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측정 넘어 귀 안까지 확인…병원 밖 건강관리 돕는 ‘오티톤메디컬’ [SBA 혁신기업]
서울경제진흥원(SBA)은 서울 소재 혁신기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지원합니다. IT동아는 SBA와 함께 유망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이 사업 경쟁력을 높여 국내외 시장으로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아이에게 열이 나면 부모는 체온부터 잰다. 감기약이나 항생제를 처방받은 뒤에도 열이 떨어지는지 반복해서 확인한다. 하지만 중이염과 같은 귀 질환은 체온만으로 상태 변화를 판단하기 어렵다. 증상이 나아지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고막과 귀 안쪽 상태까지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정에서 이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부모는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는다.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이나, 도서·산간 지역, 군부대처럼 전문 진료 접근성이 낮은 환경에서는 이런 불편이 더 커질 수 있다.
오티톤메디컬은 이 간극을 의료기기와 디지털 플랫폼으로 메우는 기업이다. 2022년 설립된 이 기업은 체온 측정 기능에 귀 안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결합, 스마트 체온계 ‘AI 스너미’와 건강관리 플랫폼 ‘닥터인홈’을 개발했다. 사용자는 체온을 측정하면서 귀 안쪽을 촬영하고, 그 결과와 체온·복약 기록을 앱에 쌓아 상태 변화를 관리할 수 있다.
오티톤메디컬은 보건소와 보건지소, 학교·교육기관 보건실, 군부대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김재영 오티톤메디컬 대표를 만나 어떻게 기술로 의료 접근성 문제를 풀고 있는지 들어봤다.

아이 응급실 경험이 창업 계기…“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김재영 대표는 의료인이 아니라 오랫동안 전자·하드웨어 분야에서 일한 엔지니어다. 전자공학을 공부하다 일찍 산업 현장에 뛰어들었고, 약 20년간 전자제품과 반도체 관련 하드웨어 설계 업무를 경험했다. 국내 제조업체의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동하면서 타지에서도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특히 2018년부터는 베트남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복귀를 준비하던 시기, 베트남 정부와 빈그룹의 요청으로 현지에 남아 열화상 카메라 개발을 지원했고, 202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창업 계기는 귀국 직후 찾아왔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김재영 대표의 막내 아이가 심한 중이염을 앓았다. 주말 응급실을 찾았지만 한 병원은 소아응급과가 폐지됐고, 다른 병원은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진료가 어렵다고 했다. 아이는 결국 주말이 지난 뒤에야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김재영 대표는 “링거를 맞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아이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밤을 지새우며 스마트 체온계 모양을 직접 그리기 시작했고, 곧장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없었던 만큼, 처음부터 완성된 서비스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하드웨어는 직접 설계할 수 있었지만, 소프트웨어는 몰라서 처음에는 플랫폼 화면을 엑셀로 만들었다”며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지인들에게 가능성을 확인한 후 개발 인력을 채용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체온계에 카메라 결합…병원 밖에서도 귀 상태를 기록
오티톤메디컬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병원에서만 확인 가능했던 귀 상태를 집에서도 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원리는 이렇다.
스마트 체온계인 AI 스너미가 적외선 센서로 체온을 측정하는 동시에 내장 카메라로 귀 안쪽을 촬영한다. 촬영한 이미지와 체온 정보는 닥터인홈 플랫폼으로 전송된다. 사용자는 앱에서 귀 사진과 체온 변화를 함께 확인하고 복용 중인 약도 기록할 수 있다.


캘린더 형태로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날과 이후 체온 변화, 복약 여부, 귀 상태를 시간 순서대로 확인할 수 있다.
김재영 대표는 “질병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얼마나 빨리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차도는 천차만별”이라며 “병원에서 한 번 진료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도 상태 변화를 계속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닥터인홈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구조는 비대면 진료와도 연결될 수 있다. 사용자가 집에서 촬영한 귀 이미지와 체온·복약 데이터를 의료진에게 공유할 수 있다면, 증상 설명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상태 변화를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즉시 현장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여건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오티톤메디컬은 전문의 접근성이 낮은 보건소·보건지소나 도서산간 지역에서 1차 스크리닝 도구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AI가 모든 걸 판단하지는 않는다…오진 가능성까지 관리
귀 안쪽을 촬영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일반인이 사진을 보더라도 어떤 질환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티톤메디컬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상과 만성중이염, 유착성중이염, 삼출성중이염, 진주종성중이염, 선천성진주종, 외이도염·고막염 등 약 5만5000건 규모의 귀 질환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AI 결과를 곧바로 의료진의 진단처럼 취급할 수 없는 한계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실경화다. 고실경화의 경우, 귀 질환을 앓은 뒤 고막에 남는 석회화나 흉터 형태가 이미지상 다른 질환과 비슷하기 때문에 AI가 이를 삼출성중이염 등으로 잘못 분류할 가능성이 있다.
