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는 이제 엔터테인먼트 기기, 레노버 아이디어센터 B540
우리는 대개 제품을 구매할 때 이것 저것 조건을 따진다. 기능이나 성능, 디자인, 그리고 가격 등의 조건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개중에는 단순히 보기만 해도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제품도 있다. 소비자가 이미 해당 제품의 특징이나 쓰임새를 잘 알고 있어 쉽게 다룰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디자인이 미려한, 그래서 왠지 자신의 삶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제품들이 이에 해당된다.
PC 제품군 중에서는 모니터와 본체가 일체가 된 올인원(All-In-One)PC가 위와 같은 호감을 살만한 제품이다. 사실 이제 PC는 매우 친숙한 물건이라 신제품이 나왔다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올인원PC라면 조금 다르다. 데스크탑처럼 둔중해 보이지도 않고, 노트북처럼 빈약해 보이지도 않으면서 주변 인테리어와 조화롭게 녹아 드는 외형이 색다르며,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PC제조사들은 올인원PC 제품을 다수 내놓고 있다. 올인원PC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데스크탑/노트북 시장의 틈새를 노리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PC 제조사인 레노버(Lenovo)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 하반기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레노버의 23인치 화면 올인원PC, B5 시리즈(모델명 B540)를 살펴보자.
이게 PC야, TV야
레노버 B540의 외형은 PC라기 보단 세련된 디자인의 LCD 모니터를 연상케 하며, 앞에 키보드를 놓지 않는다면 TV로 착각할 만 하다. 실제로도 B540는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HD TV 튜너를 내장하고 있으며, 이를 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무선 리모컨도 제공하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리모컨과 더불어 제공되는 키보드와 마우스 역시 무선 방식이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손톱만한 수신기를 본체 측면이나 후면의 USB 포트에 꽂아 사용하는데, 하나의 수신기로 키보드와 마우스의 신호를 동시에 수신하는 점이 편리하다(올인원PC 대부분의 그러하다). 그리고 본체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작동하기 때문에 소파에 앉아서 B540으로 TV나 영화를 감상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본체 전면에는 각종 상태 표시 램프만 있고 버튼이나 포트는 일절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측면에 전원 버튼 및 음성 입출력 포트, USB 포트(2개, USB 2.0 규격) 및 DVD 멀티 드라이브, 멀티카드리더 등이 보일 듯 말 듯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본체 후면에는 4개의 USB 포트(4개) 및 유선랜 포트와 전원 포트, 그리고 TV 안테나 포트 및 HDMI 출력 포트가 자리하고 있다. 4개의 USB 포트 중 2개는 기존의 USB 2.0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 USB 3.0 규격이며, HDMI 출력 포트를 통해 외부의 모니터나 TV로 화면을 출력할 수 있다.
전원 포트는 후면의 가운데에 있다. 본체를 세우는 스탠드를 가로지르듯 전원 케이블을 꽂으므로 케이블이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나름 센스 있는 설계다. 그리고 전원 포트 주변에는 표준(VESA) 규격의 마운트 홀(벽면 부착용 구멍)이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VESA 규격의 디스플레이 설치용 주변기기와 호환이 되므로, 필요에 따라서는 기본 스탠드를 떼어내고 벽걸이 방식으로 본체를 설치할 수 있다.
대부분의 올인원PC는 본체 크기를 줄이기 위해 핵심 부품을 노트북용 제품으로 채택하는 경우가 많아 성능 면에서 아쉬움이 크곤 했다. 특히 PC의 두뇌라 할 수 있는 CPU(중앙처리장치)의 경우, 노트북용은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유사 명칭의 데스크탑용 CPU에 비해 성능을 낮출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본 리뷰에 사용한 레노버 B540는 데스크탑용 3세대 코어 i3-2120(동작속도 3.3GHz, 코드명 아이비브릿지) CPU를 탑재하고 있다(참고로 레노버 B540는 코어 i5 모델도 함께 출시될 예정이다).
코어 i3는 인텔의 CPU 제품군 중 보급형에 해당되지만, 실제 성능은 노트북용 코어 i5와 유사한 수준이다.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작업, HD급 동영상 감상 등의 일반적인 작업을 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낸다. 다만 게임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별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탑재해야 하는데, 레노버 B540는 별도 GPU 없이 CPU 내장의 인텔 HD 2000 그래픽 출력 기능으로 화면을 표시한다. 따라서 게임 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외에 500GB의 하드디스크와 4GB의 DDR3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고성능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시중에 팔리는 보급형 데스크탑과 유사한 수준이다. 웬만한 노트북 보다는 약간 나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겠다. 디자이너나 게임 매니아와 같은 고급 사용자가 아니라면 무난하게 쓸 수 있다고 본다.
제법 볼 만한 23인치 HD TV
레노버 B540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성능 보다는 부가기능 쪽이다. 특히 앞서 이야기한 대로 지상파 디지털 TV 튜너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HD TV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물론 TV 시청 기능을 갖춘 올인원PC는 이전에도 제법 있었지만, 국가별 방송 규격 차이 때문에 국내에 수입된 해외 브랜드 제품 중에는 TV 시청 기능이 없는 경우가 않았다. B540에 국내용 TV 튜너가 내장된 것은 그만큼 레노버가 한국 시장 공략에 의욕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 하겠다.
다만 TV 방송을 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TV를 완전히 대체하기엔 무리가 없지 않다. TV를 보기 위해선 PC가 부팅 상태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윈도 운영체제의 부팅이 완료되기까지는 최소 2~3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TV를 보려면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전원을 켜면 화면이 바로 나오는 일반 TV와 비교할 대상은 되지 못한다.
물론 PC의 전원을 완전히 끄지 않고 평소에 대기모드(또는 최대절전모드)로 둔다면 부팅시간이 훨씬 빨라지긴 한다. 이 때문인지 레노버 B540와 함께 제공되는 리모컨의 'Off' 버튼을 누르면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 대기 모드로 들어간다. 단 대기 모드는 부팅은 빠르긴 하지만 아무래도 전원을 완전히 차단할 때에 비해 대기 전력은 약간 더 소모된다(그렇다고 월 전기요금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다).
개인용이 아닌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기기
레보너 B540(코어 i3 모델, 5730-7924)은 2012년 9월 현재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 89만 9,000원이다. 터치스크린 기능이 지원되지 않지만(코어 i5 모델, 5730-7925는 지원) 이 정도 사양과 성능, 특히 올인원PC라는 외형적 특징으로 볼 때 적정한 가격대라 판단된다. B540과 같은 올인원PC는 개인이 사용하기에도 물론 적합하지만, 활용도 측면으로 보면 가정 내 거실, 직장 내 휴게실 등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사용하는 게 훨씬 좋을 듯하다. 이외 데스크탑 세트를 늘어 놓을 공간이 협소한 원룸 사용자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