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엔 = 472.08원’ 토스뱅크 엔화 환율 오류가 남긴 상흔

강형석 redbk@itdonga.com

2026년 3월 10일, 토스뱅크 엔화 환전 오류 사태가 발생했다 / 출처=토스
2026년 3월 10일, 토스뱅크 엔화 환전 오류 사태가 발생했다 / 출처=토스

[IT동아 강형석 기자] 2026년 3월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믿기 힘든 글들이 하나둘 올라왔다. 100엔당 930원 수준을 유지하던 엔화 환율이 토스뱅크 앱에서 472원까지 하락한 것이다. 환율 정보를 본 사용자는 환전을 진행했고 아무 문제없이 엔화를 손에 넣었다. 자동환전 기능을 설정해 둔 이용자 계좌에서도 환전이 이뤄졌다. 모든 일은 2026년 3월 10일 오후 7시 29분부터 약 7분간 벌어졌다. 그리고 7분 만에 거래된 금액은 약 280억 원대에 이른다.

현대 금융은 초단위로 움직이는 데이터의 집합체다. 사용자는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이동을 경험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시스템이 얼마나 취약한지는 좀처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토스뱅크 엔화 환전 오류 사태는 혁신을 기치로 내건 인터넷 전문은행이 맞닥뜨린 실책이자, 디지털 금융 시스템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던진 일로 기록될 전망이다.

토스뱅크의 엔화 환전 오류 사태는 평범한 전산 오류로 치부하기엔 여파가 크다. 이후 토스뱅크가 진행한 엔화 거래 취소와 환수 조치가 소비자 권익과 금융사의 면책권 사이에서 뜨거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열렸기 때문이다.

‘1000엔 = 472.08원’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은행의 환율 고시 시스템은 정교하게 움직인다. 먼저 한국 외환시장에서는 외국환은행들이 서로 외환을 사고파는 은행 간 거래(Inter-bank) 과정 속에 환율이 실시간으로 형성된다. 이것이 매매기준율의 기초가 된다. 한국은행과 서울외국환중개가 이 거래 데이터를 집계해 고시환율을 산정하면, 각 시중은행은 이를 기준으로 자체 고시환율을 만든다.

시중은행은 기준환율에 자신들의 비용과 마진을 더해 살 때와 팔 때 환율을 달리 정한다. 이 차이가 스프레드(spread)다. 환전 과정에서 느끼는 가격 괴리감은 대부분 스프레드에서 비롯된다. 스프레드는 통화와 거래 채널에 따라 통상 1%~2% 수준이다.

환율 형성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도 둔다. 직전 고시 환율과 비교해 변동 폭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고시를 중단하고 담당 직원의 수기 승인을 거치는 식이다. 급격한 시장 변동성이나 데이터 오류로부터 은행과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엔화 환율 표기 문제가 발생했지만 토스뱅크에서 문제를 수정해 그래프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 출처=IT동아
엔화 환율 표기 문제가 발생했지만 토스뱅크에서 문제를 수정해 그래프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 출처=IT동아

토스뱅크 사태에서는 이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정보를 수신해 자체 알고리즘으로 산출하는 내부 시스템에 오작동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일은 오입력 같은 사람의 실수와는 결이 다른 유형의 오류다. 자동화 시스템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생긴 계산 오류이기 때문이다.

외부 데이터 수신 과정에서 비정상 수치가 입력됐음에도 이를 걸러내지 못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점검 중 오류가 발생했더라도 이상 징후를 포착할 전반적인 프로세스가 부족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토스뱅크의 시스템이 7분간 오작동을 일으키며 환전에 쓰인 금액은 약 284억 원. 거래 건수는 4만 건~5만 건으로 추산된다. 기술 혁신에 집중한 나머지 내부 통제의 고도화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환율 고시 오류는 처음이 아니다

토스뱅크 엔화 환전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2022년 9월, 토스증권에서 비슷한 사고가 벌어졌다. 2022년 9월 28일 오후 1시 15분부터 25분 동안 환전 서비스에 오류가 생겨 1440원대인 달러를 1290원에 환전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환율 정보를 제공하는 은행에서 잘못된 환율 정보를 입력한 게 원인이었다.

