자체뿐 아니라 약을 쓰는 환자를 얼마나 오래,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고객 구도에서도 특징이 읽힙니다. 발표문은 NHS 위탁 기관과 의료 파트너의 접근성 확대, 제공 역량 증대, 환자 치료와 장기 성과에 대한 책임 소재 명확화를 일관되게 강조했습니다. 치료 경로에 내장된 데이터 수집과 환자 보고 성과, 임상 성과를 결합해 접근성·참여도·안전성·성과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공공 의료 체계가 비용 대비 성과의 증빙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데이터 기반의 성과 입증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올리버 맥기니스(Oliver McGuinness) 리셋 헬스 CEO는 "영국에서 가장 포괄적인 심혈관·대사질환 관리 서비스를 구축하게 돼 자랑스럽습니다"라며 "대규모로 운영되면서도 최고 수준의 임상 감독과 지속적인 지원을 유지하도록 설계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시 보톰리(Josh Bottomley) 파마시투유 CEO 역시 "전국 규모로 구축되고 지역 수요에 대응하며 위탁 수요에 맞춰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라고 설명했습니다.

리셋 헬스와 파마시투유는 사회적 명분도 함께 내세웠습니다. 소외·취약·서비스 부족 계층의 약물 접근 장벽을 낮춰 치료 접근성과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건강 불평등을 키우는 불합리한 성과 편차를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공공 부문과 협력하는 민간 서비스가 사업 확장의 정책적 정당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행보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합작은 약국 인프라를 가진 사업자가 진료·관리 영역으로 외연을 넓히는 흐름도 분석됩니다. 파마시투유는 반복 처방 중심 사업에서 출발해 온라인 의사 상담과 NHS 서비스 연계로 영역을 넓혀 왔고, 이번에 만성질환 관리 전문 합작사까지 설립했습니다. 리셋 헬스의 통합 치료 모델 '로젠(Roczen)'은 국립보건·돌봄우수성연구원(NICE)으로부터 2028년 3월까지 NHS 내 조기 사용에 대한 기간 한정 권고를 받은 상태입니다. 추가 근거가 쌓이는 동안의 잠정 권고인 만큼 향후 근거 축적 결과가 사업 확장의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다만 발표문에는 투자 규모, 지분 구조, 구체적인 NHS 위탁 계약 여부 등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애벌리 헬스가 영국 최초이자 유일한 통합 제공자라는 주장도 회사 측 설명인만큼 실제 계약 체결과 성과가 나오는 시점에 시장의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갈더마, 지오스킨헬스 품는다…혁신적 피부과 포트폴리오 구축

갈더마가 지오스킨헬스를 인수합니다 / 출처=갈더마
갈더마가 지오스킨헬스를 인수합니다 / 출처=갈더마

스위스 피부과 전문 기업 갈더마(Galderma)가 미국 의사 판매 전문 스킨케어 브랜드 지오스킨헬스(ZO Skin Health)를 인수합니다. 갈더마는 10월 14일 블랙스톤 택티컬 오퍼튜니티즈가 운용하는 펀드와 오바지 가문 등 기존 주주로부터 지오스킨헬스 지분 100%를 기업가치 15억 달러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액 현금 거래로, 기존 보유 현금과 은행 차입으로 자금을 마련합니다. 종결은 규제 당국 승인 등을 전제로 2026년 4분기 또는 2027년 초로 예상됩니다.

지오스킨헬스는 피부과 전문의 제인 오바지(Zein Obagi) 박사가 세운 브랜드로, 20년 넘게 임상 근거에 기반한 전문 스킨케어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 왔습니다. 40여 개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해 40개국 이상, 의사·메디컬 스파·온라인 계정 1만 6500곳 이상을 통해 판매합니다. 2026년 6월 기준 최근 12개월 순매출은 약 3억 3000만 달러입니다.

갈더마가 이번 인수에서 강조한 키워드는 '상호 보완'입니다. 갈더마는 세타필과 알라스틴을 앞세운 더마톨로지컬 스킨케어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알라스틴은 펩타이드 기반으로 시술 전후 케어에 특화돼 있습니다. 지오스킨헬스는 레티놀과 산 성분을 중심으로 한 일상 관리 프로토콜이 강점입니다. 시술 전후라는 '특정 시점'과 일상이라는 '지속 구간'을 각각 맡는 두 브랜드가 한 지붕 아래 모이는 셈입니다. 플렘밍 외른스코프(Flemming Ørnskov, M.D., MPH) 갈더마 CEO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피부과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갈더마가 내세워 온 '통합 피부과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합니다. 갈더마는 주사형 에스테틱, 더마톨로지컬 스킨케어, 치료용 피부과 등 3개 축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오스킨헬스가 더해지면 병원에서 시술을 받은 환자가 시술 전후 관리를 거쳐 집에서 쓰는 제품까지 같은 회사의 포트폴리오 안에서 이어갈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집니다. 갈더마는 피부과와 성형외과 전문의 사이에서 두터운 신뢰를 쌓은 브랜드를 확보함으로써 의료진과의 접점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평가했습니다. 갈더마가 이 시장을 '빠르게 성장하는 의사 판매 스킨케어 부문'으로 규정하고, 시장조사기관 클라인앤컴퍼니의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다만 갈더마가 밝힌 재무 전망에서는 '당장의 수확'보다 '중장기 베팅'의 성격이 다소 드러납니다. 갈더마는 인수 첫해 상업 부문 투자를 늘려 기반을 다진 뒤 2년 차부터 성장세를 되살린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2027년 그룹 코어 EBITDA 마진에는 소폭 희석 효과가 나타나고, 2028년부터는 그룹 평균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코어 주당순이익(Core EPS)은 인수 후 첫 해 완전 회계연도 기준으로 중립적일 것으로 전망되며, 투자적격 신용등급 유지 방침도 재확인했습니다. 15억 달러를 최근 12개월 매출 3억 3000만 달러로 나누면 매출 대비 약 4.5배 수준입니다. 플렘밍 외른스코프 CEO가 "투자를 통해 성장을 다시 끌어올릴 기회가 크다"고 언급한 대목은 갈더마가 지오스킨헬스의 현재 실적보다 자사 연구개발과 글로벌 영업망을 결합했을 때의 성장 여력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내 업계에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병의원 전용 화장품과 더마 코스메틱 시장이 빠르게 커져 온 국내에서도 '시술과 제품의 결합'은 이미 익숙한 성장 모델입니다. 글로벌 대형사가 이 모델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다는 점은 해외 시장을 노리는 국내 업체들에게 경쟁 환경 변화를 가늠하는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거래는 아직 계약 체결 단계로, 규제 승인 등 종결 조건이 남아 있습니다.

