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뒤에 붙은 '어르신 운전중' 표지, 무슨 의미일까?…대상과 신청 방법은
[IT동아 김동진 기자] 도로를 달리다 보면 차량 뒤편에 '어르신 운전중'이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초보운전과 마찬가지로 고령운전자가 운전하는 차량임을 주변에 알리고, 다른 운전자의 양보와 배려를 유도하기 위한 표지다. 최근 고령운전자 교통사고가 급증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어르신 운전중 표지 무료 배부에 나서고 있다. 표지의 부착 대상과 신청 방법, 운전자가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살펴봤다.

65세 이상 운전자 대상…표지 부착은 의무 아닌 선택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는 ▲2021년 3만1841건에서 ▲2022년 3만4652건 ▲2023년 3만9614건 ▲2024년 4만2369건 ▲2025년 4만5873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2025년 사고 건수는 2021년보다 약 44% 늘었다.

이처럼 증가세를 보이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어르신 운전중' 표지다. 관련 근거도 있다. 도로교통법 제7조의2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고령운전자 표지를 제작·배부할 수 있으며, 고령운전자는 다른 운전자가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차에 고령운전자 표지를 부착하고 운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0조의2에 따른 표지 대상은 운전면허를 받은 65세 이상 운전자다.
표지 부착은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운전자가 자신의 차량에 표지를 부착하지 않더라도 과태료 등 별도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실제로 표지 부착에 대한 운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24년 부산에서 고령운전자 표지 부착 캠페인을 진행한 뒤 고령운전자 95명과 일반 시민 96명 등 총 191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2025년 2월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표지를 부착한 고령운전자의 65%는 운전 안전성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고, 67%는 다른 운전자의 양보와 배려를 체감했다고 응답했다. 일반 시민의 93%는 표지를 부착한 차량을 배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84%는 고령운전자 표지가 교통사고 예방에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해당 조사는 운전자들의 인식과 경험을 확인한 것으로, 실제 교통사고 감소 효과를 직접 입증한 결과는 아니다.
표지는 어디서 받을까?…지자체별 신청 조건 확인해야
고령운전자 표지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교통안전 캠페인 등을 통해 무료로 제공된다. 다만 배부 대상 연령과 신청 방법, 기간은 지역별로 다르다.
예컨대 경기 수원시는 지난 8월,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자석형 '어르신 운전중' 표지 2000매를 무료 배부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모바일 시정 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에서 8월 28일까지 신청을 받았으며, 운전면허증과 자동차등록증 또는 자동차보험 가입증명서 등으로 자격을 확인한 뒤 표지를 제공하도록 했다.
서울 강서구는 7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차량 외부에 탈부착할 수 있는 자석형 표지를 1인당 1매씩 선착순 무료 배부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신청은 주민등록지 관할 동주민센터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안내됐다.
서울 용산구도 올해 2월부터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표지 무료 배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운전면허증을 지참해 동주민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가족이 대신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법령상 고령운전자 표지 대상은 65세 이상이지만, 지자체별 무료 배부 대상과 신청 조건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표지를 받으려는 운전자는 거주지 관할 시·군·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에 사업 시행 여부와 잔여 물량, 필요 서류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편 일부 지자체는 표지 배부와 별도로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지원사업도 운영한다. 서울시는 올해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하면, 최초 1회에 한해 20만원 상당의 선불형 교통카드를 선착순으로 지급하고 있다. 다만 예산과 잔여 물량에 따라 지원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면허 효력이 취소되고 철회할 수 없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표지 차량 발견했다면 안전거리 확보…고령운전자도 주행 환경 점검해야
도로에서 '어르신 운전중' 표지를 부착한 차량을 발견했다면,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여유 있게 운전하는 것이 좋다.
앞차가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하더라도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차간거리를 유지하고, 차선 변경이나 합류 구간에서는 무리하게 끼어들지 않아야 한다. 출발이 늦거나 주행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경적을 반복해서 울리며 재촉하는 행동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령운전자 역시 운전 전 자신의 건강 상태와 주행 환경을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먼저 복용 중인 약물이 졸음이나 어지럼증 등을 유발하는지 의사 또는 약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리거나 안개가 짙은 날에는 가급적 운전을 피하고, 야간이나 장거리 운전도 자신의 신체 상태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출발 전에는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미리 확인하고, 내비게이션 설정을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행 중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면, 전방 주시가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차로에서는 신호와 보행자,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 급가속과 급제동을 피하고,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기본적인 안전수칙이다.
고령운전자 표지는 운전자와 주변 차량이 서로를 배려하도록 돕는 수단이다. 표지 부착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사고 예방의 기본이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고령운전자 표지는 운전의 익명성 속에서 놓치기 쉬운 상대방의 상황을 헤아리고, 조급하거나 공격적인 운전을 자제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보복·난폭운전과 교통법규 위반을 예방하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이러한 표지 제도가 조속히 정착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건전한 교통문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