2025년 2월, 하나은행에서는 베트남 동(VND) 환율이 정상가의 1/10 수준으로 표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시환율 수기 입력 오류로 벌어진 일이었다. 베트남 외환시장 마감 이후 시간대에 수기로 환율을 입력하다가 입력오류가 발생했고, 24시간 환전이 가능한 하나머니앱에서 실제 환전까지 이뤄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토스뱅크 사태의 차이점은 전파의 속도와 자동화다. 과거에는 오류가 발생해도 발견 전까지 거래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 매체를 통해 정보가 실시간 공유되고, 시스템 내 알고리즘이 알아서 처리하는 구조다. 같은 실수라도 파급력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과거 토스증권의 거래 규모가 20억 원 정도에 머무른 것과 달리 토스뱅크의 거래 규모가 280억 원에 달한 이유다.

금융법과 약관 등에 의해 진행된 환수 조치는 논란의 불씨로

2026년 3월 11일, 토스뱅크는 오류 시간대의 모든 거래를 취소하고 지급된 엔화를 회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토스뱅크가 제시한 근거는 전자금융거래법 제8조 제3항과 토스뱅크의 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이다.

먼저 전자금융거래법 제8조(오류의 정정 등) 제3항은 금융회사 등은 전자금융거래에 오류가 있음을 안 때에는 이를 즉시 조사하여 교정하고 그 결과와 사유를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은행 측은 시스템 오류로 인해 산출된 환율은 정당한 거래 의사가 반영된 것이 아니므로, 법에 따라 교정(정정)할 권한이 존재한다는 논리다.

하나은행의 베트남 동 환율 오류에 대한 대응이 대표적인 예시다. 하나은행은 “환율고시 명령 입력(Key-In) 오류로 발생된 건으로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충전 및 환전 거래를 취소하기로 했다”며 해당 환전 거래 취소 및 환불을 진행했다.

토스뱅크는 엔화 표기 오류 발생 시점에 이뤄진 거래에 대해 회수 조치를 진행했다 / 출처=토스
토스뱅크는 엔화 표기 오류 발생 시점에 이뤄진 거래에 대해 회수 조치를 진행했다 / 출처=토스

토스뱅크의 전자금융거래기본약관에는 시스템 장애나 명백한 오류 발생 시 거래를 정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환율이 시장가와 지나치게 동떨어졌다면, 고객 역시 오류임을 인지했을 가능성(악의 또는 중과실)이 높다고 보고 거래 취소가 가능하다고 본 셈이다.

하지만 이미 환전한 엔화를 해외로 송금했거나 외화 결제에 사용한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토스뱅크는 엔화가 사용된 경우, 고객의 외환통장과 토스뱅크 통장 순으로 보유 잔액을 출금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외환통장과 토스뱅크 통장 자체에 잔액이 없을 경우, 재화를 어떻게 원상복구할 것인가에 대한 실무적 난제가 남는다. 이는 향후 금융감독원 분쟁 조정이나 법적 다툼의 지점이 될 전망이다.

‘최근 3개월 중 가장 낮은 환율’이라며 알림까지 보낸 상황에서 사용자들이 정상 범위와 현저히 다른 환율임을 인식할 수 있었는가 여부도 향후 분쟁의 쟁점이다. 국내외 동향에 따라 환율은 변동성을 띄는데, 토스뱅크가 환율을 고지할 당시 사용자가 일본 내 문제로 환율이 급락했다 인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절하게 금융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내용들이 분쟁의 씨앗이 되는 셈이다.

1만 원 보상으로 사용자 신뢰 회복 가능할까?

2026년 3월 16일, 토스뱅크는 엔화 환율 사태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해당 거래 고객들에게 1만 원 상당의 현금 또는 상품권을 지급하는 보상안을 내놓았다. 거래를 일괄 취소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이용자의 불편을 달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 보상안도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소액 환전자와 대규모 거래자에게 동일한 보상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수백만 원을 환전했다가 거래 취소로 실질적인 불편을 겪은 이용자에게, 소액 환전자와 똑같이 1만 원을 지급하는 게 합리적인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토스뱅크 사태가 남긴 상흔은 생각보다 깊다. 신속함과 편의성을 앞세운 나머지 내부 통제 절차 관리를 소홀히 한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반값 엔화는 사라졌지만, 금융 서비스의 작은 오류 하나가 개인 자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만 선명하게 남았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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