사바 테크놀로지스, 아센시아와 차세대 CGM 상용화 나선다

사바 테크놀로지스가 아센시아와 유럽 독점 상업화·유통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출처=아센시아
사바 테크놀로지스가 아센시아와 유럽 독점 상업화·유통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출처=아센시아

영국 런던 기반 헬스테크 기업 사바 테크놀로지스(Sava Technologies)가 시리즈B 투자로 3600만 달러를 유치하고, 혈당측정기 '컨투어(CONTOUR)'로 알려진 아센시아 당뇨케어(Ascensia Diabetes Care)와 유럽 독점 상업화·유통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양사는 10월 9일 이 같은 내용을 각각 발표했습니다. 아센시아는 일본 기반 글로벌 헬스케어 그룹 PHC홀딩스 자회사입니다.

사바 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이번 시리즈B는 아센시아가 주도했습니다. 아센시아는 사바 테크놀로지스에 전략적 지분 투자도 단행했습니다. 벨더턴 캐피털, 노르스켄 VC, 심플리헬스 벤처스, 잼카 인베스트먼츠, 펜틀랜드 벤처스 등 기관투자자도 참여했습니다. 이번 라운드로 사바 테크놀로지스의 누적 투자금은 6800만 달러가 됐습니다. 자금은 제조 확대와 상업화 준비에 쓰입니다.

2019년 설립된 사바 테크놀로지스는 피부 바로 아래의 분자를 통증 없이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웨어러블 바이오센서 플랫폼을 개발해 왔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이 마이크로센서의 길이는 기존 연속혈당측정기(CGM) 필라멘트의 약 10분의 1입니다. 간질액에는 도달하면서도 피부에 주는 부담은 줄였다는 설명입니다. 설계 단계부터 대량 생산을 염두에 뒀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첫 제품은 혈당 측정용이지만, 다른 바이오마커로 확장해 당뇨를 넘어선 연속 모니터링을 지향합니다.

사바 테크놀로지스가 내세운 시장 진단은 '수요는 커지는데 선택지는 적다'는 것입니다. 사바 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현재 CGM 사용자는 약 1200만 명입니다. 국제당뇨병연맹(IDF) 자료 기준으로 전 세계 성인 당뇨 인구는 5억 8900만 명이며, 2050년에는 8억 53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시장은 커지고 있으나 선도 제조사는 두 곳뿐이어서 유통사와 의료진, 환자의 선택권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빈틈을 메우기 위한 승부처는 규제 인증으로 보입니다. 사바 테크놀로지스는 올해 핵심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으며, 향후 18~24개월 안에 '비보조(non-adjunctive) 사용'에 대한 유럽 CE 인증을 받아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비보조 사용 인증을 받으면 일상적인 손끝 채혈 확인 없이 CGM 수치만으로 인슐린 투여량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CGM이 혈당 검사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대체하기 위한 기준입니다. 양사는 이 제품을 소매 채널과 기존 급여(보험 상환) 체계를 통해 공급할 계획이며, 규제 승인을 전제로 양사 본사가 모두 있는 유럽에서 아센시아가 먼저 유통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아센시아는 2016년 PHC홀딩스가 바이엘 당뇨케어를 인수하며 출범한 기업으로, 제품은 9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29개국에 직접 영업 조직을 두고 있습니다. 사바 테크놀로지스 측은 의료진 및 지불기관(payer)과의 관계를 포함한 이 같은 기반이 상용화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피터 보들룬드(Peter Bodlund) 아센시아 CEO는 "사바 테크놀로지스의 혁신적인 기술과 아센시아의 깊은 당뇨 전문성, 탄탄한 평판, 상업화 역량을 결합해 당뇨 치료의 중요한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흥미로운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를 채혈 방식 혈당측정기의 전통 강자가 CGM 시장에 진입하는 우회로로 분석합니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손끝 채혈에서 연속측정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자체 개발 대신 유망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독점 유통권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아센시아가 소매 채널과 기존 급여 체계를 통한 공급을 내세운 것도 혈당측정기 핵심 사업의 판매 방식을 CGM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으로 읽힙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량 생산 확대와 판로 확보라는 최대 난관을 대기업 파트너와 함께 푸는 구조입니다.

다만 이번 투자는 검증을 앞둔 기술에 대한 베팅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해석도 필요합니다. 아센시아는 사바 테크놀로지스의 마이크로센서를 '현재 개발 중인 기술'로 표현했고, 핵심 임상시험은 아직 시작 전입니다. 목표 시점을 그대로 적용하면 출시는 이르면 2028년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임상 결과와 인증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바 테크놀로지스는 장기적으로 혈당을 넘어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측정하는 '예방 건강' 플랫폼을 지향하지만, 구체적인 추가 항목과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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