김재영 대표는 “AI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에서는 틀릴 가능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예컨대 촬영한 이미지가 고실경화와 혼동될 가능성이 있으면, 추가 문진을 요청하거나 전문 의료진이 다시 확인하는 구조를 형성해 오진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구축 과정에서도 의료진의 교차 검증을 적용했다. 한 명의 전문의가 판독한 결과를 그대로 학습 데이터로 쓰기보다 여러 이비인후과 의료진이 다시 확인한 교차 데이터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김재영 대표는 “고막 사진은 질환별 차이가 미세해 한 전문의가 라벨링한 결과를 100% 정답이라고 가정하기 어렵다”며 “여러 전문의가 교차 검증한 신뢰할 수 있는 의료 데이터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제품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전시 시연에서 실제 이상 발견…“제품 효용 확인”
오티톤메디컬은 전시회와 시민 행사에서 제품을 시연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경험했다.
김재영 대표는 “최근 금천구에서 열린 과학행사에서 제품을 체험한 한 초등학생 사례가 떠오른다. 당시 그 학생의 귀를 촬영하자 진물이 확인돼 곧장 보호자에게 병원 진료를 권한 결과, 중이염을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다”며 “서울시 시니어 관련 행사에서는 고령자의 귀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고막 천공 사례를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제품을 체험해보는 자리였는데 이처럼 실제로 귀에 이상이 있는 참가자들이 다수 있었다”며 “사용자가 병원에 가기 전 스스로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데 닥터인홈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을 현장에서 얻은 계기였다”라고 말했다.
병원 현장에서의 검증도 확대하고 있다. 오티톤메디컬은 연세 세브란스병원과 PoC를 추진했고, 응급실과 건강검진센터 등에서 제품을 활용해 실제 의료현장에서의 사용성을 살펴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CES 혁신상 두 차례…혁신의료기기·혁신제품 지정까지
기술 개발과 제품화 과정은 대외 성과로도 이어졌다.
오티톤메디컬은 2025년 CES 혁신상에 이어 2026년에도 CES 혁신상을 받았다. 대한민국 전자전 혁신상과 스마트라이프위크 시민혁신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6년 5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최근에는 혁신제품 지정도 받았다. 이에 따라 조달청 혁신제품 시범구매 사업 등을 통해 보건·교육·공공기관에서 제품을 실제로 사용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특허도 사업 경쟁력의 한 축이다. 이 기업은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 관련 특허 등록을 마쳤다. 제품 판매 역시 본격화하고 있다. 오티톤메디컬은 최근 대웅제약과 국내 총판 계약을 체결하고 판매를 준비 중이다.
김재영 대표는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가 모르면 시장으로 갈 수 없다”며 “지금은 기술 개발만큼 마케팅이 중요한 단계라고 판단해 TV 광고도 시작했으며, 대웅제약과 마케팅 전략도 함께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SBA에 3D 프린터 시제품 들고 찾아가…세브란스 PoC·해외 바이어로 연결
창업 초기 김재영 대표가 제품 아이디어를 들고 찾아간 곳 가운데 하나가 서울경제진흥원(SBA)이었다.
당시 그가 손에 들고 간 것은 완성된 의료기기가 아니었다. 3D 프린터로 만든 스마트 체온계 헤드와 초기 아이디어 수준의 시제품이었다.
김재영 대표는 “당시 어떻게 하면 사업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물어보기 위해 SBA를 찾아갔다”며 “그 결과 SBA는 적극적으로 창업 단계부터 시제품 제작과 사업화 지원까지 해줬다. 덕분에 제품을 조금씩 실제 의료기기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SBA 지원은 제품 제작에서 끝나지 않았다.
오티톤메디컬은 CES를 비롯해 칠레·브라질 수출상담회 등 해외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바이어와 접점을 넓혔다.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연세 세브란스 본원 응급실과 검진센터에서 PoC를 추진할 기회도 얻었다.
김재영 대표는 “스타트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실제 현장에서 제품을 검증할 기회”라며 “중견기업이나 병원과 연결돼 PoC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해외시장 겨냥…재외국민 비대면 진료까지
오티톤메디컬은 처음부터 국내와 해외시장을 함께 겨냥했다.
2024년에는 일본 도쿄 시부야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미국과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등의 의료·IT 전시회에도 참가하며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김재영 대표의 해외 주재원 경험도 해외 전략에 반영됐다.
해외에서 귀가 아파 병원을 찾으면, 언어 장벽과 높은 의료비를 동시에 겪을 수 있다. 김재영 대표는 사용자가 집에서 귀 상태를 촬영하고 이를 국내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다면,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의료 서비스로도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닥터인홈은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 다국어 지원 기능을 개발하고 있으며, 국가별 의약품 정보 검색과 기록 기능도 구축하고 있다.
귀에서 코·목까지…ENT 전반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확대 추진
오티톤메디컬은 체온계 판매에만 머물지 않고 사업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스마트 체온계와 치료기 등 디바이스 판매를 늘리고, 비대면 진료와 의료자문 서비스를 연결한다. 이후 앱 기반 구독과 건강 데이터 서비스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API를 제공하는 사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제품 영역도 넓힌다. 현재는 귀 질환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코와 목까지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오티톤메디컬은 2026년 약 12억원 수준의 매출을 시작으로 2027년 약 45억원, 2028년 약 6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김재영 대표는 “2~3년 뒤에는 사용자가 집에서도 자신의 상태를 기록하고 의료진과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특히 전문 의료진이 부족하거나,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발생하는 의료 격차를 디지털 기술로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첫 단계는 귀지만 향후 코와 목까지 확대해 이비인후과 전반을 집에서 관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전문의의 도움을 받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도 언어와 지역에 관계없이 필요한 건강 정보를 기록하고 의료진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닥터인홈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